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사람들마다 내게 '남쪽에 참사가 났다는데 어떡하죠?' '희생당한 그 어린 아이들 어떡하죠?' 라며 물었다. 북한 사람들도 우리처럼 이 문제에 대해 가슴 아파했다.“

며칠 전에 북한에 다녀왔다는 김필주 지구촌농업협력 및 식량나누기 운동본부(ASii) 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BBC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접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전했다. 김 회장은 “우리도 북쪽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가슴 아파하지 않는가? 북에서 밥 굶는다고 그럴 적에 우리 역시 쌀도 보내고, 밀가루도 보내줬다. 그게 바로 통일을 위한 마음 밭을 다져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필주 지구촌농업협력 및 식량나누기 운동본부(ASii) 회장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김 회장은 22일 국회의원회관 2층 회의실에서 생물다양성한국협회(이사장 김영호)‧갑오의꿈추진위원회‧동학농민혁명계승사업회(이사장 이갑상)가 공동 주최한 ‘동학농민혁명 120년에서 찾는 한반도 생태통일 포럼’ 주제 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재미동포 농학박사인 김 회장은 은퇴 후 지난 25년간 북한 농업 분야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는 평양과학기술대학 농생명실험개발연구원 원장을 맡아 10년째 협동농장에서 목화 품종 재배‧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또 “생태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농업도 마찬가지”라면서 생태와 농업을 연결시켰다. 김 회장은 “농업은 정치성도 없고, 폭탄을 만드는 것도 아닌 정말 순수한 의미를 가진다. 다시 말하면, 가장 근본적인 인권인 먹거리를 장만하는 일”이라면서 “우리는 농업을 통해 사심 없이 참 나눔의 마음으로 서로를 도울 수 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일”이라며 한반도 생태통일의 핵심이 농업이라고 강조했다.

축사를 맡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진 후 “진도 앞 바다의 수질이 매우 안 좋다는 보도를 많이 접했다. 그걸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결국 환경문제였다”고 지적하면서 “탁한 물이 아닌 깨끗한 바닷물이었다면 구조작업에도 더 유리했을 것”이라며 깨끗한 바다 만들기에 환경부가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생물다양성협회는 오는 9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총회를 전후로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배다빈 청년위원회 대표는 “DMZ를 자연에 돌려줘 백두대간을 연결해야 한다”면서 “생물다양성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생태통일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생물다양성협회는 오는 7월 27일 제5회 DMZ 생태띠잇기를 계획하고 있고, 10월 18일에는 속초에서 시작해 금강산 육로 길을 따라 100km를 달리는 DMZ 생태통일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5‧24조치가 풀리지 않고 있고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예정된 이상 계획대로 행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은 김필주 회장의 기조강연 전문.

저는 지금 북쪽으로 농업 지원하러 다닌 지 25주년이 됐습니다. 제가 은퇴할 무렵인 1989년 북에 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북쪽의 농업을 배웠고, 제가 배운 것을 나누면서 지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쪽 사람들이 게을러서 일을 잘 안할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북쪽 사람들은 승산이 있는 경우에는 열심히 일합니다. 그동안 그들이 게으른 것처럼 보였던 이유는 열심히 일해 봤자 소용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겐 비료도 없었고, 종자도 좋은 것이 없었으며, 땅도 비옥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지어도 결과가 없었던 겁니다.

그동안 남쪽에서 그들을 많이 도왔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생산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북쪽 사람들과 일하면서 느꼈던 감사제목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는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북한의 농업과학원과 함께 일했습니다. 당시 홍수가 발생해 나라 상황이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그때 협동농장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협동농장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협동농장에 물자와 기술을 지원하면서 협력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가져 온 종자와 비료를 제공했는데, 전부 다 14톤의 생산물을 만들어 낸 겁니다. 이 사건을 통해 저는 그들이 자체 생산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단 걸 알게 됐습니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는 다른 농장들을 도왔습니다. 1996년부터는 이모작을 도왔습니다.

그러다가 2003년부터는 목화를 좀 재배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들이 목화 재배를 요청한 이유는 2002년에 목화 섬유 값이 중국에서 굉장히 뛰었기 때문입니다. 목화 섬유 값을 그동안 1060불에 사오던 것을 2500불까지 올린 겁니다. 그래서 도저히 목화를 구입하기가 매우 힘들게 된 겁니다. 그렇게 시작한 목화 재배는 올해로 10년이 됐습니다. 처음 시작 당시에는 0.75톤의 수확물이 나왔습니다. 그 다음엔 1.3톤, 그 다음 해엔 2.3톤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것은 결국 비료 문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언제까지 비료를 지원받거나 수입할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연농과 유기농을 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끼는 점은 그들이 정말 잘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북쪽 농업의 희망을 봅니다. 그리고 북쪽 농업의 발전은 우리 남쪽의 먹거리 생산에도 도움을 줄 날을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는 벼를 생산해서 북쪽에 주고, 북쪽에선 밭작물이나 채소 같은 것을 생산해서 남쪽으로 가져다주는 겁니다. 이렇게 서로가 교류하다보면 ‘농업통일’을 할 수 있겠단 확신이 듭니다. 허나 우리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서 그런지 모르지만, 북쪽처럼 간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생태통일포럼 모습. ⓒ유코리아뉴스

북에서 일할 때, 농민들이나 고위층에 있는 사람들이나 중간관리자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사람들에게 남쪽에 대한 동경심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보단 북쪽 사람들로부터 통일이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습니다. 2000년대 들어 남북교류가 활발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남쪽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고, 우리의 형제라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농장에선 남쪽 사람들이 와서 집과 탁아소를 지어주고, 아이들의 옷도 지원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비료, 농약, 종자를 지원하고, 농기구를 가져와 사용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시원하게 맥주 한 잔 같이 하며 서로 정도 나눴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남쪽 사람들을 형제로 느끼게 된 거라 생각합니다.

북쪽 사람들도 남한에 와서 자주 와서 서로 만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정치적으로 그것이 허락되질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북쪽을 껴안을 수 있는 마음이 참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 각자가 북쪽 사람들과 마음의 통일을 이루기 전에는 진정한 의미의 통일을 이룰 수 없다고 믿습니다.

저는 북쪽에서 사흘 전에 왔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있을 때 BBC를 통해 세월호의 참사 보도를 봤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북쪽 사람마다 제게 “그 어린 아이들 어떡하죠?”, “남쪽에 참사가 났다는데 어떡하죠?”하며 물었습니다. 그분들도 우리처럼 이 문제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북쪽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가슴 아파하지 않습니까? 북에서 밥 굶는다고 그럴 적에 우리가 쌀도 보내주고, 밀가루도 보내고 합니다. 그게 바로 통일을 위한 마음 밭을 다져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은 정치성도 없고, 폭탄을 만드는 것도 아닌 정말 순수한 의미를 가집니다. 다시 말하면, 가장 근본적인 인권인 먹거리를 장만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농업을 통해 사심 없이 참 나눔의 마음으로 서로를 도울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태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농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벼 심은 데 벼가 납니다. 우리가 열심히 비료도 주면서 땅을 잘 가꿀 때 그 결과는 아름답게 맺어지는 거라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5.24 조치로 남북교류가 대부분 끊긴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북한을 돕고 있다. 생생한 북한 소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31일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 이야기도 덧붙였다. “얼마 전에 마식령 스키장에 갔었다. 거기서 스키를 참 잘 타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왜 이렇게 스키를 잘 타는지, 얼마나 오래 탔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 중 한 젊은이가 대답하길, '저희는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왔고, 스키 탄 지는 한 달 밖에 안됐습네다' 그래서 어떻게 한 달밖에 안됐는데 이렇게 잘 타는지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 청년은 '예, 우리 조국의 앞날은 창창합네다'라고 답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 창창한 우리의 앞날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상현 기자  jacksu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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