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거의 매일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에 관련된 정보를 접하고 있다. 한중수교가 시작된 1992년 전에 중국은 경제대국도, 최신 무기를 도입할 수 있는 나라도, 대중화(中華)사상을 세계에 표방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표방한 이래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 시장과 30년 동안 연 10%가 넘는 경제 성장을 이루며 당당히 G2가 되었다. 사실상 중국 경제 성장률 연 10%의 수치는 중국 전체의 평균을 낸 수치이기 때문에 북경, 상해, 심천을 비롯한 경제특구의 경제 성장률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우주기술 분야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역사적으로는 중국 변방에 대한 역사공정을 계속 진행하여 '대중화(中華)주의'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의 발전은 도광양회(韜光養晦), 흑묘백묘(黑猫白猫)를 말하던 덩샤오핑,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말하던 장쩌민, 부국강병(富國强兵)을 내세운 후진타오를 거쳐 앞으로 10년을 이끌어갈 시진핑의 '대국의 꿈'(中國夢)으로 이어진다. 중국 어디에서나 쉽게 '대국의 꿈'(中國夢) '개인의 꿈'(个人的夢) 이라고 쓰여 있는 벽보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은 향후 10년을 그 동안 꿈으로만 생각해 왔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래 최초로 '개인의 꿈'을 언급하며, 이제는 당당히 중국인 개개인들의 꿈을 꾸라고 한다. 물론 개인의 꿈은 중국 대국의 꿈보다는 선행할 수 없지만 지난 과거를 들여다 보면 매우 발전된 상황인 것이다. 즉 국가와 개인의 꿈을 연결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려 하는 것이다. 30년 경제 개혁 개방의 성공은 중국 대국의 꿈을 이루게 될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으며, 지금 현실의 중국 내부의 중국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보면 매우 안정적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 구글맵에서 본 중국과 한반도 ⓒ유코리아뉴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국 바로 옆에 위치하여 정치적, 군사적 영향을 받고, 중국을 상대로 535억 달러의 흑자(2012) 기록할 만큼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으며, 역사적으로 양국간 과거의 역사뿐 아니라 동북공정으로 이어지는 역사 왜곡의 문제에 직면하여 있다. 이제 사회 모든 분야에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중국을 우리가 어떠한 관점에서 보아야 하며, 대국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10년 동안 우리가 기울여야 할 노력은 무엇인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과 정확히 130년 전 갑신정변이 일어날 당시의 상황을 비교하여 보자. 갑신정변은 1884년 (고종 21)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 등의 급진개화파가 근대문명을 빨리 받아들여 근대국가를 이룩하고자 한 자발적 근대화 운동이었다. 갑신정변은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민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 위로부터의 개혁이었고, 청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일본에 의존하였다가 삼일천하로 끝나고 만다. 이 실패한 정변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처하는 한국의 자세이다. 130년 전 19세기 개화기 한국을 둘러싼 국제질서는 기존의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붕괴되고 서구 근대국제질서에 편입되는 급격한 전화기로서, 당시 한국에게 있어 주변 열강의 간섭과 침략으로부터 국가적 독립과 자주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절박한 과제였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급부상은 국제질서를 재편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둘째는 급진개화파가 주장한 내용의 핵심이다. 그들은 근대문물을 앞세워 우리나라의 각종 이권을 나누고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통째로 삼킬 수 있을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열강과의 우리 나라의 정치적 관계를 직시하였고, 당시 수구파가 친청, 친일, 친러파로 나뉘어 주장만을 앞세울 때, 어느 외세에도 의존하여서는 안되며 우리 스스로 우리 나라를 지키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는 자강론을 주장하였다. 130년이 지난 지금 우리 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딛고 G15의 경제강국이 되었지만 수출지향적인 경제구조와 약한 군사력, 적은 인구, 지정학적 위치, 한국전쟁 이후의 분단과 미국의 원조 등을 이유로 자강과 자립보다는 선진국 의존적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당시 몰락하는 청나라와 떠오르는 일본이었다면 지금은 그 반대 상황이라는 것이다.

위와 같이 역사를 되짚어본 것은 한중관계도 역사적인 맥락에서 접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 속의 한중관계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든 그렇지 않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종속관계였다. 현재의 한국과 중국은 1992년 한중수교 이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국방 등 거의 모든 분야에게 전략적 협력관계 내지는 파트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으로 체결된 '한중 미래비젼 공동성명'으로(2013.6.27) 양국은 역사 이래로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중관계의 미래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상시나리오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하여 볼 수 있다. 첫째는 현재와 같이 오랫동안 협력관계 내지 대등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는 과거 역사의 반복으로 미국을 상대로 아시아 패권을 빼앗아 오려는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압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종속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셋째는 한중관계의 갈등 심화로 정치적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한중 관계를 지속적인 협력관계, 파트너 관계를 이상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골드만 싹스에서 예측하는 것처럼 GDP를 구매력 평가지수로 계산한다면 중국은 2023년엔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세계 제 1의 외환 보유국이며, 채권국가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대중화사상을 바탕으로 국가 결속력을 다져나갈 것이다. 중국은 10년, 15년이라는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무대에서 미국과 대등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고 내부적으로도 발전위주의 모습보다는 안정과 균형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중화사상에 비추어 내부적 통일과 안정화 단계에 이르면 한중관계는 갈등과 전쟁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 영원한 친구가 없듯이 한중관계가 득보다 실이 많아지는 경우 전략적 협력관계는 언제든지 경제적 종속으로 대별되는 상하종속 관계로 강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의 키워드는 기술, 세계화, 통일이다. 그 동안 기술과 세계화로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앞으로의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통일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 남과 북이 갈라진지 70여 년이 되면서 국민들은 분단을 기정사실화하고 젊은이들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반문한다. 지금도 잘 살고 있는데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고 통일을 해야 하는가? 통일된다면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 통일 후 벌어질 사회적 불안과 갈등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만을 요구할 뿐이다.

통일은 우리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많은 중국전문가들은 지난 30년과 마찬가지로 10년 후 중국은 중국의 꿈을 이루리라 예상한다.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는 느긋할 수 없다. 10년 후에도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민심의 분열과 남북대립〮 갈등의 심화가 지금처럼 지속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먹고 사는 문제에만 급급한다면, 그 결과는 100년 전 국제 정세를 읽지 못하고 정쟁만을 일삼다가 나라를 빼앗긴 조선의 우를 또 범할 수도 있다.

한국은 한국의 꿈을 꾸어야 할 것이다. 그 꿈은 통일의 꿈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국제 정세를 바로 읽고 통일한국에 대한 실리적이고 실질적인 계획과 접근이 필요하다. 인구 7000만 통일 한국이 되는 청사진을 바탕으로 남한이 먼저 경제협력과 대북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는 무조건 퍼주기식의 도움이 아닌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고 경제분야에서부터 보다 적극적이고 긴밀한 협력을 이루어나가야 한다. 바짝 마른 땅에 봄비가 내리면 어느새 땅은 촉촉해진다. 민심이 통하고 서로의 처지가 이해가 되는, 서로가 가진 것을 동경하여 보다 유기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10년 후에 완벽한 하나의 정치적인 통일을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연결고리로 남과 북이 끈끈하게 묶여 있어 한반도의 경제와 안보를 위해 공동 대응하는 긴밀한 파트너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통일의 꿈을 통한 한반도의 자강(自强)만이 엄청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과 대등하고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길임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새롭게 도약하는 한반도를 기대할 수 있는 길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최재덕·베이징대 정치학 박사, 전북대 강사

최재덕  jedek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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