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또 다시 ‘김정은 위중설’이 등장했다. 환율은 급등하고 코스피는 출렁였다. 뉴스의 출처는 ‘미국 관리’다. CNN이 가장 먼저 보도했다. CNN은 이 관리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위중설의 근거는 김일성 주석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 행사에 불참한 것이다. CNN은 “김 위원장이 태양절 행사에 보이지 않은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전문가들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같은 CNN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며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도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CNN 기사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수술 이후 건강 이상이 있다는 첩보를 미국 관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이라며 “특별히 확인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NK>는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의 전용병원인 향산 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특각에 머물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CNN 기사가 인용한 미국 관리는 이 같은 <데일리NK> 보도에 근거했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CNN은 최초 보도 이후 “김 위원장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건 잘못된 정보일 확률 크다”며 기사 일부를 수정했다.

공교롭게도 영국 <가디언>은 이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프로파간다를 이어갈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후계자”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김여정이 보여줬던 역할들을 소개하며 “김 위원장의 국내외 활동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신뢰받는 정치인”이라는 캐나다 시드니 국제경영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설명했다. 하지만 리프-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에 무슨 일이 생겨도 김여정이 북한 정상의 역할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관련 20일자(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 <가디언> 화면 캡처.

일본의 고노 다로 방위상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도는 알고 있다. 여러 정보가 있으나 지금 코멘트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3월에도 4번 발사하는 등 미사일 기술 고도화를 도모하고 있어, 김 위원장의 동향은 일본의 안전 보장 환경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이터>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현재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중설은 2014년 가을에도 등장한 바 있다. 꽤 심각했었다. 국내 신문·방송마다 마치 경쟁하듯이 김정은 관련 ‘속보’, ‘단독’ 기사를 쏟아냈다. 심지어 쿠데타, 구금설까지 나돌았다. 기사의 근거는 증권가 찌라시, 탈북자 전언 등이었다. 당시 김정은은 30일 넘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CCTV, 로이터 등이 잇따라 “평양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다”는 속보와 함께 10월 14일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등장하자 ‘김정은 위중설’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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