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
7.27 남북통신선 복원과 오프 더 레코드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청와대와 북한은 정전협정 68주년인 지난 7월 27일, 지난해 6.9 연락선 차단, 6.16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끊겼던 남북통신선을 복원한다는 발표를 하였다. 지난 4월부터 10여 차례 남북정상간 친서가 오갔다는 배경 설명을 곁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노딜과 작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심각한 상실감을 겪었을 것이다. 어느덧 현 정부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취임 초반부터 공을 들여왔던 남북문제에 있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창출해야 할 현실적인 목표설정과 함께 미완의 북미관계를 완성해야 할 책임감도 크게 작용했을 터이다. 남북통신선 복원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 북한의 경제위기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자연재해의 3중고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월 13일 북한 박정근 내각 부총리 명의로 작성된 UN제출 보고서에는 올해 700만 톤의 곡물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력생산도 심각한 위기인 것으로 나타났고, 코로나19 백신 부족도 시사했다. 북한이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VNR)’를 공개한 것도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국내사정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준다. 북중 접경의 한 익명 소식통에 따르면 식료품의 물가폭등이 약 열 배 가량 이르러 주민들의 고통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인도적 지원이 대북제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착안하여 이전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했고, 식량수급을 부담스러운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UN 회원국과 국제기구로 분산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또한 대북지원에 가장 우호적이고 현실적인 남한의 지원을 의도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지난 5월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주목받은 이유는 여느 때의 정상회담과 달리 한미가 동아시아 내 신동맹 체제의 서막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아시아에서 다자주의 외교와 함께 대중국 봉쇄를 위한 전통적 군사안보 문제는 여전히 미일동맹을 큰 축으로 활용할 것이다. 반면 최근 국제사회에서 크게 대두되고 있는 인간안보, 환경안보, 기술안보와 같은 신안보문제와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가치외교의 파트너십 국가로 미국이 한국을 택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아시아 전략에서 한미동맹을 미일동맹과 대등한 지위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제시한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 마지막이 될 외교부문의 성과를 위하여 한미정상회담에 승부수를 두었고, 회담을 전후하여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주고받으며 북측의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한이 미국으로부터 대북관계를 이끌 실질적인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은 이상 남한을 배제할 명분을 잃게 된 것이다. 더 이상 통미봉남과 같은 북한의 전통적인 대남전술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남북한 지도자의 국내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기가 1년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에서도 현 정부의 성과를 계승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즉 정권 재창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취임 초 밝혀왔던 평화경제 구상이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종전선언 이후 평화시대의 서막을 알릴 가시적 성과, 즉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리거시 매이킹(Legacy Making)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도 핵무력 완성 선포 이후 대외개방과 함께 ‘경제강국’ 건설, ‘인민대중제일주의’에 걸맞는 인민생활의 현격한 개선이 필요하다. 미 제국주의와의 대적노선에서 얻은 승리의 결과물인 핵무력 완성의 자신감을 토대로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북한은 이른바 ‘하노이 노딜(No Deal)’의 충격 이후 오랜 관성처럼 굳어진 ‘자력갱생’의 고립노선으로 회귀하려 했으나 심각한 경제위기로 인해 내부 엘리트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도 남한 내 차기 지도자 또는 보수정부보다는 그나마 현 정부가 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계산도 섰을 것이다.

물론 단순 남북한 통신선의 연결로 김칫국부터 마실 일은 없어야겠다. 남북통신선은 단순히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연락망에 불과하다. 8월 1일 북한의 김여정 당 부부장 또한 “남조선 안팎에서는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심지어 북남수뇌회담 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나는 때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경고했다. 뒤이어 그녀는 8월 16일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언급하며 “또 다시 적대적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하여 예의주시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그간 일관되게 요구해온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의 상징적 조치로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명분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6월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고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철저히 전환키로 했던 북한당국이 올해 통신선을 복원하며 180도로 입장을 바꾼 것은 단순 연락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필자는 7.27 남북통신선 복원의 가장 큰 전제조건은 실무단계에서의 철저한 기밀유지,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였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 돌입할 때마다 남한의 지도자는 국내외 비선조직 내지 비밀협상을 활용해 큰 성과를 이뤄냈던 옛 기억들이 있다. 7.4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냈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방북, YS정부 시절 대북 쌀 지원을 성사시킨 KOTRA 홍지선 실장의 노력, 6.15남북공동선언을 준비했던 박지원 공보수석의 싱가포르 비밀회동 등이 그것이다. 정책결정에 있어 대북협상과 한미동맹은 각자의 논리가 달라야 한다. 함께 결부시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다만 양자를 조화하여 남북미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불가능하다면 양자를 이익형량(利益衡量)하여 가시적 성과가 가능한 사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의제들은 모두 ‘오프 더 레코드’이어야만 한다. 지난 1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4일 문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협의하라”는 지시로 화답했다고 본다.

정치는 국가의 모든 권력작용을 책임지고 선도해야 할 결단의 영역이자 국민들에게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결과의 영역이다. 물론 정치는 정치의 논리가 있고 군사는 군사의 논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설령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우리의 전작권 환수를 위해 필요하다 하더라도 자주 국방능력의 구비여부에 관한 종합적 판단과 전작권 환수의 최종적인 결단은 평가점수와 성적이 아닌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으로만 가능하다.1) 특히 군사문제는 보안상의 이유로 공론화하지 못할 내부사정도 존재할 것이다. 정치적 결단은 결과로서 설명하고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전작권 환수와 북미협상을 통한 종전선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플랜 2022’의 해답은 우선 ‘오프 더 레코드’이다.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임기 말 성공시켜야 할 역사적 과업들을 앞두고 향후 모든 과정과 절차는 비공개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번 7.27 남북통신선 복원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수차례 남북 정상간의 친서가 오갔다는 설명처럼 말이다.

이장한/ (사)뉴코리아 사무국장, 평화통일연대 전문위원

1)한미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으로 세 가지 ①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②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을 든다.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