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이 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누르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윤 당선자는 역대 최소 득표차로 신승했다. 여당에는 심판을, 야당에는 정권교체를 안겨줬지만 득표율에서는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수가 더 많았다는 것을 당선자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의 불문율처럼 이번에도 서울에서 승리한 윤 후보가 최종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서울의 민심은 매우 독특했다. 불과 1년 전에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은 58%를 득표했고, 여당은 39%를 득표했다. 무려 19%의 차이로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확인한 것은 그 간극이 5%차로 좁혀졌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서울시민의 민심도 큰 변화를 겪은 셈이다.

촛불혁명의 결과로 태어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은 참으로 대단했다. 이번 대선은 그 실망과 분노가 정권교체의 열망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그 높은 정권교체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겨우 0.73%인 24만 7,077표차로 신승했다. 수권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과 당선자에 대한 신뢰가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득표율은 50.2%였고, 국민의힘은 48.56%였다. 만일 결선투표제가 도입됐다면 어찌 됐을까? 이 결과를 보면 당선자와 국민의힘이 승리를 자축할 수만은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긴 것 또한 사실이다.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겸손하게 수권 준비에 들어가야 하고,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깨끗하게 승복해야 마땅하다.

이제, 목표는 국민화합이다. 다만 국민 화합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상대에게 무조건 박수 쳐 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정책에 대한 허심탄회한 토의와 평가를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인가를 찾아가는 노력이 화합의 지름길인 것이다.

20대 대통령 선거의 특징은 정책선거는 온데간데없고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가 횡횡했다는 것이다. 양쪽 후보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토론과 개별 선거 운동을 통해 객관적으로 드러난 진실을 보면 당선자인 윤석열 후보의 책임이 더 컸다. 당선자의 언어와 논리, 밖으로 드러난 품격에서 한 나라 대통령으로서 미래를 이끌어 갈 정책과 비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당선자와 차기 정부에 대한 국민적 염려가 어느 때보다도 깊다는 것을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다양한 가치들이 국가정책에 투영될 수 있는 다당 정치의 정착을 위해 양대 정당이 과감하게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제도를 다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때 비로소 국민 통합, 진정한 화합의 정치가 실현될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 개신교의 역할은 매우 컸다. 개신교 성도들의 투표 성향이 과연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교회 안팎의 지성인들이 많다.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한국교회 성도들이 집단이기주의를 신앙으로 극복하고 하나님 나라의 영속적 가치인 정의, 평화, 생명, 공생의 가치를 따라 투표하자고 여러 번 호소했다. 이 땅의 성도들이 더욱 성숙해져서 이 땅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삶의 기준이 되는 그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20대 대선이 한국 개신교에게 던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강경민/ 평화통일연대 상임대표

강경민  nils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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