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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꼭 해야만 하는 걸까?' 묻는 이들에게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보는 통일(1)

통일이 먼저일까, 통합이 먼저일까

   
 
19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의 해체와 베를린 장벽의 붕괴 이후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독일의 통일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분단 민족인 우리 국민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고 독일의 통일을 거울삼아 우리도 하루 속히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염원을 더욱 강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남북한 통일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연구에서 사회 통합의 관점은 최근까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특히 통일을 종교와 관련해서 연구를 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선교나 포교의 관점에서 종교계 안에서만 논의되는 주제로 치부되어 온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우리는 좁은 의미의 종교 연구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 통합이라는 넓은 지평에서 통일 후 기독교가 담당할 역할에 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통일에 대한 연구는 여러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나 이제까지 통일에 대한 연구는 정권이 하나됨을 의미하는 정치 차원의 통합, 화폐 및 산업 구조가 단일화되는 경제 차원의 통합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나 경제 차원에서의 통합도 중요하지만, 통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을 포함한 사회 차원의 통합을 궁극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외형상으로 하나의 체제를 갖는다고 해서 두 사회의 구성원들이 공통의 이념을 가진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통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 통합 또는 사회 통합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회 통합은 정치, 경제, 또는 문화와 구별되는 다른 하위 영역의 하나로서 사회 영역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분야의 바탕을 이루는 인간 측면의 통합을 의미한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통일 후에 기독교가 담당할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통일 ‘이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통일 ‘과정’이 통일 ‘이후’의 문제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통일 후에 일어날 사회 통합의 차원을 고려하지 않고는 통일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통일 후 사회 통합의 문제를 고려하여 ‘선 통일, 후 통합’이 아니라 ‘선 통합, 후 통일’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사회 통합이라고 하는 것이 5년 또는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통일 후 사회 통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장기간의 안목으로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회 통합의 측면을 염두에 두고 통일을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현재 사회 통합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사회 통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보아야 더 폭넓은 지평에서 통일을 이해할 수 있으며, 통일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필자는 한국연구재단의 공동연구과제로 2년여 동안 통일에 대해 연구할 기회를 갖게 되어 1년 동안 새터민들의 의식을 조사했고, 또 나머지 1년 중에는 독일을 한 차례 방문하여 독일 통일에 대한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교회가 한 역할에 대해 연구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는 박영신 외, 「통일, 사회통합, 하나님나라」(대한기독교서회, 2010)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된 바 있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의 연구이고 필자가 통일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온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 간의 연구를 나누고자 하는 생각으로 몇 회에 나누어 그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통일, 꼭 해야만 하냐고 묻는다면...

연구 결과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통일을 과연 해야만 하는 일인가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보겠다. 과거에는 통일은 꼭 해야 하는 것이었고, 이에 대한 질문은 불필요했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절반의 가까운 청소년들이 통일이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경제 사정도 좋지 않은데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들까지 가세해서 더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에 대한 경제 원조와 통일 비용을 계산하며 통일에 대한 경제 측면의 부담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러한 부담 때문에 통일의 시기를 될 수 있는 대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 사회의 경제주의식 사고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많은 문제를 돈 문제로 귀결시키는 경향이 짙다. 사회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같은 시민 의식이 없이 서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반공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의 의식이 그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사회적 존재가 그 의식을 결정한다”는 칼 맑스의 주장이 옳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적 생산이나 부의 축적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모든 활동은 마땅히 능률과 효율의 경제 원리에 지향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은 수단시된다. 이것은 교육과 학문도 그리고 심지어는 통일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분단의 극복과 분단으로 인한 모든 모순을 제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금의 비정상적인 분단체제는 정치의 경직성과 경제의 비효율성, 그리고 왜곡된 사상 문화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남북한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체제이다. 실미도와 간첩 사건, 그리고 서해교전과 천안함 사태 등 분단현실에서 오는 많은 문제들로부터 오늘날까지도 자유롭지 못하며, 국가보안법, 군대 문화, 색깔론 논쟁 등 바람직한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바로 분단이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이다. 경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방비 부담 등 분단이 지속됨으로써 오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개성 공단의 사례에서 보듯이 남북한의 경제협력은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분단된 현실로 인해 경제협력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른바 ‘분단 비용’도 ‘통일 비용’에 못지않게 막대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분단 상황은 이른바 ‘남남 갈등’도 유발하고 있다. 남남갈등의 시초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야기되었다. 나그네 옷 벗기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강압보다는 화해와 협력을 통해 변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었고, 이것은 곧 ‘퍼주기 논란’을 일으켰다. 물론 무작정 퍼주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현재 북한 주민들이 처해있는 열악한 상황을 볼 때 인도주의 차원에서 최소한의 도움을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반면에 이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북한에 퍼주지 않았더라면 북한은 이미 붕괴됐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개 북한정권의 붕괴와 남한의 흡수 통합을 선호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정권이 붕괴되었을 때 일어나게 될 엄청난 혼란을 예상해야 한다. 북한 정권이 급작스럽게 붕괴되었을 때 생기는 위험 요소는 대단한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차이는 ‘북한은 소멸되어야 할 대상으로서 적인가, 아니면 함께해야 할 동포인가?’에 대한 입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남남갈등은 흑백논리에 기초한 냉전적 대결의식에 기인하는 것이다. 패권적인 강자 중심의 논리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통일은 이러한 남남갈등을 근본으로부터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종식시킴으로써 강대국들의 이권다툼의 대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북한의 민중들이 독재로부터 해방되고 인권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왜곡된 남북한의 정신문화를 회복하고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우리 민족 최대의 과제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통일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음의 글들에서는 독일 통일의 교훈, 새터민에 대한 이해, 그리고 통일 이후 교회의 역할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연구한 내용들을 하나씩 소개하도록 하겠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종교사회학)

정재영  ccyong@gsp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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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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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rius 2012-01-26 16:01:04

    통일-->사회통합-->하나님나라가 순차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이루어질 그일에 유코리아뉴스가 해야할 역활이 기대됩니다.   삭제

    • 기쁨의 땅 2012-01-20 18:22:10

      통일, 사회통합, 하나님나라(대한기독교서회, 2010)꼭 읽어 볼 예정입니다.

      독일 처럼 한쪽의 정권이 붕괴되어야 통일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겠지요?

      남북이 함께 이를 준비해야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요~   삭제

      • hephzibah 2012-01-20 18:16:19

        왜냐하면 지금의 북한정권하에서는 최소한 1/4이상의 동포들이 굶주리고 있으며
        인권을 유린 당하고 있으며 우상숭배를 강요받는 세상에서 압제받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으로 삶을 사는 것이 아닌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삭제

        • hephzibah 2012-01-20 18:11:46

          '결국 이러한 차이는 ‘북한은 소멸되어야 할 대상으로서 적인가, 아니면 함께해야 할 동포인가?’에 대한 입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남남갈등은 흑백논리에 기초한 냉전적 대결의식에 기인하는 것이다. 패권적인 강자 중심의 논리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에 대한 저의 생각은 북한 정권은 붕괴되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고 북한 주민은 함께해야할 동포로 보고 있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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