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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전쟁 중팔레스타인 전쟁이 주는 교훈

2023년 10월 하마스의 민간인 납치 사건으로 재점화된 팔레스타인 지역 분쟁은 복잡한 중동문제의 배경을 돌아보게 한다. 이스라엘은 1947년 아랍 국가와 유대 국가 분립을 명시한 ‘유엔 결의안 242’를 받아들여 1948년 5월 14일 건국을 선언했다. 국가 없이 떠돌던 디아스포라 유대인에게는 감격에 겨운 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왕국들의 통치 아래 살아왔던 원주민들에겐 ‘디아스포라 팔레스타인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날이기도 했다. 76년 넘게 지속되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분쟁은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훈련해야 한다. 적대는 쉽고 평화는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은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맥마흔 선언(1915년)과 벨푸어 선언(1917년)을 발표했고, 전후 1920년부터 1946년까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위임 통치했다. 두 선언은 아랍국가들과 유대인을 대상으로 각기 독립 국가 건설을 약속한 것이었다. 이중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선언은 전쟁 시 조력이 필요해서 추진되었는데, 팔레스타인 지역을 놓고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지분을 주장하는 근거가 됐다. 영국의 영향력은 미국의 등장과 함께 급감했다. 1947년 ‘유엔 결의안 242’가 통과되면서 영국은 철수하고 유엔이 위임 통치를 맡았다. 유엔 주도국인 미국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지속해서 중동문제에 관여해오고 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영토분쟁 역사. 자료출처=대학신문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은 왜 1947년 유엔 결의안을 수용하지 않았을까. 원인은 분명하다. 유대인 이주가 시작된 초창기 6% 남짓했던 유대인 거주지를 56%까지 확장한다는 결의안을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건국 초보다 지속해서 늘어난 이스라엘 점령지를 보면 이스라엘의 전략은 인종 청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애당초 원주민 거주지로 인정됐던 서안지구 안에 60만 명 이상의 유대인 정착촌이 존재하는 사실은 극우 시온주의자들의 정책이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자 지구를 대표하는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 국가 소멸을 천명하고 있으니, 두 극단주의 세력의 갈등이 오늘날 참사를 불러왔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 시온주의의 기획에 따라 시작된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이주는 유럽의 반유대주의가 출발점이었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세 암살 배후로 유대인이 지목되거나, 프랑스 드레퓌스 장교를 독일 스파이로 모는 등 반유대주의에 기한 사건들이 발생하자 『유대국가론』을 출간한 오스트리아 언론인 테오도어 헤르츨을 중심으로 시오니즘 운동이 시작됐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은 건국을 강행한 반면, 원주민들은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로 나뉘어 이스라엘과의 결사 항전을 주장하는 강경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대표하고 있고,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서안 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PLO는 1988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선언하고, 1993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오슬로 협정을 맺어 공식적으로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타협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 강경파로부터 반발을 샀다. 1995년 오슬로 협정에 사인했던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총격을 받고 사망했던 것이다. 또한 2004년 11월 PLO 지도자 아라파트 사망 이후 등장한 마흐무드 압바스는 이스라엘과의 협정을 유지하고자 했으나, 민족주의자 아흐메드 야신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하자 강경파 하마스가 득세하게 됐다. 2005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면서 가자 지구는 하마스 치하가 됐고 PLO 자치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게 됐다. 하마스와 PLO의 노선 갈등으로 팔레스타인 원주민 입지는 더욱 어려워졌다.

2023년 10월 사태로 인해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무차별 공격, 3만 7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이스라엘에서도 1,8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가자 지구는 현재 이스라엘의 극단적인 봉쇄 조치로 인한 기아 발생과 의료체계 붕괴로 여성과 유아 사망률이 심각한 지경이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 지도자가 기소되어 있지만 실효성 있는 판결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지지하는 여론이 유례없이 강력하게 형성됐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한 기소를 놓고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으름장을 폈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으로서 유대계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76년 지속된 팔레스타인 분쟁 속에서 53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유대인은 과연 국가 없이 떠돌던 나그네 시절을 잊어버린 것일까? 이번 사태는 홀로코스트로 인한 국제사회 동정론을 상쇄할 만큼 잔인한 모습의 이스라엘을 드러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는 성경의 본류에서 벗어날 때 한없이 냉혹한 패권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웠던 영국이나 미국도 사실상 자국의 이해를 우선하는 패권국임을 알 수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국제사회 속에서 강경파 일색의 주의 주장은 위험하다는 교훈도 기억해야 하겠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이 칼럼은 <기독공보>에도 게재됩니다.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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