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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00℃] 코로나19를 대하는 북한의 자세

[편집자주][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비정치적인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전염병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서 이런 상상을 해봤다. 만약 주인공이 백신을 찾지 못한다면 지구 상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자는 누구일까. 권력의 최상층에 있는 대통령? 부의 정점에 있는 재벌들?

재난 영화에선 대부분의 경우 주인공이 해법을 찾아내니 지구 종말 상황까지 가지는 않지만, 흥미로웠던 것은 '생존 리스트'에서 북한을 꽤 상위권에 놓는 영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재난 영화 '월드 워Z'(World War Z, 2013년)다.

'월드 워Z'는 원인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세계 곳곳이 좀비들에게 점령당하자 주인공이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잠깐 언급되는 수준이긴 하지만, 지구 상에 좀비에게 감염되지 않은 장소로 두 곳이 거론되는데 바로 이스라엘과 북한이다.

이스라엘은 이상 징후를 감지하자마자 성벽을 높이 쌓아 좀비의 출입을 막는 데 성공한다. 북한은 국경 방어를 하는 동시에 주민 2300만 명의 이빨을 하루 안에 뽑아 감염에 대비한다. 이가 없으면 좀비가 되어도 다른 사람을 물 수가 없으니 감염시킬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라면 이 정도 잔인한 수단쯤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만들어낸 설정일 것이다.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혈육도 주저 없이 죽이는 지도자니, 외부 눈에 북한은 여전히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잔혹한 국가'일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이때 실제 북한에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한국이 감염자 수 세계 1, 2위를 기록하던 때에도, 감염자 수가 전 세계 117개국에서 12만여 명(12일 기준)이 넘은 지금도 북한은 '감염자 0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북한이 이례적이라 할 만큼 대응하기는 했다. '국가 존망과 관련된 문제'라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외국인 관광객 입국도 일찍이 금지했다. 주민들에게는 개인위생 관리를 당부하고 공공장소 소독도 철저히 하는 모습이다. 초중고생 개학도 연기됐고 평양 주재 외국인 포함 약 1만 명을 격리했다고 한다.

겉으로만 보면 북한은 코로나19를 완벽히 통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로 서한까지 보내고 정말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군사훈련 지도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의료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북한이 사스와 에볼라, 메르스가 창궐했던 이전에도 전염병 관련 자국의 실태를 밝히지 않은 탓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요청하고 정치국 확대회의를 여는 등 현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금 더 재빨리 문을 걸어잠갔을뿐 격리 위주의 대응 방식도 그대로다.

지난 2006년 북한에서 대규모 홍역이 발생했을 때는 격리된 사람들에게 식량이 전달되지 못해 굶다가 도망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식량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까, 자연 치유밖에 기대할 게 없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솔직히 지난달 내내 단 한 명이라도 '북한 확진자 발생 공식 확인' 뉴스를 내심 기다렸다. 확진자 발생을 공식 인정한다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감염된 주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뜻일 것 같았다. 국제사회에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영화에선 브래드 피트가 좀비에 대항할 해결책을 찾으면서 전 세계가 악몽에서 벗어난다. 만약 실패했다면 마지막 감염지는 북한이 되었을까. 현실에서는 지금 이대로라면 북한이 '감염자 0명'의 마지막 '청정 지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그게 북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빨을 다 뽑아서라도 주민들의 좀비 감염에 대비한 영화 속 북한이 현실의 북한보다 더 인간적일지 모른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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