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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19세기 문화에서 21세기 문화로 순간 이동한 느낌이다.”

한 탈북민이 남한에 와서 한 고백이다.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북한학)가 인용한 이 말 속엔 한국사회의 숙원인 탈북민의 사회 적응, 남북사회 통합 문제가 그대로 배어 있다.

김 교수는 28일 오후 연세대 백양로플라자 머레이홀에서 열린 평화통일연대 주최 ‘유코리아뉴스 포럼 –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발제에서 북한 거주 여성으로 시작해 탈북 과정의 여성, 남한 사회에 온 탈북 여성의 궤적을 보여주며 이 문제를 짚어갔다.

28일 오후 연세대 백양로플라자 머레이홀에서 열린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포럼에서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북한학)가 탈북여성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북한→중국→남한, 탈북여성의 궤적이 말해주는 것

북한에서는 초창기인 1946년 ‘무상 몰수, 무상 분배’라는 원칙하에 실시된 토지개혁을 통해 만 18세~50세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한 사람 몫의 토지를 분배받았다. 여성지위에 대한 법·제도적인 보장은 여성을 비하하는 남한에 비해 훨씬 앞섰다는 게 북한의 주장.

하지만 1990년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1992년 개정된 헌법 제76조에는 “녀자(여자)는 남자와 똑같은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가진다”고 하면서 “국가는 녀성들이 사회에 진출할 온갖 조건을 지어준다”고 되어 있다. 1972년 같은 내용을 규정한 62조는 “국가는 녀성들을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하며 그들이 사회에 진출할 온갖 조건을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녀성들을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하며’가 삭제된 것이다.

그 배경은 1990년대의 경제난. 가부장적인 북한사회에서 여성들이 생활전선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당시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헌법 조항 변경은 북한 여성들의 현실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 내 북한 여성의 현실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서 결혼 못한 남성이 여성을 돈 주고 사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윈난성 등 다른 소수민족 출신에 비해 북한(탈북) 여성은 상대적으로 훨씬 싼 편이다. 예를 들면 윈난성 여성이 10만 위안이라면 북한 여성은 2만 위안, 심지어 1만 위안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중국 남성에게 또 다시 팔리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중국 내 탈북여성이 처한 어려움으로는 △중국 공안 단속 △강제송환의 두려움 △강제 결혼 △중국 내에서 가정해체 경험 등을 꼽았다.

북한에서 바로 오든, 중국을 거쳐서 오든 남한에 온 탈북여성들의 현실은 서두의 인용문 그대로다. 보이지 않는 편견, 보이는 차별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포럼 토론자로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는 탈북여성을 채용해본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우리 사회가 가진 무의식적인 편견을 꼬집었다. 김 대표는 탈북여성이 남한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던 점을 언급하며 “저 역시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의 소유자”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편견은 일방적이 아닌 상호적이라 생각한다”며 “서로에 대한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호 대화, 서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더욱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탈북민 또는 탈북여성에 대한 개인적 편견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 즉 의도된 차별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사회복지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북민 정책? “통합으로 가야” vs “시기상조”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통합’의 관점에서 탈북여성, 남북 문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남북한의 차이와 남북한과 주변국과의 차이를 비교했을 때 남북의 차이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과 남에 각각 영향을 준 소련, 미국의 제도와 문화는 외피에 불과하다. 남북의 문화는 여전히 공통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여성과 남한의 아줌마가 비슷한 점으로 강한 생활력을 꼽기도 했다. 그러면서 “비록 어렵고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통합정책을 추진하는 게 탈북민에 대한 편견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민을 따로 분리해 지원하는 것은 남한사회 통합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를 주제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반면, 탈북여성 패널인 한에스더 남북하나재단 전문상담사는 통합정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아직 탈북여성 스스로 그런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상담사는 “사회 일각에서 탈북자를 돕는 걸 부정적으로 보거나 ‘자립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탈북여성 스스로 그런 기반을 갖추려면 좀 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사회통합을 고려한 거시적이면서도 개개인에게 맞는 세세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탈북여성들을 범주화할 수 없을 만큼 개개인의 형편과 상황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이다.

한 상담사는 “탈북민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 중의 상당수는 탈북민을 좀 만나본 사람이거나 탈북민을 도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했다. 그만큼 탈북민에 대해 남한 사회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한 상담사는 “‘나도 잘 모른다’는 자세로 서로 배워야 한다”며 “우리가 남북통합의 비전이 없다면 불편은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비전이 있기에 불평을 감수하고 통합을 같이 살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상담사는 남북하나재단의 사회통합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패널로 참여한 윤은주 (사)뉴코리아 대표는 서로 다름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을 때 ‘공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탈북민(탈북여성)과 남한 사람이, 남한과 북한이 무엇이 다른지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 차이를 알 수 있고 거기서부터 공존을 향한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탈북여성의 문제는 결국 나와 우리의 문제”

강경민 남북나눔 이사는 탈북여성에 대한 문제 해결은 결국 모든 여성의 문제 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탈북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인권 침해 문제는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이 동시에 안고 있는 보편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 이사는 “탈북여성의 문제는 인간 존엄성을 중심에 둔 대안 사회, 대안사회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지 결코 단시간의 과제는 아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포럼 사회를 맡은 정종훈 연세대 교수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연세대 탈북학생 동아리인 ‘통일한마당’ 지도교수를 맡아온 경험, 동서독 통일 기간 독일에서 유학했던 경험 등을 언급하며 “동서독은 통일과정에서 서로를 향해 ‘오씨’니 ‘베씨’니 하면서 배척했다”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동서독 통합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동서독 사람들은 ‘동독인도 서독인도 아닌 독일인, 나아가 하나의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결국 편견의 문제는 어느 사회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탈북여성에 대한 특수성, 보편성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는 총체적으로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유코리아뉴스 대표는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은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한 사회의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편견은 특정 대상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이나 결핍에서 비롯되기보다는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편견이 사회적 최약자들에게 발현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탈북여성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꼼꼼히 살피며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 자신을 자세히 성찰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것이 사람들 사이의 편견의 틈을 줄이고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평화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유코리아뉴스는 이번 포럼을 끝으로 지난 5개월간의 ‘탈북여성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기획취재를 마무리했다.

 

*이번 포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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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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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연 2020-10-30 13:15:51

    탈북여성들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극우세력들의 노리개로 산다는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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