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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 가는 머나먼 길, 새로운 길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지난 2020년 9월 21일, 한반도평화와 관련된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또 하나는, 서해 북방한계선 근처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하여 북한해역으로 가던 중 북한군에 의해 총살되고 불태워진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북한군에게 하달된 사살명령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 사건은 남과 북이 언제라도 총탄이 오갈 수 있는 긴장된 관계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지금은 아련한 꿈처럼 느껴지지만, 불과 2년 전인 2018년 4월과 9월에는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돌았다. 남북의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이를 구체화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9월 19일에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을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군사분야합의서>에서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도보다리를 수행원 없이 산책한 후, 평화의집으로 되돌아가고 있다(2018. 4. 27). 청와대 제공

그러나 남북 간의 이러한 합의들은 이제 거의 폐기되었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자력갱생’을 내걸었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역할’에 몰두하며 꼼짝달싹 못하는 남한에게 ‘당사자’가 되라고 압박했다. 특히 <판문점선언>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대북삐라가 뿌려지고 남북관계에 진척이 없자,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은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되었고 ‘대적행동을 시작한다’고 했으며, 장금철 통전부장은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다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는 오랜 적대관계로 다시 돌아갔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서해상 공무원 총살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껏 고조된 남북관계가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후 악화된 2008년 7월, 북한초병이 경계선을 넘은 금강산관광객 박왕자 씨를 살해한 사건과 유사하다.

남북간 평화를 위한 각종 회담과 합의 체결, 그러나 각종 요인에 의해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적대관계라는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 이 다람쥐쳇바퀴 도는 듯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새롭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10.4 선언>과 <판문점선언>, <평양선언> 등에서 강조되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계속 강조하는 ‘평화’의 개념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평화’란 ‘각자 자유롭게 어울려 사는 것’이다. 이를 남과 북에 적용시키면 ‘남과 북이 각자 자유롭게 어울려 사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이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남과 북 각자가 주권과 독자성을 가진 국가임을 상호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 세계 194개국 중 191개국이 ‘대한민국’과, 161개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국교를 맺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 나라 모두 유엔회원국이다. 따라서 남과 북은 서로의 관계를 모호하게 규정한 기존의 합의들을 재정립해 동·서독처럼 서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기본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남과 북의 각종 법제도도 정비되어야 한다. 이렇게 서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지 않으면, 평화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둘째, 한반도, 구체적으로 남북간 평화의 핵심 당사자는 남과 북, ‘한국’과 ‘조선’이다. 미국도, 중국도 아니다. 우리 민족의 문제에서 평화만큼 중요한 것은 없고, 민족문제는 자주적으로 해결한다고 남북은 이미 50년 동안 합의해왔다. 1972년 <7.4 공동성명>은 3대 원칙의 하나로 ‘자주의 원칙’을 제시했고, 2000년 <6.15 공동선언>과 2007년 <10.4 선언>도 ‘자주적 해결’을 강조했다. 2018년 <판문점 선언>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했고, <평양공동선언>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런데 우리민족, 남과 북은 과연 한반도의 평화문제를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자주적’으로 풀어가고 있는가? 북한은 오랫동안 ‘남조선괴뢰론’과 ‘정전협정의 당사자 문제’를 빌미로 대한민국을 평화의 당사자로 대우하지 않았다. 남한 또한 오랫동안 미국이 없으면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문 대통령도 ‘미국’과 ‘조선’ 간의 ‘중재자 역할’에 몰두했다. 그 결과 2018년 남북간의 각종 합의는 물거품이 되었다. 한반도 평화의 주체는 한반도를 살아가는 우리 민족, ‘한국’과 ‘조선’이다. 따라서 한국과 조선이 종전선언의 ‘당사자’이자, 평화협정의 ‘핵심 당사자’이다. 더 이상 ‘중재자’, ‘촉진자’ 역할에 목을 매지 말아야 한다.

남과 북이 한국과 조선으로 서로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한국과 조선이 한반도 평화의 핵심 당사자임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 이것이 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코리아에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체가 수립된 지 73년, 거대한 한국전쟁이 정전된 지 67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남과 북 사이에 적대관계는 계속되고 있고, 전쟁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도 이어지고 있다.

평화를 위해 머나먼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 길은 평화를 위한 길이 아니었다. 이제 평화를 위해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새 길을 가기 위해서는 지난 70년간 우리 사고와 행동을 지배했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과감하고도 결연하게 과거의 길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뚜벅 뚜벅 걸어갈 때 비로소 평화의 문이 열릴 것이다.

배기찬/ 국립외교원 고문, 전 청와대 비서관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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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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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20-10-01 12:18:54

    극유유튜버들이나 극우논객들 극우기득권세력들의 모가지들을 한개도 남김없이 잘라내야 진정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룰수있다~!!!!!   삭제

    • 박혜연 2020-09-30 11:39:08

      문재이니어빠의 길 김정으니의 길~!!!!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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