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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를 향한 4.15 총선의 교훈

4.15 총선의 결과는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총선투표율은 28년 만에 최고 66.2%였다. 여당을 향한 표심은 기대 이상이었고, 제1야당을 향한 표심은 기대 이하였다. 혹자는 지역주의의 부활이라 평가하지만 가당치 않은 평가이다. 미래적인 비전 없이 과거로만 회귀하려는 정치인, 국민에게 감동을 줄만한 정책개발 없이 비판만을 일삼는 정치인, 자존적인 품격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막말을 주저하지 않는 정치인, 실체와 상관없이 상대를 깍아 내리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정치인, 우리의 국격을 폄하하고 강대국에 대해서 사대주의적으로 의지하려는 정치인 등은 더 이상 정치할 수 없다는 국민의 단호한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일부 목회자들, 특히 원로로 행세하는 분들 가운데 총선에 함부로 훈수하며 편향된 자기 입장을 강요했던 분들은 자기반성과 함께 앞으로는 교회를 위해서 침묵해야 할 것이다. 시대착오적이고 비상식적인 그들의 정치 논평은 그나마 교회에 머물러 있던 청년들을 교회 밖으로 내몰고, 교회 밖에 있으나 교회에 관심을 가지려는 청년들에 대해서는 교회로 들어오려는 것을 막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교회가 신앙의 후속세대를 상실한다면, 과연 미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4.15 총선에서도 기독을 표방하는 기독자유통일당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 당은 기독교의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기보다 교회의 집단이기주의를 주장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보증하는 자신의 절제된 자유를 행사하기보다 누구라도 부정하는 막가파식의 자유를 행사했다. 원수라도 용서하고 화해해서 평화통일에 이르려 하기보다 지금 이대로의 긴장과 대립도 좋으니 통일은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하나님은 인류 전체의 하나님이신데 이슬람교도를 배제했고, 예수님은 모든 사람의 구원자이신데 성소수자를 차별했다. 기독의 이름으로 출발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기독교 본질과 상관없이 기독교 연고주의에만 의지해서 권력을 얻고자 노력했다. 결과는 지난 총선보다 0.8%가 낮은 1.83%의 표를 얻는 것으로 끝났다.

향후 한국교회는 기독교의 이름으로 정치하겠다며 나서는 집단을 방조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오류와 이해관계로 채색된 기독정당의 오판이 기독교의 오판이나 하나님의 오판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파도 좌파도 아닌 하나님이 특정 정파의 하나님이 된다는 것은 다른 정파에게는 하나님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기독정당의 존재는 공공선을 위한 다른 종교와의 협력을 배제할 뿐 아니라, 권력을 향한 경쟁으로 인해서 종교 간의 긴장과 갈등을 야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가 정치다운 정치로 되지 못한다면, 국민화합을 도모하기보다 사분오열을 초래한다면, 평화를 만들기보다 전쟁으로 치달으려 한다면, 정의를 세우기보다 부정부패불의로 범벅이 된다면, 국민을 섬기기보다 억압과 착취를 일삼는다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귀한 인간의 인권을 위협한다면, 그때는 교회가 침묵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때는 교회가 하나님의 예언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가 정치를 통해 자기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이나 군림하는 권력자가 되려는 것은 마귀의 유혹임을 알아야 한다.

역대 총선이 끝날 때마다 국회의원들의 종교상황을 보면, 개신교와 가톨릭을 합한 기독교 신자의 비율이 전체의 2/3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국회가 자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정책 논쟁 없이 온몸으로 싸우는 동물국회로, 세비만 받아먹고 여행이나 다니는 먹튀국회로 변질되는 것은 기독교인 정치인들이 자신의 기독교적인 정체성을 드러내기보다 소속된 정당의 당리당략에 머물러 권력획득에만 집착한 결과라 여겨진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기독교인의 자기 정체성을 갖고, 기독교의 보편 가치인 정의, 사랑, 평화, 약자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 타자에 대한 배려와 환대, 생태환경에 대한 청지기적인 책임 등을 실현하기 위해 자기를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기독교인 정치인을 도전하고 양성하는 일, 그래서 좋은 정치를 만드는 일을 최선의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종훈/ 연세대 교수, 평화통일연대 공동대표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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