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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변화된 산림정책과 변하지 않는 우리의 대북정책서울대 유재심 박사, 평화통일연대 월례세미나에서 ‘북한 산림녹화사업, 어디까지 왔나?’ 주제발표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우리의 관념과 방식대로 보니까 정책에서도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유재심 박사의 말이다. 유 박사는 21일 오전 연세대 루스채플 세미나실에서 열린 평화통일연대 11월 월례세미나 ‘북한 산림녹화사업, 어디까지 왔나?’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북한 국토면적의 88%가 남한과 다른 생태환경인 점, 강수량의 차이, 한계농지를 정하는 경사면 기준의 차이 등을 사례로 들었다.

21일 오전 연세대 루스채플 세미나실에서 열린 '북한 산림녹화사업, 어디까지 왔나' 주제의 평화통일연대 11월 월례세미나 모습. ⓒ유코리아뉴스

지역별 생태적 요인의 편차에 있어서도 남한은 2.5배인 반면 북한은 6.7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게 유 박사의 설명이다. 그만큼 하나의 기준으로 북한 전체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 박사는 “북한은 중앙에서 산림복원 계획이 하달되면 680여 개 기초단위(기초 시·군(노동자구)·기업소)는 지역특성을 이용해 자체 수급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렇게 되면 자연환경이나 경제 사정 등에 따라 산림녹화사업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산림정책에 있어서 김정은 집권 이후 바뀐 점이 여러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자연을 개조의 대상으로 보는 사회주의적 관점 대신 자연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 북한 산림녹화사업이 그나마 성공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게 유 박사의 관점이다.

대표적인 게 스위스개발청(SDC)과의 협력으로 북한의 자연환경에 맞는 경사지 개발 프로그램을 착안한 것이다. 북한의 대표적인 산간오지인 황해북도 수안군, 곡성군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해 10년 만에 북한의 산림정책까지 바꿀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는 경사지에 과일나무를 심고 과일 소출은 개인이 가지도록 제도를 바꾼 것도 성과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유 박사는 “북한의 산림개발프로세스를 보면 처음에 양자가 합의하고 결과물을 가지고 다시 평가해서 성공했다고 평가되면 그걸 2차로 확산하고 다시 평가와 3차 합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양자간에 돌이킬 수 없는 신뢰가 형성되면 법제화하고 정부정책으로 선포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협력은 이 같은 북한의 환경이나 입장에 대한 고려 없이 진행되어 온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우리 정부의 대북협력사업은 매년 거의 제로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 유 박사는 △북한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먹거리 생산을 위해서는 남북농업협력이 필요한데 우리 정부는 농림식품의 거버넌스가 아닌 산림법에 의제되는 산림청을 내세운 점, △대북제재가 본격화된 2010년 이후에도 OECD 14개 국가가 북한과 관계를 기존대로 유지해오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대북제재에 편승해 관계를 중단한 점, △북한이 요구하는 ‘개발협력’이 아닌 북한의 정책을 뒤따라가면 물자지원만 가능하지만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우리 정책의 한계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유재심 박사(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가 북한의 산림정책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특히 유 박사는 “인공위성 사진에서도 드러나듯 북한 황폐화율이 지난해의 경우 2008년에 비해 22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사실이 아닌 관념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서 빨리 탈피하지 않으면 북한과의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OECD 국가는 아니지만 러시아는 북한의 에너지정책뿐만이 아니라 식량정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유 박사의 설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비핵화 논의의 당사자도 아닌데 비핵화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핵화’가 다른 민간 교류나 협력까지 막히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유 박사는 “북한은 최근 금강산 관광 시설 철거 요구에서 보듯 급할 게 없는 사람들”이라며 “할 수 있는 건 서두르지만 안 된다면 장기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고 꾸준히 해가라고 북한의 법에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협력에 있어서 당장의 성과를 보기보다는 멀리 내다보고 꾸준한 협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유 박사는 또 “북한체제의 특성상 목표 연도를 2년 정도 앞당겨 2022년까지 산림사업의 완성을 선포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공식적인 산림협력은 더 이상 할 래야 할 수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유 박사는 “입구는 산림협력으로 시작해 중간중간 작은 끈을 유지하면 출구는 개발협력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퍼주기 논란’ 때문에 시작부터 두려워하지만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수평적 눈으로 보면 더 많이 퍼담아 흘러넘치게 해야 한다. 퍼주기 논란이 아닌 ‘퍼주자 담론’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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