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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평화와 생태 평화는 하나다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요즘 기후위기를 기회 삼아 핵 산업을 부활시키려는 꼼수가 늘어나고 있다. ‘꼼수’란 시시하고 치사한 수단이나 방법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위험을 핵에너지라는 또 다른 위험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2011년에 자메이카의 킹스턴에서는 <국제 에큐메니컬 평화회의>가 열렸다. 여기서는 ‘정의로운 평화에 대한 에큐메니컬 선언’(Ecumenical Call to Just Peace, 이하 ‘평화선언’)이라는 중요한 문서가 채택되었다. 이 평화선언은 지난 2013년 한국의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와 그 이후의 세계교회 평화운동을 앞서서 인도한다. 이 선언의 꽃은 제40항이다.

“오늘날 평화를 위한 새로운 에큐메니컬 의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다른 어떤 의제들보다 훨씬 더 긴박한데, 그 이유는 그것이 제기하는 위험의 성격과 범위 때문이다. 우리는 생명과 생명의 기초를 파괴하는 인간의 능력이 엄청나게 증대했음을 목격한다. 위협의 규모와 그 이면에 있는 인간의 집단적인 힘 그리고 전 지구적 공동대응의 필요성은 전례가 없다 하겠다. 두 개의 엄청난 위협, 즉 핵 학살(nuclear holocaust)과 기후변화(climate change)가 많은 생명과 정의로운 평화에 대한 모든 전망을 파괴할 수 있다. 두 가지 위협 다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본래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폭력으로 오용한 결과다. 한 재앙은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의 확산에 기인한다. 다른 재앙은 ‘대량멸종의 삶의 방식’(lifestyles of mass extinction)의 확산에 기인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위협을 통제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에큐메니컬 평화선언은 명확히 핵과 기후위기가 똑같이 인류와 지구의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둘은 한 세트다. 한 가지로 다른 한 가지를 돌려막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위험으로 다른 위험을 막으려는 것보다 위험천만한 시도는 없다.

‘탈핵 평화’와 ‘탄소 제로’는 하나의 의제다. 2018년 10월 인천의 송도에서 열린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난화를 섭씨 1.5℃ 안에서 잡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이 올 것을 경고하며, 오는 2030년까지 지구 온난화 가스의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서 약 절반가량(45%) 줄여야 한다고 강력히 제안했다. 이제 겨우 9년 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2030년을 거쳐 2050년에는 완전한 ‘탄소 제로’ 사회로 진입해야 인류가 지구 위에서 생존할 수 있음을 안다. 탄소 제로는 ‘생태 평화’가 이루어진 새 지구다. 우리는 그 새 지구를 향해 화석 에너지 문명에서 ‘출애굽’(Exodus) 해야 한다.

핵무기와 핵 발전은 하나다. 핵무기는 군사용이고 핵발전은 평화용이라는 말은 거짓 신화다.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의 말대로,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 열도의 절반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일본의 정치인과 관료 그리고 재계가 어떻게든 핵발전 사업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핵발전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나오기 때문이다. 핵은 무기든 발전이든, 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 핵에너지는 평화의 에너지가 아니다. 그러므로 기후위기를 핑계로 핵 산업을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어불성설이다. ‘탈핵 평화’와 ‘생태 평화’는 하나다.

2013년 WCC 제10차 부산총회 이후 세계교회는 ‘정의와 평화의 에큐메니컬 순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내년 8월에 독일의 칼스루헤에서 열리는 제11차 총회에서 그 운동을 결산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어떤 평화의 경험과 의제를 가지고 다시 세계교회 앞에 나설 것인가? WCC는 평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제1, 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화에 대한 신앙적 반성으로 탄생한 것이 WCC다. 그래서 WCC는 교회를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공동체’로 이해한다. 세계교회는 이미 “전쟁은 하나님에 반하는 죄”(1948년 WCC 창립총회)라고 선언했고 “핵은 인류에 대한 범죄”(1983년 WCC 밴쿠버 총회)라고 선포했다. 간디가 그랬던가. “기독교는 하나의 좋은 사상이다. 단, 기독교인들이 그것을 실천한다면 말이다.”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 평화통일연대 전문위원

장윤재  shalom@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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