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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무관심, 정치화 아닌 그리스도인의 공적 책임 필요한 때”부산중앙교회 최현범 목사(부산 기윤실 공동대표) 인터뷰

“정치적인 무관심과 정치화, 이 두 가지를 다 비판하고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을 이야기하는 게 바르멘 선언이다. 만들어질 당시에는 반 나치 운동이었다가 고백 교회의 선언이 됐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독일 모든 교회에 사회윤리 교범이 됐다. 한국교회에도 이런 선언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진영 논리가 너무 심하고, 양극화돼 있다.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나 토론이 안 된다.”

부산중앙교회 최현범 담임목사(부산 기윤실 공동대표)는 한국교회의 양극화를 우려하며, ‘정치적 무관심’, ‘정치화’가 아닌 ‘공적 책임’을 감당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교회의 공공성’과 ‘공적 신앙’이 이슈로 떠오르기 전부터 묵묵히 현장에서 이를 실천해 온 목회자이기에 그의 말에 더욱 힘이 실렸다. 1945년 설립돼 부산에서도 보수적인 교회로 정평 나 있던 교회가 탈원전 등 사회선교에 관심 갖고 적극 나서도록 이끈 최 목사를 지난 19일 부산중앙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최현범 목사(부산 기윤실 공동대표)는 서울대 독어교육과와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보쿰대학에서 조직신학과 기독교윤리로 신학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故옥한흠 목사의 권유로 2003년 부산중앙교회에 부임해 현재까지 사역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Q. 독일로 건너가 공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내가 76학번이다. 학생들이 매일 데모하던 유신헌법 시절이었는데, 나는 한 번을 안 했다. 그만큼 보수적인 신앙이 있었다. 그러다 1987년 신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데모를 했다. 6.29  바로 전이었다. 총신대가 학내 문제로 데모를 하긴 했어도 사회적인 문제로 데모하긴 처음이었다. 대학 다닐 때는 한 번도 안 하다가, 목사가 되겠다고 신학교에 가서 데모를 시작한 거다. ‘왜 나는 그동안 데모를 안 했을까? 내 신앙엔 어떤 문제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 그때 사랑의 교회 젊은 교역자들이 모이면 ‘국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가 전하려고 하는 복음과 데모를 통해서 민주화를 이루겠다고 하는 열망 사이에 연결 고리가 없었다. 민주화나 정의가 중요해졌는데, 내가 배우는 신학에는 그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는 거다.  어느 순간에 벽에 부딪힐 것 같더라. 마침 길이 열리기도 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독일에 갔다. 

Q. ‘공공신학’이 그때 찾은 답 중 하나겠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배운 ‘공공신학’을 보수성이 강한 교회에 어떻게 적용했나?

액션 이전에 교인들이 자기 신앙 속에서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 신앙 속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설교에서 그런 내용을 계속 얘기했다. 절기, 특히 국가와 관련된 절기 땐  국가와 정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신앙이 교회 안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가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설교다. 설교에는 전혀 그런 것들이 언급 안 되는데, 갑자기 무슨 액션을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제직 수련회 같은 게 있으면 부흥회를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강사를 섭외하고,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 훈련 커리큘럼에도 관련 내용을 담았다. 지금은 없지만, 오후 예배가 있을 땐 사회선교아카데미를 하기도 했다. 통일, 탈북민, 노인 복지, 장애인 복지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Q. 그러한 노력이 교회의 탈원전 운동으로 이어진 것인가? 

내가 부산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 대표로 있으니까 우리 교인들이 많이 참여했다. 목장에서 현장에 가서 피켓 들고 시위하기도 하고. 물론 그 전에 반핵까진 아니더라도 원자력 발전소는 지양해야 한다고 설교를 계속했다. 전에는 교회가 너무 정치에 무관심하고 무책임해서 그걸 깨우려고 했는데, 지금은 한국 교회가 너무 정치화되어 있다. 그걸 자기 정치라고 생각 안 해, 신앙이라고 생각하지. 독일의 바르멘 선언이 비로 이런 부분을 다루고 있다. 정치적인 무관심과 정치화, 이 두 가지를 다 비판하고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을 이야기한다. 독일 교회는 황제 시대에 너무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나치 시대에 더 정치화된 측면이 있다. 그 가운데 이데올로기에 오염되지 않고 세워진 게 바로 바르멜 선언이다. 만들어질 당시에는 반 나치 운동이었다가 고백 교회의 선언이 됐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독일 모든 교회에 사회윤리 교범이 됐다. 

부산중앙교회는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위한 서명 운동에 전체 교인의 80%가 참여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탈원전 운동에 참여했다. 단순히 서명에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교인들이 원전과 비슷한 해외 사례에 대해 공부하며, 반핵 부산시민 대책위원회의 고리 1호기 폐쇄 캠페인에도 소그룹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2015년 6월 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는 고리1호기 폐쇄를 결정했다. 사진제공. 부산중앙교회

Q. 한국 교회에서도 비슷한 선언이 나올 수 있을까?

선언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는 진영 논리가 너무 심하고, 양극화돼 있다. 손봉호 교수님 같은 분들도 굉장히 보수적인 분인데, 큰 교회를 많이 비판하니까 빨갱이라고 하지 않나. 굉장히 불건전한 사회인 거다.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나 토론이 안 된다. 2013년에 부산에서 WCC (세계교회협의회) 총회가 열렸다. 그때 독일에서 지도교수님 동생이 총회 참석차 왔는데, 한국처럼 심하게 반대하는 나라는 처음 본다고 하더라.

Q. 부산이 특히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하지 않나. 

부산만 그런 게 아니라, 합동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이 그런 분위기다.  최근엔 차별금지법 때문에 다 들고 일어나지 않나. 난 동성애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진 않는다. 한국교회가 동성애에 대해 진짜 동성애의 참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하면 좋은데, 동성애를 완전 괴물로 만들고 있다. 차별금지법 반대가 교회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거짓말도 한다. 신앙의 논리를 떠나 있다. 

Q. 교회의 공적 책임 중 하나로 통일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독일에서 군사 분계선을 넘으면서 내가 그렇게 기도했다. “동서독을 통일시켰는데 왜 한국은 통일이 안 됩니까, 우리도 통일시켜주세요”라고. 그런데 지금은 통일 얘기를 되도록 적게 했으면 한다. ‘통일’ 하면 남쪽이나 북쪽이나 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나. 북한이 ‘통일’ 얘기하면 남한에선 ‘적화통일’하려고 한다고 하고, 남한에서 ‘통일’ 얘기하면 북한에선 ‘흡수통일’로 받아들인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도 똑같았다. 2차 세계대전 끝나고 서독 보수정권은 할슈타인 정책을 펼쳤다. 서독과 외교 관계를 맺으려면 동독과 관계 끊으라고 힘의 정치를 펼친 것이다. 동독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고 했다. 그러다 빌리 브란트가 집권하면서“우리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단의 평화적인 관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게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통일을 얘기하다 보면,  전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많아진다. 

Q. 한국교회에 북한이 붕괴하면 흡수통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1989년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년 뒤에 독일이 통일됐다. 그 사이 1년 동안 동독은 선거를 치렀고,  ‘즉각 통일한다’라고 내세운 정당이 다수당이 됐다. 흡수 통일은 아니었다.  북한도 주권국가인데, 너무 피상적으로 통일을 바라본다. 문재인 정권도 자꾸 민족을 강조하는데, 분단이 고착화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그러는지 몰라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일 국가라고 생각하니까 ‘우리 민족이 인권 탄압받고 억눌려 사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있냐’ 이렇게 되는 거다.

최 목사는 교인들이 공적 신학의 기반을 갖도록 통일, 탈북민, 노인 복지, 장애인 복지 등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중앙교회

Q. ‘분단의 평화적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실질적으로, 북한이 주권 국가라는 것을우리 국민들이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싸운다. 세상에서도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뭘 잘못하거나 해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 안 한다. 근데 형제라고 생각하면 가만있지를 못한다. 막 간섭하려고 한다. 북한이 우리와 형제인가? 언어와 핏줄이 같고, 인종이 같을 뿐이지 먼 사람들이다. 국가 대 국가로서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하면 안 되는 일과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 그게  평화적인 분단관리다. 동서독이 그렇게 했다.  서독은 할슈타인 원칙을 다 없애버리고, 동독과 수교하는 나라와도 수교를 맺었다. 그러면서 물밑에선 동독을 도와줬고. 동독에서 서독 TV를 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과정에서 돈이 안 들어갔겠나. 물밑에서 그런 일들을 진짜 지혜롭게 잘한 거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자존심이 강하니까, 그걸 다 배려해주면서. 근데 우리 정치는 하고 싶은 말을 다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Q. 국내에 있는 탈북민들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북한 출신 사람들의 사고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사회 체제라는 것이 한 인간의 인격이나 사고방식, 삶의 양태를 형성하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하지 않나. 우리가 언뜻 생각할 땐 ‘북한이 싫어서 넘어왔으니까, 북한의 방식을 싫어하겠지’ 하지만, 이미 자기 안에 굳어져 있는 것들이 많다. 그게 남한 사회에 맞지 않으니까 힘든 거고. 그리고 우리는 여기 가족들과 친척들이 있어서 혹시라도 잘못되면 도움도 받고 의지할 수 있지만, 이 사람들은 그게 없다. 그러니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하면 그리로 가버리고, 누가 조금만 잘해주면 확 기대려고 한다.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사회가 이런 사람들은 포용할 수 있도록 그릇이 커져야 한다는 거다. 진영 논리와 양극화는 반대로 좁아지게 만든다. 독일이 지은 죄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굉장히 포용적인 사회다. 우리가 하나하나씩 닮아 가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정말 복음적인 열정을 가진 모습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교회가 통로가 돼 사회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정지연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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