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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립과 한국의 반도체 산업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45호

반도체 산업의 특징과 국제적 지형 변화

반도체는 손가락만한 반도체 칩 하나에 수십억 개의 소자가 집적되어 있고 머리카락의 만분의 1에 이르는 회로가 그려져 있는 고도화된 기술이다. 반도체의 전 생산 과정은 전 세계로 분업화되어 있으며, 팹리스(fabless), 파운드리(foundry)와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 3단계 과정으로 나뉜다. 팹리스는 반도체 회로 설계를 담당하는 과정으로 설계에만 집중할 뿐, 직접 반도체 칩 생산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파운드리는 팹리스 기업으로부터 제조를 위탁 받는 형식을 통해 반도체 칩 생산만을 담당한다. OSAT는 완성된 반도체 칩들을 조립하고 테스트를 하는 단계이다. 위의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 조립, 테스트 및 판매까지 전 과정을 모두 한 회사가 완성하는 것을 IDM 업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Intel과 삼성전자, TI, Micron, SK Hynics 등 기업이 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Qualcomm, Broadcom, MediaTek 등은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들이고, TSMC, UMC, Global Foundries, SMIC 등은 제조만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이다.

세계 반도체업체 최강자인 Intel이 7nm 생산 연기를 발표하고 TSMC에 7nm GPU 위탁생산을 맡기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큰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Intel과 같은 IDM 업체가 빠른 기술 발전에 낙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확산되었고, 대만 TSMC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최대업체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는 IDM 업체를 추구하고 있는 한국의 삼성과 SK Hynics의 미래 전략에 큰 도전을 던졌다. 당초 Intel이 7nm 공정을 삼성전자가 수주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인텔의 라이벌인 AMD가 TSMC에게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Intel이 삼성전자에게 제조공정을 맡길 것으로 보였고 삼성전자도 이번 인텔의 7nm 위탁생산으로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결국 TSMC가 수주하게 됨으로써 삼성전자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 커지게 되었다. 올해 2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1.5%, 삼성전자가 18.8%였다. 이후 삼성이 IBM의 수주를 따내면서 체면을 세웠지만, 앞으로 삼성전자가 IDM 업체로 계속 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TSMC는 사업연도보고서 첫 페이지에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를 적어 넣을 정도로 오직 파운드리에만 집중하는 업체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설계까지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다.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과 삼성전자는 고객관계이면서도 경쟁관계이다. 앞으로 파운드리 영역에서 업체간 기술 탈취 등에 대한 불신은 지속될 수 있다. TSMC는 창업 초기에, IBM 등 IDM 업체들이 일반적이었던 환경하에서, 파운드리 업체로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현재 TSMC는 과감하게 위탁 대리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모델로 자기만의 경쟁력을 키워냈다. 현재 급격하게 빨라지는 디지털환경의 변화와 기술개발의 어려움 확대로 IDM 모델이 제조공정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2014년에 Intel은 가장 먼저 14nm를 출시한 이래 지금까지 혁신이 없었으며, 특히 모바일 생태계에서 거의 선도 지위를 잃어갔다. 반대로 TSMC는 2015년에 16nm를 출시한 이래 최근 5nm 기술까지 선보였다. AMD는 TSMC와 손을 잡고 7nm CPU를 선보인다고 발표하면서 Intel을 추월하였다.

반도체산업의 기술혁신은 점점 어려워지고 더 큰 투자금액이 요구된다. 이는 한국업체의 입장에서는 미래 기술개발의 어려움이 점점 커진다는 의미이다. 특히, 한국 업체들처럼 설계부터 제조 및 패키징과 테스트 전 생산 체인을 모두 갖고 가는 입장에서는, 확실한 경쟁력 우위를 장기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반대로 중국의 입장에서는, 반도체 각 분야에서 1등기업들의 기술개발 속도가 점점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은 추격하는 시간을 벌면서 그들보다 한 단계 낮은 기술영역에서 빨리 추격할 수 있다. 특히 미래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자본투자가 가능한지와 그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자본투자 측면에서 중국 정부의 대폭적인 지지 하에 비용을 따지지 않고 투자하는 중국기업이 유리할 수 있고,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기업이 신속한 상용화에 성공함으로써 초기 투자금을 빨리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시스템반도체 업계의 전방 산업으로 모바일, 가전, 자동차 정도를 가지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모바일, 가전, 자동차는 물론 웨어러블 기기, AI 스피커 등 다양한 산업을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는 위의 각 분야마다 10여개 이상의 중견급 이상의 업체들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져 2014년 27.3%에서 2019년 35.1%가 되었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을 고무시켜 주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은 한국에게 협력자인가, 경쟁자인가?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우세를 무역전쟁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대국과 자국 모두에게 손해이다. 반도체 산업은 어느 국가든 전체 산업체인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중국이든 미국이든 독립적으로 풀세트의 산업체인을 완비하기 힘든 만큼 상호 의존성이 높은 산업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든 앞으로 각 국가는 상호협력해야 한다. 미국 산업계의 인사들을 인터뷰하면 미-중 무역전쟁을 동의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는 양국의 기업이 모두 가장 큰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산업의 선두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은 핵심 화학재료, 유럽은 특허와 리소그래피 장비, 한국은 DRAM, 대만은 파운드리와 패키징에서 우세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규제정책으로 반도체 산업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처지에 있다. 아마 중국은 삼성의 발전경로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의 대대적인 지지 하에 몇 개의 반도체 대형 기업을 육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국자민영(国资民营)”의 반도체 대형 기업이 나올 것이다. 반도체 산업은 자본이 지속적으로 대량 소요되어야 할 산업이기에 투자는 중국 정부가 하고 운영은 민간이 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 나가게 될 것이다. 중국이 다시 빅펀드를 통해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경우, 반도체 후방 산업이 취약해 대부분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반도체 소재 수입 다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차후에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해 다시 수출규제 및 통제를 취한다 하더라도 중국이라는 차선책이 생긴다. 그러나,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한국과 버금가는 기술수준에 도달하게 되는 순간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는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 메모리 강국이지 반도체 생태계 강국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중국은 정책적으로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모바일 기기 중 1/3에 대해 의무적으로 중국기업이 생산하는 반도체를 쓰도록 요구할 수 있고 동시에 한국에서 수입되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과점화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어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상위 5대 기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등장하여 한국, 미국, 중국 기업간 경쟁구도가 형성된다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발생할 경우 정부로부터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은 가격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곧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사물인터넷의 디바이스의 수량은 스마트폰 디바이스 수량보다 100배에서 1000배가 될 것이다. 이는 반도체에 대한 거대한 수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종류의 맞춤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모든 CPU를 동일하게 만들 수는 없게 될 것이다. 모든 메모리 모양도 같을 수 없다. 이는 많은 성공 기업이 나올 것임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중반에 잘나갔던 한국 팹리스 업체는 하나의 제품군, 하나의 고객사, 하나의 지역 시장에 치중하다가 환경이 바뀌면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이 가운데 여러 기업이 퇴출됐다. 한국 반도체업계의 근본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육성 연구개발 정책이 지난 정부에서 사실상 전무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는 이미 비인기 분야로 전락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과 중국은 핵심기술 분야에서 경쟁 관계도 있지만, 미래 관심분야에 있어서는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중국의 디지털 환경과 미래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큰 수요 시장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먼저 미래 기술을 테스트하고 같이 경쟁해야 하는 곳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중 대립 시기 한국의 선택지와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사실 반도체 영역에서 한국과 중국의 경쟁보다도 앞으로 미국과 중국간의 경쟁이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능력이 충분히 있고 또 일정한 성과를 얻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중국의 기술에 대해 억제하려 할 것이다. 이 중 중국기업이 한국기업과의 협력이나 투자 시 바세나르협정(Wassenaar Arrangement)을 통해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국내시장이 협소하기에 해외시장에 의존해야 하며 미래 산업과 반도체 융합영역에서는 중국시장을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없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압박과 중국과의 협력 사이에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결국 한국의 선택은 국익 최대화로 가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국가적으로 절체절명의 위치에 있기에 한국의 선택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사실 2001년 130개 글로벌 선도 반도체 업체들이 대부분 미국에 있었으며 미국 사회를 위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에 Intel, 삼성전자, TSMC 3개 업체만이 반도체 제조기술과 산업을 이끌고 있다. 미국 업체는 Intel 한 개만 있으며, 반도체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제조 능력은 12%밖에 안 된다. 80% 이상의 제조능력이 이미 아시아로 옮겨온 상황이다. 2019년 전 세계에서 총 9,320억 개의 반도체가 판매되었다. 중국의 5G인터넷, 지능전기망, 금융, 의료시스템, 심지어 국방 시스템 모두 반도체가 동력을 제공한다. 반도체는 우리의 디지털경제, 통신시스템, 나아가서 우리 생활의 기본 인프라 구조를 결정한다.

최근 10년, 미국의 반도체 산업은 점점 더 큰 도전을 받고 있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점점 어려운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에서 현대화된 반도체제조공장을 설립하고 운영하려면 25% 비용이 더 소요된다. 반도체 산업에서 동서양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의 칩 영역에서의 지배적인 지위는 지속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은 우습게 보던 TSMC가 Intel을 앞지르는 것을 보면서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으며 나중에 중국의 기술력이 초과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만약 미국의 전략에 따라가면 나중에 중국이 우세할 때 아주 난처할 확률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 길게 봐야 되는 문제이다. 코앞의 실력으로 미래 문제를 판단하면 큰 실수를 할 수 있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안유화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중국 연변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2008년부터 한국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에서 중국담당 연구위원으로 7년간 근무하였다. 한국예탁결제연구원에서 3년간 객원연구원, 그리고 2016년부터 현재까지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에서 중국금융시장과 투자 과목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 외교부와 대통령 직속 지식재산위원회 활용분과 전문위원으로 6년간 활동하였다. 법무법인 율촌 중국팀에서 고문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중 경제와 금융협력을 위해 정부와 국가연구기관 및 기업의 자문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안유화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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