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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갈등-남북갈등 바이러스 퇴치를 위하여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해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로 시작한 한 해의 쓰라린 질병의 찌꺼기가 신년에도 여전히 기세를 떨칠 것이다. 거기다 기승을 부리는 변종 바이러스는 우리 모두를 더욱 불안에 떨게 한다. 세계 어느 곳 할 것 없이 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별조차 허용하지 않는 그야말로 전세계적 질병이다. 예방 백신이 곧 유입된다는 희망적 보도가 그나마 큰 위안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K-방역이 전세계에 보여준 쾌거가 집단적 슬픔 가운데에서도 한 가닥 뿌듯한 자긍심과 희망적 미래를 그려보게 하는 기쁨을 준다.

이번 코로나 대응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가 공통으로 절감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등장했다. 새로운, 그러나 아주 오래된 질병, 그 이름은 ‘남남갈등-남북갈등’이라는 코로나다. 여기서 이 질병에 관해 상세한 내용설명이나 해소방안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국민이 코로나 방역에서 전세계적 차원의 모범을 보일 정도의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남남-남북 갈등이라는 한반도의 정치사회적-이념적 코로나 극복과 퇴치도 모범적으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긍심에 공감할 수 있고, 동시에 이를 퇴치할 결단을 실천에 옮겨보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사태 대응과 그에 대한 세계의 평가를 접하면서 우리는 다시 알게 되었다. 우리의 과학기술문명이나 정신문화 차원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지불식간에 저평가해온 사실을, 동시에 첨단 민주선진 사회를 향한 거보를 진작부터 디뎌오고 있다는 고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는 사실을. 예컨대 우리 대한민국이 5천만 인구와 3만 달러 소득이라는 소위 선진국 대열에 7번째로 등장했다는 지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것도 지난 세기의 약소국 식민지에서 해방을 성취하고 새로운 세기에 진입하여 당당히 민주복지 선진대열에 들어선 유일한 대표국이란 점을 알게 되면서 말이다.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 K-방역이 ‘진단, 추적, 처방’이라는 모범단계를 제시했고, 이제는 백신을 통한 ‘예방’ 차원의 세계적 공동대응에까지 선제적으로 합류하는 입장이다. 여기서 제안하고자 한다. 이제는 우리들 스스로 선제적 대응책을 강구하자. ‘남남갈등-남북갈등 코로나’에 대한 투명한 진단에 나서자. 갈등의 원인과 상황을 적당히 얼버무리지 말고 진정으로 추적하여 다시 찾아내자. 그리고 이에 대한 물리적-정신적 내지 외형적-내면적 치료와 처방에 함께 나서자. 그리고 이에 더하여 갈등극복 이후에 맛볼 상생의 비전을 함께 만들고, 나아가 이 미래의 비전을 앞당겨 ‘지금’ 속에 함께 살아보자. 이것이 바로 예방이 현실이 되는 화해사회일 것이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의 하나하나는 반드시 갈등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민주적 과정이어야 하고 또 참여자가 윈윈하는 상생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편도선 암을 앓고 치유된 경험이 있다. 암 덩어리는 도려냈다. 하지만 지금도 또 다른 암세포는 몸 안에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암세포와 함께 살지만 암세포의 기승을 막는 면역세포를 강화하고 동시에 이를 잡아먹으며 몸을 보호하는 NK(Natural Killer)세포를 양성해야 한단다.

인간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암세포 척결 및 면역세포 양성에는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하자. 면역세포는 몸 전체에 퍼져 있어 각기의 지체들로 하여금 다양한 기능을 행사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몸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지체의 기능상의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자. 이 다양성이 바로 사회 구성원들이 지니는 자유권이다. 하지만 자유하는 지체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산다.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한 몸통을 중심으로 서로서로 연결되어 공동체적 지체로 살기에 이들의 자유는 공동체적 자유이다. 공동체적 자유를 가리켜 우리는 흔히 정의라고 부른다. 자유는 정의를 구성하고 정의는 자유를 북돋아 준다. 이처럼 자유와 정의가 만들어 내는 공동의 작품을 우리는 평화라고 부른다.

몸의 각 지체가 지닌 다름과 다양함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활용하여 생산적이고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만드는 활력소로 활용하자. 이념적 편파성, 지역 편중성, 진영 매몰적 배타성, 이런 것들은 상호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삼는 공동체적 자유와 정의를 파괴한다. 사회적·정신적 암세포일 뿐이다. 건강한 평화의 몸통을 지탱해내지 못한다.

바라는 것이 있다. 한국사회에 스며 있는 남남갈등이 폐쇄적 갈등을 아닌 공생과 상생을 지향하는 공동선을 이루는 생산적 경쟁의 틀로 바꾸어 관리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공동선을 상실한 갈등은 사회악을 조성하는 바이러스이고, 사회적 중풍환자를 만들고, 한국사회 전체를 피폐시킨다. 예컨대 오늘의 방역에서 우리가 함께 쓰는 ‘마스크’가 공동선의 한 본보기라 할 것이다. 마스크를 통해 바이러스 예방과 상생을 구가하는 소박한 진실과 상식을 경험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남남갈등의 극복과 함께 남북갈등의 극복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의 핵심은 한반도에서의 ‘공동선’을 향한 남과 북의 헌신과 결단에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선은 먼저 ‘평화’라는 공동체적 목표를 항상 확인하고 존중하는 전제를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분단의 현실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남북이 ‘평화 만들기’를 놓고 선의의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 무력평화가 아닌 생명평화의 가치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여기서 승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이다.

두 번째는 민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를 철저하게 보장하고 존중하는 선의의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억압이 아닌 자유가 가치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여기서 승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이다.

세 번째는 통일의 공동체는 자유인들이 만들어내는 정의로운 공동체여야 한다. 사회적 약자가 평등한 가치를 인정받고, 경제적 빈자가 공정한 복지를 누리며, 부당하고 불의한 억압자가 감히 군림하지 못하는 정의 실현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여기서 승리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이다. 통일에 담길 자유, 정의, 평화의 축복을 기원하고, 이에 헌신하는 모두의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박종화/ 평화통일연대 이사장

박종화  parkjw10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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