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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6.25 때의 민낯 응대할 용기 지녀야”NCCK, 한국전쟁 이후 70년 돌아보는 신학포럼 개최

“한국교회가 냉전과 공안통치 시기에 통일 운동의 선구적 활동을 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나, 여전히 한반도 통일선교의 돌파구를 마련하진 못하고 있다. 그런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88선언>에서 선포했던 ‘통일희년’에 관한 실질적인 교회적-사회적 전환점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김희헌 향린교회 목사(기장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장)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80년대 보여준 한국교회의 예언자적 모습이 이후 확장되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토대로 나온 말이다. ‘한국전쟁 70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란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한국교회가 그동안 한국전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 왔는지 성찰하며 과제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가 주최한 포럼이 개최됐다.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포럼에선 ‘한국전쟁 70년,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란 주제로 한국교회의 분단 이데올로기를 반성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가 무엇일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코리아뉴스

이날 ‘민족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소명’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김희헌 목사(기장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장)는 80년대 이후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이 예언자적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성장주도적 선교활동에 매몰되고, 정부 차원의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이 상대적으로 퇴색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의 화해 통일운동을 구상하는 데 이 두 점을 염두에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목사는 “우선 기독교 통일 운동의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풀뿌리 평화운동으로, 자본과 기업의 활동이 유발하는 공동체적 삶의 파괴에 맞설 상상력 있는 대안 체제 운동으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평화운동 전개에 있어 국가의 독점적 역할을 해체하고 민이 자기 주도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의 지역화’를 강조했다. 경색된 남북관계도 교회가 나서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또 한국교회의 선교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며, “전도(선교 1.0)와 해외선교(선교 2.0)에서 눈을 돌려 평화운동을 새로운 모델로 삼아 ‘선교 3.0운동’을 전개해가자”고 제안했다. 코로나발 뉴노멀에 대한 구상이 한국교회의 선교와 연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단이나 연합 기구처럼 큰 단위가 아닌 작은 교회가 참여하며 시민사회나 이웃 종교와도 연대하는 방식, 일방적 대북지원이 아닌 대북 협력 사업으로의 전환 등을 강조했다. 

홍순표 감리교신학대 외래교수는 ‘한국교회의 한국전쟁 인식과 역사적 반성’이란 주제로 한국교회의 지난 70년 역사를 되돌아봤다. 홍 교수는 “해방 후 기본적으로 반공 입장을 취해왔던 한국교회는 한국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과 국제종교기구들에 도움을 요청했고, 전쟁 막바지까지 북진통일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국기독교연합회(현 NCCK)가 주최한 ‘북진통일기원대회’에선 세계교회를 향해 한국교회의 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그러다가 70년에 오면서 한국교회의 ‘반공’이 ‘승공’으로 바뀌었다. 홍 교수는 “남한 사회와 교회가 공산주의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기독교 내에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공을 위해 공산주의 사상이 무엇인지 배우는 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홍 교수는 “이런 현실이 더욱 맹목적인 반공을 강화하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NCCK를 중심으로 한 한국교회가 반공주의와의 결별하게 된 기점은 ‘88선언’이었다. 1988년 2월 29일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37회 총회에서 총대들은 만장일치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선언’을 채택했다. 한국전쟁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크게 바뀐 이 선언에는 그동안 반공 이데올로기와 공산정권 적개심에 사로잡혀 이념을 달리하는 동포를 저주한 죄를 고백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의 죄책 고백에는 80년 광주의 비극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교수는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을 달리한 한국교회는 통일운동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섰으나, 이러한 역사인식의 전환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을 중심으로 1989년 4월 한기총이 설립되어 기존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답습해왔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한국전쟁의 비극적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가 보여준 부끄러운 민낯을 응대할 용기를 지닐 것과 평화와 공존의 길을 모색했던 대안적 겨자씨의 역사를 발굴할 것”을 제시했다. 

‘분단체제, 젠덤관점에서 본 한국교회’란 주제로 발제한 이문숙 목사(NCCK 여성위원회)는 “한국교회가 근본주의 성서해석의 토대와 6.25 전쟁의 피해의식의 토양 위에 반공이데올로기와 분단적 사고, 군사주의 문화를 거침없이 이식했다”고 지적하며, 그 결과 한국교회 내에선 “목회자와 신도 간의 지배-복종이라는 위계가 전혀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며, 교회와 많은 남성 목회자들은 국가의 독재자가 그랬듯, 교회 여성들에게 초월적 위상을 과시해왔다”고 밝혔다. 목회자에 대한 불순종이 불신앙의 증거가 되는 분위기 속에 여신도들은 봉사하고 헌신하는 역할만 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받았다는 것. 

이 목사는 “분단상황에 대한 반공적 교회담론은 목회자가 주도했고 가부장적 위계구조 속에서 복종과 순종을 신실함의 척도로 삼게 된 교회 여성들은 북한을 악마시하는 목사의 가르침과 선동에도 압도되었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이 목사는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끓어오르고 있는 동성애 혐오가 여성에 대한 차별, 혐오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분단상황에서 새긴 분리적 사고와 힘의 논리가 공산주의와 생물학적 여성보다 더 만만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 현재 한교총 등 보수 개신교측은 성별과 장애, 인종, 성적 지향 등이 차별 핑계가 되지 못하도록 막는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막고자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NCCK가 포함된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은 이번 포럼에서 논의한 내용을  반영해 오는 25일 '한국전쟁 70주년 한국기독교 평화호소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평화 호소문에는 한국 기독교는 물론 남북한 정부와 동맹국, 세계교회, 시민사회 등을 향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요구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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