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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공사의 출마선언에 대한 단상

북향민(北鄕民)들이 대거 입국하여 남한에서 살기 시작한 지도 어언 20여 년이 지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사회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3만3000여 명이 되는 북향민 사회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박사, 의사, 변호사, 언론인, 사업가들이 배출되고 있다.

최근 비례대표를 고사하고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태영호 전 공사의 소식도 핫하다. 북향민 출신으로 첫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조명철 의원 이후 8년 만의 국회의원 출사표 소식이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북에서 최고 엘리트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나 국회의원 출마시기와 방법은 다르다. 조명철 의원 같은 경우는 한국에 온 지 18년 만에, 태영호 공사는 4년 만에 출마를 선언했다. 여기서는 북향민의 한 사람으로 북향민의 ‘출마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을 나누고 싶다.

우선, 거시적인 관점에서 태영호 공사의 지역구 출마 선언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오래 전부터 북향민도 준비되고 때가 되면 지역구 출마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출마는 시기상조이지 않을까? 다만 본인도 각오하고 있듯이 떨어지더라도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용기와 도전은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또한 출신을 초월한 한반도 시민으로서 새로운 선거문화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다음으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태영호 공사는 한국사회에서 아직은 ‘북향민’으로 대표된다. 그런데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탓인지 그의 출사표 내용에 한국에 살고 있는 ‘북향민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렇다면 북향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특히 북향민들은 85% 이상이 북한에서 노동자, 일반인으로 살았다. 누가 이들을 위해 대표성을 가지고 일할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북향민 사회는 그런 지도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태영호 공사는 대한민국 지역구 주민들을 대표하기에도, 비례대표로 북향민들을 대표하여 일하기에도 한국에서 지내온 시간이 너무 짧다. 또한 조명철 전 의원이 검증받은 바 있듯이, 북한에서 엘리트였던 이들이 북향민을 대표해서 일을 잘할 것이라는 희망을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나 북향민들은 갖고 있지 않다. 태영호 공사가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북한주민들이나 한국에 사는 북향민 모두’에게 환영받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머리가 갸우뚱해진다.

나 역시 정치는 잘 모르지만, 18년간 한국사회에 살면서 이슈의 중심에 늘 국회가 있는 이유는 국민들의 권익을 대표하여 법을 제정하고 입안하는 곳이 국회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누군가는 가야 할 그 길을 열어감에 있어 함께 대의민주주의를 잘 배워 통일한반도에 펼쳐갈 미래를 생각한다면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20대부터 40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살아온 북향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 측면에서 ‘아직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된다.

누가 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은 자리가 ‘그 자리’이다. 태영호 공사는 “지난 4년간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였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은 낯설고 어색한 부분들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런데 나는 18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어도 낯설고 어색한 부분이 너무 많다. 과연 그의 ‘출신’과 4년도 안 되는 한국사회의 ‘짧은 정착시간’이 이번 4월 총선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평화통일연대 실행위원

박예영  ote20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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