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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게 종전선언은 아직도 유효한가?KOLOFO 칼럼 제524호

지난 유엔총회 연설(2020.9.22.) 제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선포한 것도 아닌데 우리 사회의 일각은 즉각 무자비한 비판을 가해왔다. 야당의 대표인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의 종전선언의 필요성 언급을 “대한민국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는 행위로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위를 저버리는 반 헌법적 행태”라고까지 했다. 일부 언론들도 거들었다. 요지는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니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마치 비핵화 없이 종전선언을 하는 것으로 왜곡하여 받아들인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반대를 위한 반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인식을 금할 수 없다.

북한은 한반도 종전선언을 어떻게 생각할까? 적어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기까지는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한반도 평화체제를 여는 확실한 문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을 통해 평화체제로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의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북한 역시 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래서 노동당 중앙위 제3차 전원회의(2018.4.20.)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회주의 경제건설” 노선을 채택했다. 더 이상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핵위협이 없는 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을 결단했던 것이다. 남북정상회담(4.27) 이후 이어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2018.6.12.)에서는 북·미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합의됐다.

북한에게 북미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는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수단이다. 이는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제1항 미국과 북한이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겠다는 약속을 한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북한에게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구축은 경제난을 돌파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해야만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해외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베트남의 사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대두되는 북한의 비핵화는 반드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 등과 함께 단계·병행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미국의 대북 적대적 관계에 의한 북한의 피포위(Siege) 의식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핵 문제 해결을 포함, 지금까지 북·미간에 있었던 수많은 대화와 합의의 주요내용을 보라.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금지에 대한 합의가 핵심이었다. 제네바 핵 합의(1994.10)도 마찬가지. 핵심은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공식적인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북한에 대한 위협이나 핵무기를 통한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는 것에 있었다. 2005년의 「9·19 공동성명」 또한 “핵 및 재래식 무기로 북한 공격 의사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을 빠뜨리지 않았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군사공격을 무엇보다 우려했기 때문에 종전선언이 필요했다. 휴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바꾸어 전쟁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종전선언과 관련 북한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결렬된 하노이 북미회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북한은 오로지 자력갱생만이 가야 할 길로 보고 있다. 더 이상 북미대화도 종전선언도 구걸하지 않는 위치에 스스로 서게 했다. 언젠가는 미국과 대화를 해야겠지만,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선 비핵화의 요구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을 믿지 않는다. 자력갱생의 길만이 자신의 길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최고지도자의 눈물과 초대형 ICBM의 군사력이었다. 각종 최첨단 전술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를 비롯, 새로 개발된 장갑차와 탱크, 자주포, 전투차량 등 각종 전투장비, 심지어 최신 군복과 야간 투시경 등 개인 전투장비까지도 공개했다. 막강한 군사력과 함께 인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과 일체감을 끌어냈다. 종전선언을 통해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회피하고자 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보다 강력한 자위수단을 통해 스스로를 지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압박을 받을 때마다 자신을 지키려는 무력을 키워왔다. 선 비핵화만을 요구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많은 것이 비록 어렵지만 존재의 당위성 앞에서는 경제발전도 후순위로 밀린다. 국제사회가 아무리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촉구해도 그것 때문에 북한이 먼저 사라질 수 있다면 모든 것의 명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원한다면 이제라도 종전선언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종전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전쟁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북한을 없애버리려는 기회를 엿보겠다는 발상이 아닐까.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영윤  kimyy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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