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내 친구는 간첩이 아닙니다’라는 글이 한 탈북 청년의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1심에서 간첩혐의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에 검찰이 제기한 증거가 위조라고 밝혀지면서 논란이 된 유우성씨를 돕기 위한 청원 내용이었다.

‘우리들의 친구 유우성의 간첩혐의 무죄를 주장하는 고향 친구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된 그 글엔 “그와 오랫동안 함께 알고 지내온 저희들은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국사람이든, 북한사람이든, 한국사람이든, 그 누구에게도 간첩이라는 죄를 뒤집어 씌워서는 안되며,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는 마땅히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2014년 3월 14일 유코리아뉴스 기사 “내 친구는 간첩이 아닙니다!” 참조).

탈북청년 10여명이 시작한 일이다. 그 중의 한 명인 박요셉(Tribeca Film Institute Teaching Artist)씨를 19일 오전 서울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인터뷰에서 그는 “사회적으로 한 사람을 죽이려 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우성씨가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말 것 같아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우성씨가 만약 간첩이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데 간첩으로 몰았다면 당연히 국정원이 처벌받아야 한다”면서 “이 사건이 정의롭지 않게 끝난다면 대한민국은 정통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내 친구는 간첩이 아닙니다' 청원캠페인을 시작한 박요셉씨는 "우성씨 사건이 정의롭게 끝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정당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요셉씨 제공

국정원에 맞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박씨는 “진보나 보수 모두 기득권으로써 자기 이익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엔 정의로운 사람이 너무 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씨와의 일문일답.

-‘내 친구는 간첩이 아닙니다’ 청원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3월 10일 저녁에 한 기사(유우성 강제출국을 촉구하는 탈북민 기자회견. 여기엔 29개 탈북단체들이 망라돼 있다)를 보고 잠을 못잤다. 다음날 아침 강룡(탈북 청년. ‘내 친구는 간첩이 아닙니다’ 청원운동 공동 참여자) 형한테 전화를 했다. 나는 우성씨와는 별로 친하지 않다. 행사장에서 두어 번 본 게 전부다. 하지만 강룡 형은 우성씨와 친했다. 같은 학교 출신에 같이 활동도 하고 그랬다.

남한 사회 분위기라는 게 탈북민들이 북한에 대해 얘기하면 그냥 믿어버리는 분위기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탈북자들이 우성씨를 간첩으로 말하면 남한 사회가 그냥 믿어버릴 것 아닌가. 법적이 아닌 사회적으로 한 사람을 죽이려 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우성씨는)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말 거다. 그렇게 말하니까 형이 “안그래도 지난해부터 청원캠페인을 하고 싶었는데 동조자가 없어서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다.

-청원캠페인 참여율은 어떤가?
2년 전 ‘Save My Friend'(탈북자 강제북송 반대) 캠페인 때는 3일만에 1만 3000명, 10일째 되니까 10만 명이 서명했다. 그런데 이번 캠페인엔 아직 190명밖에 참여를 안했다.

-2년 전 캠페인보다는 훨씬 저조한데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남한을 비롯해 일본, 유럽, 미국, 남미 등 각 나라 언어로 이 문제를 짚어나갈 것이다. 국가, 그러니까 정보기관이나 검찰이 어떻게 불법을 저지르고 있고,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지를 말이다. 이렇게 모은 명단을 UN 인권이사회에 청원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념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다르다. 그들은 이념이란 잣대가 없다. 그래서 기대한다. ‘Save My Friend' 캠페인 때도 18만 명 서명자 중 한국인은 2만여 명이었다. 나머지는 다 외국인이었다. 그 중 미국인이 10만 명이었다.

-유우성씨 사건은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면 선진국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나. 대한민국이 탈북민들한테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우리가 대한민국에 대해 북한의 가족, 친구들에게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탈북민들한테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대한민국이라면 북한 사람들한테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건들이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나 브랜드를 추락시키고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본다. 그래서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깝다.

-캠페인 하고 나서 경찰서 보안계 형사가 갑자기 전화를 했다고 했는데 청원운동과 관련 있다고 보나?
그건 잘 모르겠다. 캠페인을 시작한 직후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런데 3월 16일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페이스북에 로그인을 하면 몇 차례나 누군가에 의해 자동 로그아웃이 되는 거였다. 페이스북은 내 구글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로 들어가는데 내 구글 이메일은 핸드폰 승인을 하나 더 넣어서 2단계 접속을 통해 보안을 강화해 놨었다. 그런데도 자꾸 내가 로그인 해 있으면 자동 로그아웃이 되었다. IP 추적을 해보니 종로에서 누군가 내 아이디로 로그인을 했는데 그 시간에 난 다른 곳에 있었다. 물론 이번 국민은행이나 KT 개인정보 누출 때 내 신상도 누출됐지만 어딘지 석연찮다. 가끔 귀가할 때면 ‘이러다가 위해를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2년 전 <유코리아뉴스> 인터뷰 때는 얼굴 노출을 꺼렸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는 이유가 있나?
난 올해로 북한 떠난 지 15년째다. 가족이 북한에 있더라도 내가 고위층이 아닌 이상 북한에서 가족들을 처벌 안한다고 들었다.

-국정원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음지에 있어야 할 국정원이 왜 이렇게 노출되는지 모르겠다. 북한 접경지역에 가서 열심히 정보를 캐내야 할 국정원이 왜 국내에서 쓸데없이 이념문제를 자꾸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 CIA가 1년 넘게 뉴스에 나오는 것 봤나. 난 국정원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국정원이라는 곳이 아마추어같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위키리크스에 의해 국정원이 9000명 탈북자 명단을 미국 NIS에 넘겼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그건 왜 처벌하지 않는지 모르겠다(위키리크스 자료, 뉴스타파 관련 보도) . 그래놓고 탈북자 정보를 넘기지도 않았다는 우성씨를 처벌하려 하고 있다. 우성씨가 화교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만약 간첩이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데 간첩으로 몰았다면 당연히 국정원은 처벌받아야 한다. 이 사건이 정의롭지 않게 끝난다면 대한민국은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성씨 사건이 정의롭지 않게 끝난다면 어떻게 할 작정인가?
그렇게 되면 끝까지 싸울 것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도록 말이다. 제발 우리 같은 탈북민들에게 이 사건이 제대로 납득되게 해달라. 우린 북한 독재국가에서 살았고, 남한에서 고등 대우받고 사회생활 하고 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게 바로 탈북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이해가 안되는 사회라면 어떻게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이나 형제들을 이해시킬 수 있겠나.
난 남한에 와서 복음을 듣고 변화되어 만나는 사람들마다 복음을 전했다. 난 커피와 맥북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지인들 만날 때마다 커피를 권하고 맥북을 소개했다. 애플에서 커미션을 받는 것도 아닌데 나 때문에 맥북을 산 친구들이 10여명은 된다. 제발 대한민국이 너무 좋은 사회라고 북한에 권유할 수 있게 해달라.

-어쨌든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진보나 보수 모두 문제다. 보편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걸 하면 어떤 피해가 있을 것인가’ 그것부터 생각한다. 2012년에 ‘Save My Friend' 캠페인 하자고 했을 때 내가 아는 진보 측 사람들이 “너에게 어떤 피해가 있을 거다” “보수에 힘을 실어주는 짓이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진보 인사들은 그 캠페인에 참여 안했다. 슬펐다. 이번에는 “네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중요한가. 진보나 보수 모두 기득권으로써 자기 이익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엔 정의로운 사람이 너무 적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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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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