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
다시 생각하는 핵과 평화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지난 2017년 노벨평화상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이 수상했다. 영어 약자로 ICAN, 즉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뜻의 단체다.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es)가 핵심 회원인 단체로 사실상 3년 전 노벨평화상은 “모든 핵무기는 하나님 앞에서 죄”라고 일찍이 선언한 세계교회가 수상한 것과 다름없다.

이 단체가 무슨 공헌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는지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ICAN의 기여는 현재의 핵확산금지조약(NPT,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을 대체하는 핵무기금지조약(TPNW,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을 성사시킨 것이다. 요지는 핵의 ‘확산’ 금지에서 핵 ‘무기 자체’의 금지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노벨상위원회가 선정 이유에서 밝혔듯이, ICAN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노력에 새로운 방향성과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현재 세계 핵무기 관리구조는 1970년에 발표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이다. 이 조약은 당시 핵을 보유하고 있던 5개국(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이 먼저 성실히 핵무기를 축소할 것과 나아가 다른 국가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약속한 국제조약이다. 하지만 이 조약이 발효된 지 반 세기가 지난 지금 지구상 핵무기의 축소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오히려 새롭게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NPT 체제는 핵무기의 폐기는커녕 핵무기의 확산 방지에도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지뢰금지조약이나 집속탄금지조약처럼 ‘시민의 힘’으로 각국 정부를 압박해 핵무기 확산의 금지가 아니라 핵무기 자체를 금지하는 조약을 만들어 이를 통해 핵무기 폐기를 실현하자는 아이디어가 탄생했고, 이 아이디어가 바로 핵무기금지조약(TPNW)으로 열매를 맺어 그것에 앞장선 ICAN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북핵을 반대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지지한다. 그런데 우리가 북핵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북’핵이 아니라 북‘핵’이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북이 가져도 안 되고 이 지구상 그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 그것이 수미일관(首尾一貫)한 논리이고, 그것이 기독교 신앙의 요청이다. 핵과 기독교 신앙은 양립할 수 없다.

핵은, 일본의 시민과학자 다카키 진자부로(高木人三郞)의 말처럼, 절대로 지구 위에서 태워서는 안 되는 ‘하늘의 불’이다. 밤하늘에 ‘불(별)’이 빛나고 있다.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거기에는 생명이 살지 못한다. 생명이 있는 세계에 핵이라는 불은 치명적이다. 핵은, 무기든 발전이든, 평화와 같이 갈 수 없다. 원자로는 본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가 아니라 핵폭탄의 원료를 추출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였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세계의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는 입구에 불과하다.

1945년 7월 16일 미국의 뉴멕시코주 ‘죽음의 여행’이라는 이름의 사막에서 첫 번째 핵폭탄 실험이 실시되었다. 상공 9㎞까지 거대한 죽음의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실험의 책임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힌두교 경전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저도 모르게 이렇게 탄식했다. “이제 나는 죽음, 곧 세계의 파괴자가 되었다.” 현재 지구촌에는 약 2만 기의 핵탄두가 발사 대기 상태에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진 지 75년이 되었다. 아직도 인간은 핵을 가지고 신이나 되는 것처럼 세상을 지배하려 든다. 성서의 말이다. “사람아, 두로의 통치자에게 전하여라. 나 주 하나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의 마음이 교만해져서 말하기를 너는 네가 신이라고 하고 네가 바다 한가운데 신의 자리에 앉아 있다고 하지만, 그래서, 네가 마음속으로 신이라도 된 듯이 우쭐대지만, 너는 사람이요, 신이 아니다.”(에스겔 28:2)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 평화통일연대 전문위원

장윤재  shalom@ewha.ac.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