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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전략에서 드러난 한미동맹의 한계

21세기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도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반도 비핵·프로세스, 지소미아, 한미 방위비 증액 등 정부가 맞닥뜨린 현안도 수두룩하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평화재단 1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선 미·일의 인도태평양전략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해법에 머리를 맞댔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평화재단 15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해법을 모색했다. ©유코리아뉴스

1세션에선 ‘동아시아 질서 재편과 미·중의 경쟁 구도’라는 주제로 국제 정세에 대한 첨예한 분석이 오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현 국제 정세를 “동맹의 이합집산”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이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모든 국가가 새로운 짝짓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인도태평양전략을 만든 장본인 격인 일본은 공식 문서에 ‘인도태평양전략’ 대신 ‘인도태평양비전’이라는 순화된 표현을 쓰고,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 견제 전략에서 한 발 빼고 있다. 호주도 인도태평양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인도 모디 총리도 이 전략이 포괄적, 수용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미국 스스로 규범을 벗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선을 좁히고 가능성은 넓히는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몽이 유지되는 한 미중 간 파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한중관계는 사드 이상의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중국의 미래 비전인 이른바 ‘중국몽’은 기술면에서 2025년엔 프랑스와 한국, 2035년엔 일본과 독일을 추월하고 2049년에는 미국을 넘어선 세계 최강국가로 서겠다는 계획이다. 

이 센터장은 “미중 문제 해결에 한국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한국의 몸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센터장은 “사드 문제가 터졌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미·중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있으려는 입장은 북한 문제가 걸려 있는 한국에 가능하지 않은 선택지였다”고 밝혔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이 블루닷네트워크(Blue Dot Network)를 만들어 인프라를 제공하겠다고 나서면서, 사실상 역내 국가들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지난 4일 방콕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맞선 블루닷 네트워크를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군사적, 지정학적인 지위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영구적으로 이곳에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블루닷네트워크’ 계획이 아태지역 국가들의 분열을 조장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러 관계를 분석한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중·러 간 연대를 진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두 나라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한 문제 인식을 기반으로 긴밀히 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국은 올해 6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차원 격상시킨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장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중·러의 밀착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패권이 붕괴한 이후의 질서에 대해선 서로 다른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2세션의 발제자로 나선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한미동맹의 영향력이 극히 제한되고 상황 속에서 우리의 자강력을 키우면서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코리아뉴스

2세션에선 ‘한미 안보 협력의 현재와 미래’ 주제로 위태로운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대안을 논의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전작권 전환과 비핵화 협상이라는 모순 속에서 놓여 있다”며, “선택의 기로”라고 밝혔다. 북한이 요구하는 한미군사연습 중단과 첨단무기도입 중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전작권 전환을 미루는 대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할 것인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영향이 있더라도 전작권 전환을 계획대로 이룰 것인지 선택해야 할 입장이라는 것. 

2022년 말까지 전작권 전환을 이루기 위해선 세 차례의 훈련이 필요하다. 초기운용능력, 완전운용능력, 완전임무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를 순차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는 2014년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9.19 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하며, 한미군사연습 중단과 첨단무기도입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조 교수는 “한미동맹의 영향력이 극히 제한되는 상황 속에선 우리의 자강력을 키우며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북한과는 9·19 군사합의에서 군사연습이나 무력 증강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열어서 논의하기로 한 만큼, 군사공동위를 구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해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상 가능하지 않다”며, “최대한 끌어야 하고, 우리가 잘 대처하는 게 다음 타깃인 일본, 독일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지소미아 종료가 북·일 관계 정상화에 도움되는 면이 있다”고 하면서, “일본도 이를 알기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대신 미국이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남 교수는 또 “기존의 한미일 안보 삼각형이 남북일 안보 삼각형으로 가야 한다”며, “집단 방위 문제를 집단 안보 문제로 바꾸는 것만이 최적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국의 최대 안보 위협은 북한이나 중국이 아닌 미국”이라고 지적하며, “미·중 혹은 미·러 간 유사시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휘말리면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또 “한미동맹이 강해져야 한다는 신화에서 깨어나야 한다”며, “오히려 (미·중 경쟁을) 선택적 변화의 계기로 삼아, 동맹을 이완시킬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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