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버지 호적에 못 오르면, 내 아버지는 누군가요? 내 아버지는 도대체 누구죠?”

9일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광화문 광장의 안개 낀 하늘 아래서 탈북자 손명화(탈북민복지연합 회장)씨가 울부짖듯 '아버지'를 외치고 있었다. 몸에는 태극기를 두르고 손에는 아버지의 유해가 든 상자를 들었다.

손 씨는 “이 나라에 치가 떨린다. 목 매 죽고 싶지만, 아버지를 아직까지 묻지 못했기 때문에 죽을 권리가 없어 못 죽는다. 내 아버지를 안장해야 원이 없을 것 같다”며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손 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납북된 국군포로 고 손동식 씨. 그는 현재 서류상으로 1950년도에 ‘전사’로 돼 있다. 손 씨는 “나는 60년대에 출생했는데, 아버지를 50년대에 사망했다고 만들어놓으니 자식이 없는 걸로 처리된 거다. 그래서 난 고아나 다름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해 10월 5일 언론은 손 씨의 아버지 유해가 인천항에 들어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손 씨는 “아버지 유해를 북한에서 모셔올 때 국군포로니 정부에다 모셔달라고 요청했었지만 아버지는 트렁크에 들어 있다가 배로 왔다”면서 "그런데 국방부는 언론에다가 마치 자기들이 모셔온 것처럼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손 씨는 또 유해 송환비용에 대해서도 “내가 스스로 빌려서 해결했다"며 "그래서 아버지 유해가 온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빚쟁이가 지금도 집에 계속 찾아온다”고 말했다. 손 씨는 “나도 두 아들이 있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끌려가 고생하다 죽은 사람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주지 않는데 누가 나라를 위해 피흘리고 싸우겠는가"라고 반문하고 "나는 절대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앞으로 매일 유해를 앞세우고 광화문광장에서 시위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방부는 손씨처럼 국군포로가 유해로 돌아왔을 경우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주는 문제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 아버지의 경우처럼 국군포로로 끌려가 유해로 돌아온 경우가 2004년에도 있었다.(자세한 인터뷰 기사 이어집니다) 

글/ 성상현 기자  영상/ 최승대 기자

최승대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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