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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보다 더 심각한 우리 내부의 시한폭탄[기획연재] ‘남남갈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①

얼마 전, 안동지역에 역사기행을 다녀오는 길에 ‘6.10 만세운동의 주역/노동 민족운동의 지도자, 항일구국열사 권오설(權五卨) 선생’의 묘역에 들렸다가 자그마한 오석(烏石)에 새겨진 그 분의 어록을 읽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갈리어 딴 판을 벌리지 말지어다.

서로 얼근거리어 남 보듯 하지 말지어다.

서로 멀그머니 보아 눈살 찌푸리지 말지어다.

갈리면, 얼근거리면, 멀그머니 보면,

엎어진다. 자빠진다. 고만이다.

 

오직 우리는 서로 손목을 꽉 잡고

한 곳으로, 한 길로 같이 나아갈지며

서로 마음을 같이하여

한 뜻으로, 한 일로 늘 힘쓸지며

서로 언제든지 함께하여

모지고 굳센 뭉텅이를 이룰지어다.

이러하여야 일어난다.

살지어다 오래도록.”

-1922년 풍산 청년회 연설문 중에서

 

100년 전 일제 치하에서 온 몸을 던져 항일독립투쟁을 이끄시던 선생께서, 지리멸렬 갈라진 이 민족의 역량을 끌어 모아 단일대오를 형성해 독립된 조국의 광복을 기필코 이루어내자고 안타깝게 외치는 사자후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그 후의 우리 역사는 어떠했던가? 광대한 북방대륙의 영토를 잃고 좁은 반도 안에서나마 1,300년 동안 통일국가를 유지해 오던 나라가, 그토록 염원하던 해방 후에 오히려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모자라, 반(半)토막 난 이 반도의 남쪽에서조차 친일(親日)에서 친미(親美)로 재빨리 변신한 외세의존적 기회주의자들에 의해 이념의 갈등과 지방색의 대립이 격화되었다.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노사(勞使)간은 물로 같은 노동계 내부에서도 노노갈등이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 양상은 빈부의 문제를 넘어 세대(世代)간의 대립과 세분화된 각 이해집단 사이의 양보 없는 투쟁으로 비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조정하고 균형을 잡아줄 어떠한 사회적 기제도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일부 종교계 인사들은 이 같은 사회불안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 확대시키기 위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갈등보다 더욱 나쁜 것은 무조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전체주의, 집단주의 사상이다. 그러나 갈등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순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이해 당사자들간에 대립 속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All or Nothing’이 아니라 협상과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최소한의 합리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막무가내로 관철하려는 집단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징벌이 내려져야 하고, 결국 그것은 ‘촛불혁명’을 넘어 건전한 시민들에 의한 ‘선거혁명’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남갈등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폭발 직전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매일매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핵(核)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우리 내부의 시한폭탄을 시급히 제거하는 일이다. 다행히 우리는 다가오는 4월 총선거라는 기회를 통해 성숙한 민주시민의 역량으로써, 시시각각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는 내부의 갈등요소를 낮추고 새로운 사회제도를 갖추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권오설 선생의 어록비에는 이러한 글도 함께 새겨져 있어 지금 많은 어려움에 처한 우리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격려한다.

서대문형무소 수감당시 찍은 것으로 보이는 항일독립운동가 권오설 선생 사진. ⓒ<사진으로 보는 근대 안동> '안동대 박물관' 편

“보시오, 저 흐르는 물을!

아무리 거대한 암초가 있다고 흐르는 물이 흐르지 아니하겠습니까?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있을수록 파세(波勢)는 더욱 격앙할 것이올시다.

이후의 우리 운동은 저 흐르는 물과 같이 더욱 더욱 힘 있게 진전되리라고

단언합니다.”

-1925년 <개벽> 6월호에 기고했던 글에서

 

 

신영욱/ 목사, 평화통일연대 운영위원

신영욱  ywsh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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