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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바꾸면KOLOFO 칼럼 제525호

한국공법학자 대회에 참석했다. 공법학 분야의 학회들이 대거 참여하여 2일간 진행하는 큰 행사다. 큰 주제는 “지능정보화사회에서 공법학의 과제”, 첫 날의 개막행사는 지능정보사회의 민주주의, AI와 법치주의다. 흥미로운 주제이고, 학자들의 생각을 두루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당초 이 행사는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일정 변경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서울에 있는 코엑스 넓은 공간에서 띄엄띄엄 앉는 방식으로 개최되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현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선거로 대표를 뽑았지만 그 대표들이 과연 주권자인 시민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해결하는지 의문이 드는 세상이고, 혹시라도 대표자들은 자신에겐 중요하지만 시민들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은 권력투쟁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또한 유튜브 등 SNS 사용과정에서 인공지능의 개입으로 내가 지지하는 성향의 편향적인 소식만 접하게 되어 확증편향이 굳어져가는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알고리즘으로 인한 민주주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정보공개와 투명성 요구는 가능할 것인지를 학술적으로 논의했다. 또한 행정기관이 AI를 활용하는 시대에 법치주의 원칙은 어떻게 지킬 것인지, 이 시대에 법학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도 논의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독일에서는 몇 년 전에 이런 문제를 다루는 학술대회가 열렸고, 독일행정법에는 AI가 행정행위에 개입하는 경우를 상정하는 법률조항이 다수 있었다. 우리나라 행정절차법에도 이미 인공지능에 대비한 조항이 있다. AI는 이미 입법, 사법, 행정의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통제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자는 분위기였다.

토론시간에 한 분이 “AI를 꼭 사용해야 하나요?”라는 다소 근본적인 질문을 했다. 발표자는 인공지능의 사용을 선택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할 단계는 이미 넘어섰고, 다른 나라들이 다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만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고, 인공지능이 효율적인 영역에서는 그 사용을 거부하기도 어렵다고 하면서 이미 사회 전 분야에서 AI가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자고 답변했다.

학회를 마치면서 든 생각이다. “AI를 꼭 사용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이미 현실이 된 문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현대 사회의 복잡성으로 인해 이미 제기된 문제와 장래 다가올 문제 중에는 과거의 경험만으로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이럴 때 질문을 바꾸면 토론에 활력이 생기고 소모적인 논쟁은 줄어들 것이다.

재생에너지 문제에서,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이 꼭 필요한가요?”라는 질문보다는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시설은 어떤 곳에 설치해야 하나요?”, “이런 시설을 설치할 때 주민의견은 어떻게 청취해야 하며, 발전소 수익을 주민과 나누려면 어떤 기준과 절차가 필요할까요?”라고 물어야 한다. 질문을 바꾸면 토론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고, 누구라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다.

북한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바꾸어 보자. “지금 북한 주민의 관심은 무엇인가?”, “진정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남측에서 제안하는 지원사업의 취지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부터 해보면 어떨까? 가을이 깊어 가는 이 계절에 내가 할 질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권은민/ 변호사, 북한학 박사

권은민  korealof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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