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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착, 북방에서 해법 찾자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남북관계가 교착상태다. 한때 개성연락사무소 폭파로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우리 민족끼리’의 외침도 공허한 메아리였다. 우리 외교안보팀은 내년 초 미 대선에 명운을 걸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안타까울 뿐이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노칠까 우려된다. 제1의 전략이 실패하면 제2, 제3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병가상사다. 그동안 방치된 북방카드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가 한러 수교 30주년 및 한중수교 28주년이다. 그렇지만 안보적 거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미국의 온실 안에 갇혀 있다. 반면 북한은 맹방인 중국과 러시아를 옆에 끼고 미국에 손짓한다. 2019년 2월말 하노이 북미회담이 노딜로 끝나자 김정은 위원장은 곧바로 러시아로 달려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길’을 천명했다. 두 나라는 모두 제재대상국으로서 동병상련의 입장이다. 그물망처럼 촘촘한 대북·대러 제재망을 돌파하는 것이 공통과제다.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7년 9월 6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한·러 협정서명식 및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북·중·러 3국은 제재를 회피하는 데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무역대금을 위안화와 루블화로 결제한다. 때로는 현물로도 대체한다. 러시아는 두만강-나진 구간 철도사용료를 2023년까지 침목 78만개로 상계한다. 암호화폐 채굴에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 2375호에 따라 해외 북한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까지 본국으로 철수했다. 그 대신 북한은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를 단기비자로 파견하고 있다.

북·중·러 3국은 공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하는 방식으로 교역을 한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2019년 9월 북한 선박 새별호가 다른 중소형 선박으로부터 유류 제품을 옮겨 싣는 사진을 공개했다. 주변에 적재함이 비어 있는 제3의 소형 선박은 자동식별장치(AIS)를 켠 어선으로 위장했다. 새별호와 유류를 주고받은 선박이 AIS를 끈 상태로 추적을 피하고 소형어선은 새별호에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유엔은 북한이 제재망을 피해 2019년 1/4분기에 127차례에 걸쳐 93만톤의 석탄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북·중·러 3국은 관광 활성화에도 힘을 모으고 있다. 여행객을 가장한 보따리상이 오퍼상 역할을 한다. 1990년대 무역관행에 익숙지 못한 러시아 상인들이 애용했던 방식이다. 또한 북한은 중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우회하는 거래를 한다. 상품의 부가가치 기여가 중국이 60% 이상이고 북한이 40% 이내이면 원산지가 중국이 된다. 해당 제품의 부가가치 일부가 북한에서 생산된다 하더라도 제재 범주에 들지 않는다.

북한은 제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러시아산 백마와 양, 소 등 가축류 수입을 늘리고 있다. 나아가 러시아수역에서 무차별적으로 오징어 불법조업을 자행했다. 김정은이 “생선 가득한 냉동 창고야말로 보물이요 금괴다”라고 원양어업을 독려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말 독일 한스 자이델 재단의 젤리거 소장은 북한 경제가 제재로 인해 붕괴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속성상 제재를 가하는 쪽보다 당하는 쪽이 더 절박하고 결사적일 수밖에 없다. 제재가 능사가 아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없는가?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신북방정책을 천명했다. 기본 취지는 북방국가들과 협력해 북한을 개혁·개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이후 조성된 남북간 화해무드 속에서 신북방정책은 실종되고 말았다. 전담기구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도 존재감이 없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동맹이란 무엇인가? 강대국에게는 패권유지 수단이요, 약소국에게는 안보우산일 뿐이다. 대한민국이 코로나 방역의 모범국으로 우뚝 섰다. 국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다. 한미만큼 한중 및 한러 간 ‘국가적 거리두기’를 조정해야 할 이유다.

박종수/ 전 러시아 공사, 서강대 겸임교수

박종수  chongsoo03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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