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씨가 간첩으로 기소된 핵심증거는 우성씨의 여동생 진술이었다. 여동생은 국정원이 운영하는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를 받으며 우성 씨가 몇 번 북한에 갔다왔고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받았고 남한의 탈북자 리스트를 보위부에 넘겼다고 진술했다. 여동생을 너무나 잘알고 있는 우성씨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자나깨나 여동생을 만날 수 있기를, 심지어 검찰 조사에서 대질 신문이라도 할 수 있기를 열망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변호사들도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중앙합동신문센터를 겨우 찾아내 여동생 접견을 요청했지만 ‘여동생이 원하지 않는다’는 합동신문센터 측의 반복된 답변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이나 가족 접견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6개월간 합동신문센터 조사를 받는 탈북자들에 대한 반인권적 행태도 발견했다. 우성씨의 일기에서는 그런 동생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 염려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리고 우성씨의 이 같은 괴롭고 답답한 마음 위에 축복처럼 신앙이 부어지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고난을 통해 그는 탈북자, 남북통일을 위한 하느님의 사명을 깨달아갔다. -편집자 주

2013년 2월 4일(월)

새벽에 눈이 왔다고 방송에서 들었다. 그러나 나는 잘 모르겠다. 2평밖에 안되는 작은 방에 내 숨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이곳은 항상 조용하고 밖에 세상은 나하고 상관없다.

아침에 많이 긴장된 마음으로 일어났다. 월요일 아침이어서 왠지 검찰에서 불러 조사할 것 같아서 긴장하고 있었다. 국정원에서 조사받은 후 ‘조사’라는 말만 들어도 손에 수갑을 착용할 생각만 하면 온몸에서 거부반응이 난다. 억울하고 원통하지만 나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검찰소는 마치 지옥으로 들어가는 대문인 것만 같고 나를 물속으로 자꾸 밀어가는 것 같다.

내일 아침 9시 반에 검찰소 가야 한다. 또 무슨 말도 안되는 범죄를 만들어 나한테 씌울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내일 혹시 동생하고 대질 조사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면 동생, 불쌍한 내 동생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기대된다. 동생은 어떻게 됐을까? 정신은 정상일까? 혹시 나를 알아볼 수는 있을까? 나의 머리는 복잡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후에 J변호사님이 오신다고 했는데 많이 바쁘신 듯 안오셨다. 마음이 불안하다. 혹시 그냥 귀찮다고 나를 안도와주시는 건 아닌지. 나는 요즘 바보가 되어간다. 머리는 텅텅 비었고 정신도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요즘 독감기에 며칠 몸이 많이 아팠지만 약 먹고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동생은 건강하게 잘 있을까? 혹시 아프진 않은지? 걱정이 많이 된다. 무섭고 불안한 마음에 오늘도 하느님께 기도하고 잔다.

“하느님, 이 불쌍한 아들을 구해주십시오. 동생을 보살펴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꼭 거짓말 안하고 사실을 고하여 이 엄청난 지옥에서 구해주십시오. 저를 이번 기회에 하느님의 도구로 사용하여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사람으로 써주십시오. 제발 불쌍한 저와 동생을 구해주십시오. 아멘.”

내일 동생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하며 글을 이만 줄인다. 내일 하루 또 어떻게 이겨낼지. 살아 있는 것이 너무 힘들다.

2013년 2월 5일(화)
국정원에서 지난 1월 29일 조사 끝나고 검찰에 송치되어 검찰 조사받은 지 1주일이 된다. 그런데 29일 오후 1시간 조사받고, 2월 5일 오늘 역시 15분만에 끝났다. 나의 진술거부권 주장으로 조사는 얼마 하지 못하고 끝났다. 검찰에서는 동생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내가 강력하게 주장한다. 나의 생각이 틀렸다. 검찰에서 객관적 증거를 보고 ‘정의감 있어. 맞는 거는 맞다. 틀린 것은 틀리다’라고 얘기해주는 줄 알았지만 그냥 무조건 동생 주장만 맞다고 한다.

살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친동생 거짓말 때문에 내가 동생과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됐다. 정말 생각하면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어떻게 하나밖에 없는 나의 친동생이 거짓말로 이 오빠가 간첩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가슴 아프고 원통하지만... 국정원 조사과정에서 동생이 제정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동생이 너무 불쌍하다.

어젯밤에 악몽을 꿨다. 너무 무서워서 성경책을 머리 옆에 놓고 잤다. 그리고 계속 기도했다. 하느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처럼 나는 오늘 검찰에 갔다왔지만 마음은 편하고 안정감이 들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당신과 함께 함을 믿습니다. 불쌍한 저의 동생에게도 국정원 안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사실만 고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오늘 J변호사님과 Y변호사님께서 검찰에 오셔서 조사 끝나고 함께 만났다. 처음에 J변호사님은 좀 성격이 급하고 허점이 많은 인상이었지만 당당한 변호사님이신 것 같다. 그리고 동생은 현재 합동신문센터에 있지만 그것도 만나겠다고 백방으로 다니고 계신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나의 의군이고 지금은 너무 감사할 뿐이다. 신부님, 그리고 저를 믿고 계시는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 나는 정말로 앞으로 나가면 북한 탈북자들의 인권문제와 남북한 통일문제에 앞장서며 하느님의 도구로 살아가야 하는 사명을 가진 것이라고 가슴 깊이 느낀다.

오늘도 독방에서 힘든 하루였지만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또 많은 분들이 응원해준다고 생각하니 많은 위안이 된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보답하면서 살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 2013년 2월 6일 우성씨의 구치소 일기. 그 즈음 그의 일기 속엔 하느님을 향한 간절한 기도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유코리아뉴스

2013년 2월 6일(수)
아침에 일기를 쓰다 말고 대학 친구 K 접견이 있어 나갔다. 깜짝 놀랐다. 생각지도 않은 K가 나를 보러 왔다. 어제는 J가 왔다갔다. 밖에서 많은 사람들은 내가 억울하게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며 또 희생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흔들렸다. 간첩은 아니지만 북한 왔다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변호사님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정말 나는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딱 한 번 북한에 갔다왔고 그 이후로 단 한번도 간 적 없다.

그래도 왔다간 K와 J가 너무 고맙다. 쉽지 않은 걸음이었을 텐데 그래도 나를 믿고 찾아와줬다. 평생 잊지 못할 분들이다. 매일과 같이 오던 M씨의 편지가 뚝 끊겼다. 내 생각에는 두 가지다. 첫째, 밖에서 나에 대한 안좋은 소문을 들었거나, 둘째 국정원 선생들한테서 전화받고 놀라서 안하는 것 같다. 매일과 같이 오는 편지, 나한테는 정말 큰힘이 되었는데, 안오니 기다리게 된다.

구치소 생활하면서 나의 신앙심은 몰라보게 커가고 있다. 사람은 간사하고 앞뒤가 다른 동물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힘들 때 하느님을 찾고 있는 나 자신, 또한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나의 의군, 책에서 본 것처럼 내 삶의 또 하나의 숙제를 나는 현재 풀어가고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하여 나의 신앙심은 심장에 자리잡고 있다. 나는 하느님 계심을 믿는다. 또 그분이 나를 지켜주고 함께 함을 믿는다. 오늘도 기도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당신은 이 죄 많은 아들을 버리지 않고 손을 꼭 잡아주고 함께 함을 믿습니다. 불쌍한 저의 동생이 하루빨리 지금의 상황을 깨닫고 변호사님을 만나 뵙고 사실을 고하여 하느님의 은총에 무사히 부모님, 아니 저를 만날 수 있기를 오늘도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저와 저의 동생을 이 지옥에서 구해주십시오. 나를 하느님의 도구로 써주시고 당신의 뜻을 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

K신부님께서 보내주신 성경, 요즘은 머리맡에다 놓고 잔다. 정말 마음이 편하고 잠도 잘 오는 것 같다. 오늘 동생한테 쓴 편지를 변호사님이 가져가셨다. 하루빨리 동생이 편지를 봤으면 좋겠다. 동생이 너무 불쌍하다.

엄마가 오늘은 유난히 많이 보고싶다. 그리고 불쌍한 우리 아버지, 지금은 혼자서 집에서 어떻게 계시는지? 내일 K 목사님 오셨으면 좋겠다. 며칠만 있으면 설이다. 지난번 보냈던 용돈도 아버지가 빨리 찾아갔으면 좋겠고 그걸로 혼자이지만 설 명절 잘 보내셨으면 좋겠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이 못난 아들 아버지에게 효도 제대로 못하고 중국에 오셔서까지 이렇게 마음고생 많이 시킵니다. 용서해 주세요.’
마음 아프고 쓰리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