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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 30년을 맞으며...KOLOFO 칼럼 제519호

얼마 전 칼럼 쓸 차례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10월 3일이 통독 30주년 기념일이고 독일 정부의 「통일 연차보고서」가 9월 말에 나오니 그때 원고를 넘기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남북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독일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게도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30주년 관련 행사들이 무산되고 통일 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이 시들해졌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필자도 25주년 때는 경제·사회통합에 관한 몇 가지 연구 자료를 작성했고 지난해 장벽 붕괴 30년을 맞아서는 이런저런 발표 기회가 있었지만 금년에는 그냥저냥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짧은 칼럼이나마 남기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은 국경일 휴일로 지정된 ‘독일 통일의 날’을 전후해 각종 기념행사를 연다. 16개 주의 주도(州都)나 대도시가 돌아가며 주된 행사를 주최하는데 금년은 동독지역에 위치한 포츠담시가 맡았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들이 축소되면서 의미있는 해를 앞두고 많은 준비를 해온 포츠담시 측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포츠담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열린 포츠담회담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베를린을 둘러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 주의 주도이며 베를린 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30여 분이면 포츠담 중앙역에 도착할 수 있다. 통독 직후의 분위기는 음울했지만 지금은 말끔한 도시가 되었고 라이프치히 등과 함께 동독지역에서도 소득과 집세가 가장 높은 곳의 하나로 꼽힌다(필자의 2016년 남북물류포럼 칼럼 ‘포츠담 단상’ 참고)

 

성공적인 통일국가가 되다

앞서 말한 2020년판 「독일 통일 현황에 관한 연방정부의 연차보고서」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 “통일이 이루어진 지 30년, 독일은 성공적인 국가가 되었다. 독일의 생활수준은 다른 여러 나라보다 전반적으로 높다. 독일 내에 아직 소득과 일자리, 인프라 등에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가 잔존하기도 하지만 생활수준의 접근에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동독지역의 경제력은 크게 높아졌다. 동독지역 지표를 비교할 때는 분단시절 동서로 나뉘어 있던 수도 베를린의 포함 여부에 주의해야 하는데, 이하에서 ( )내는 베를린이 포함된 수치다. 1인당 GDP는 통일 이전에 비해 4배로 늘어났다(3배). 서독지역과 비교하면 1991년 32%(43%)에서 2019년에는 69%(75%)로 높아졌다. 독일 전체 평균과 비교하면 37%(49%)에서 73%(79%)로 그 수준은 더 높아진다.

독일 5개 주는 독일 전체에 비해 각각 67∼72%, 베를린은 97%에 달한다. 아직도 겨우 70퍼센트 정도라고 평가절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독일은 유럽에서도 소득이 높은 국가임을 고려해야 한다. 위 보고서에서는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GDP가 동독지역에서 가장 취약한 메클렌부르크-포포머른(이름이 참 어렵다) 주가 EU 27개국 평균 대비 84%, 라이프치히는 99%에 달한다고(2016-2018 평균) 강조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많은 지역에 필적하며 폴란드 등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시차를 두고 독일과 유럽의 여러 나라를 다녀본 분들은 이 수치를 실감하실 것이다.

삶의 수준에 대한 평가는 과거, 외국과의 비교보다는 현재, 국내에서의 현실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동독지역 주민들의 생활만족도는 통독 이후, 특히 최근 들어 크게 높아졌다. 서독지역 주민들과의 만족도 격차도 많이 줄어들었다(Datenreport 2018). 한편 2019년 8월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이 약간 넘는 51%가 동서독지역 간에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다고 했다. 그러나 남북독일 간에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다는 응답도 46%에 달했다(통일 연차보고서 2020). 이미 2014년 <슈피겔> 지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남북독일간의 차이가 동서독간의 차이보다 크다는 응답이 더 많았었다. 어쩌면 이제 동서독의 문제는 분단과 통합이 아닌 지역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동서지역 생활만족도 격차 크게 줄다

다시 돌아가 연차보고서의 서문은 “2020년 10월 3일 독일은 통독 30년을 맞는다. 옛 동독의 시민들은 평화혁명을 통해 자유와 민주화를 달성했고 독일 내의 경계선을 무너뜨렸다”고 시작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기 드물게 젊고 활기찬 도시인 베를린 시내 중심가를 걷다 보면 보도블럭에서 ‘장벽이 있던 자리’라는 표지석을 발견할 수 있고, 남아 있는 장벽에 인상적인 그림들이 그려진 야외박물관(East Side Gallery)에는 항상 관광객이 넘친다. 그리고 거의 1,400㎞에 이르는 동서독 접경선은 green band(Grünes Band)라고 부르는 녹색 띠 지대가 되었다.

부침을 거듭하는 남북한 관계를 보면서 통일된 독일의 모습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오랜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독일 한스자이델 재단의 젤리거 한국사무소 대표는 중앙 SUNDAY지에 독일통일 30년 관련 내용을 연재하고 있다. 최근 9월말 게재된 기고문의 마지막 문장을 이번 칼럼의 마무리로 인용한다.

“통일이 가져다준 행복한 순간들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어느 누구도 통일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단 한 발의 총성도 울리지 않고 평화롭게, 그리고 용감한 동독 주민들이 주체가 되고 긴 안목을 가지고 통일 정책을 입안한 정치인들의 합작품으로 이루어진 통일을 통해 독일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안정적이고 윤택한 삶을 누리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지키는 것은 지금 세대와 그 후손들 앞에 놓인 과제다. 한국도 독일과 마찬가지로 평화통일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김영찬/ 국제지역학 박사, 인천대학교 강사, 전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

김영찬  korealof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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