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참사는 세월호만 아닌 것 같다. 청년실업문제, 자살문제, 사회 양극화 문제 등 사회 곳곳에 참사의 기운이 짙게 드리워 있다. 어느 하나만 푼다고 해도 도통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이다. 그런데 통일전문가들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통일을 해답으로 이야기한다. 왜 그럴까.

5일 사랑의교회 다니엘홀에서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주최로 열린 2014 쥬빌리 통일컨퍼런스에는 다양한 분야의 통일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통일선교 담당자, 통일 전문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강연자, 발표자, 토론자, 참석자 가릴 것 없이 통일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들이 오갔다. 1부는 3명의 통일전문가가 TED 방식에 따라 열띤 통일강의를 진행했고, 이어 3개의 섹션으로 나뉜 2부는 포럼 형식으로 이어져 심도 깊은 토론을 벌였다.

▲ 5일 열린 쥬빌리 통일컨퍼런스에는 6일 열린 기도큰모임에 앞서 다양한 분야의 통일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 1부 첫번째 TED 강연자로 나선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한국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웬 통일 이야기?

1부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교수는 왜 한국사회의 문제와 함께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한국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남북의 분단 문제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한 김 교수는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둡다고 전망했다. “2009년 중국은 대북 관여정책을 시작했고, 미국은 아시아복귀(pivot to Asia)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북한은 2012년 핵무기 보유국임을 헌법에 명시했다. 북한 정세는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북한의 불안정성이 북한 붕괴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북한의 상류층 20%에 주목했다. “북한의 상류층은 전쟁의 피해자로 구성돼 있다. 그들은 전쟁에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가족이 사망한 사람들이다. 북한은 그들을 혁명학원에 집어넣었고, 현재 그들은 북한 사회에서 최고위층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북한의 상류층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항복하는 방식으로 통일이 된다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통일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통일 문제는 근시안적으로 보기보다 북한에 노정된 많은 문제들을 볼 수 있어야 하고, 향후 20년 정도를 내다볼 수 있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상위 20%는 전쟁의 피해자로 구성돼 있다. 그들은 전쟁에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가족이 사망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정말 통일이 그렇게 어려울까?

정말 통일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 다음 강연자로 나선 전병길 예스이노베이션 대표가 설명한 통일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형태였다. 전 대표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탈북자들을 어떻게 잘 자립하게 할 수 있을까?”, “다문화로 가는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통일 방향이 뭘까?”,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이질화된 남북한 문화의 해결방안은 뭘까?”, “소셜미디어 시대에 어울리는 통일운동은?”, “통일 이후 북한의 도시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전 대표는 프랑스 경제학자의 글 한 편을 가지고, 통일의 관점으로 변형시킨 글을 읽어주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게 바로 우리가 품어야 할 통일의 마음이고, 통일한국의 브랜딩 과정이라는 것이다.

▲ '통일한국 브랜딩'이란 주제로 강연한 전병길 예스이노베이션 대표.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 '남북한 사람의 통일'이란 주제로 강연한 마요한 새희망나루교회 목사.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그렇다고 통일이 말처럼 생각처럼 쉽진 않다. 세 번째 강연자 마요한 새희망나루교회 목사는 “말로만 통일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몸을 부대끼는 ‘사람의 통일’을 연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 목사는 그 대상이 2만 7천여 명의 탈북자라면서, 하나님이 한국교회로 하여금 통일을 준비케 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해’, ‘관용, ’이해’… 그러면 ‘인권’은?

세 명의 강연자가 통일 문제에 대해 ‘화해’, ‘관용’, ‘이해’를 강조하자 질의응답 시간에 곧바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이 들어왔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언급하면서, 반기독교적인 사상과 어떻게 하나될 수 있는지를 김 교수에게 물었다.

이에 김 교수는 주체사상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나 통일 이후 어떻게 극복하고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주체사상은 정치의식화 부분과 인간 중심 사상 부분이 나눠지는데, 이 둘이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독재와 반민주적인 부분으로 대입해 제거할 수 있지만, 후자는 하루아침에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김 교수는 이 둘을 구분한 상태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통일컨퍼런스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탈북 청소년의 현저한 실력 차를 지적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그러면서 북한의 교육에도 영재교육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마 목사는 북한에서의 교사 경력을 언급하면서, 북한에도 탈북청소년의 적응문제와 함께 수재교육에 대해 답했다. “남북한 청소년간의 실력 차는 교육시스템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교육 재정비가 이뤄진다면, 이같은 문제는 빨리 회복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에서 교육 공백이 있었음에도 남한에서 잘 따라가고 대학 공부도 잘 해내는 사람들도 많다. 북한에도 수재교육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각도 소재지에서 시작한 수재담당 교육기관은 각 군까지 확산됐고, 특별하게 미술, 수영 등 각 분야별로 특별하게 키우는 교육도 있다.”

이처럼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은 젊은 세대의 통일 의식 부족에 대한 염려로 이어졌다. 이와 더불어 앞선 발표들에 대해 피상적일뿐 실제적이지 않고,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전 대표는 “요즘 청년들은 북한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 적을지는 모르지만, 아프리카 우물파주기는 더 열심이고,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고,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실질적으로 이 청년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은 적을 수 있지만, 살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 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전 대표는 영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세대들의 특성을 잘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살리는 통일?

2부로 이어진 본격적인 포럼에서는 ‘교회가 살리는 통일’이란 이번 대회 주제에 물음표를 달았다. 주제 발표를 맡은 송원근 자연빛교회 목사는 “교회가 아니면 어디서 통일을 살리겠는가”라며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달았다. 송 목사는 분열의 역사를 가진 장로교를 들면서 “교회가 통일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교회의 속성에는 통일 DNA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위일체의 하나님, ▶유기적인 한 몸 공동체인 교회, ▶통일된 주제를 이루는 성경 모두가 통일한국을 위한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2부 첫번째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송원근 자연빛교회 목사.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 2부 첫번째 섹션에서 지정토론자로 나선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 컨퍼런스 참석자들의 질의응답 ⓒ유코리아뉴스

반면,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는 “한국교회의 통일운동에 예수님이 있었는지, 바리새인의 위선처럼 하고 있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송 목사의 확신에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강 목사는 한국교회가 가지는 탈북민들에 대한 편견도 지적했다. “한국교회는 코끼리 발만 만지고 전부를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2만 7천 명의 탈북민은 북한을 맹목적으로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고향이 북한이기 때문이다”

20년간 탈북민 사역을 해온 조요셉 박사(물댄동산교회 담임 목사)도 강 목사가 밝힌 한국교회의 탈북자에 대한 몰이해에 동감했다. “많은 한국교회가 북한 사역을 한다면서 탈북민 사역자를 쓰지 않으려고 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선 예수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우리가 예수의 눈으로 바라보고 품을 때 통일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사회를 맡은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 역시 강 목사의 지적에 공감하면서 “통일 준비는 부싯돌과 같다. 북한동포들과 만나 비벼야 한다”고 덧붙였다.

▲ 2부 첫번째 세션에서 사회를 맡은 양영식 박사(전 통일부 차관).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북한은 적인가, 형제인가.

한편, 포럼 내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허문영 박사(평화한국 대표)가 ‘복음통일과 영역선교’란 주제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베드로 목사는 “영역별 선교가 남한의 교회와 국민을 향한 메시지일 뿐, 북한에 탄압받고 고통받는 지하교회 영역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고, 강철호 목사도 “북한인권은 한국의 당연한 과제다. 한국교회가 의무적으로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할 때”라며 ‘인권’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했다.

이에 허 박사는 인권운동과 인도적 지원 둘 다 중요하고, 같이 해나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은 적인가, 형제인가”란 이분법적인 사고 대신 이중성을 포용한 균형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한반도 문제는 건건이 흥분하면 안 된다. 인권문제, 경제난, 체제문제, 대량살상무기문제, 급변사태 문제 등은 한 건 한 건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들이다. 한국사회는 이중성을 인정하고,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이건 정부가 할 일이다. 정부가 균형을 잡고, 이 문제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것을 기조로 삼고, 계획을 세워가지 않으면, 우리 민족의 미래는 없다.”

▲ 2부 두번째 섹션에서 '복음통일과 영역선교:온전함을 향하여'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허문영 박사(평화한국 대표)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이어 허 박사는 통일준비에 있어 영역별 선교를 재차 강조하면서, 영역별 선교의 최근 동향을 소개했다. 의료영역에서는 8년간 개성병원 병원장으로 일한 김종용 원장이 탈북의료인들을 위한 국가의사고시 준비를 돕고 있으며, 이외에도 예술영역은 극단 ‘예배자’, 탈북민 영역은 ‘통일비전연구회’, 기도영역은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언론영역은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등이 여러 영역에서 영역별 통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조선족, 러시아는 카레이스키, 북한은 조선사람

이번 쥬빌리 컨퍼런스는 특별히 ‘인터내셔널’을 강조해 세계 각지의 한인 디아스포라를 초대했고, 세 번째 세션은 ‘통일을 위한 한인 디아스포라의 역할’이란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 패널로 나선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은 디아스포라에 대한 경험 하나를 소개했다. “동북아 평화포럼에 갔을 때 여러 나라에서 디아스포라 코리안들이 모였다. 거기서 중국인은 ‘조선족’, 러시아인은 ‘까레이스키’, 일본은 ‘자이니치’, 북한 영사는 ‘조선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나는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모두 똑같은 코리안인데, 각자 부르는 이름이 다 달랐다. 회의가 끝나고 하나의 이름을 만들자했고, 그게 바로 ‘코리안’이었다.” 이어 배 이사장은 통일을 위해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묶어낼 끈이 필요한데, 디아스포라 코리안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드니 디아스포라 1세라고 밝힌 김종규 시드니 영성교회 목사는 배 이사장의 끈 역할에 동감하면서 탈북민과 디아스포라의 공통점을 설명했다. “이민생활하는 디아스포라와 탈북민은 상통하는 면이 있다. 대화가 통한다. 탈북민은 한국에 오면 여러 가지 배타적인 느낌을 받는데, 디아스포라도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탈북자들과 2세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는데, 대화가 아주 잘 통하는 것을 보았다.” 이어 김 목사는 디아스포라의 사명을 일깨우기 위해선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 2부 세번째 세션에서 지정토론 패널로 나선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 2부 세번째 세션에서 지정토론자로 나선 임현석 시카고 빌립보교회 목사.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디아스포라에 대한 새로운 인식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임현석 시카고 빌립보교회 목사는 “나 스스로도 디아스포라로 보는 게 어색하다. 요즘은 미국과 중남미 등지에 경제적 이유로 이민을 가기도 하고, 세계 곳곳에서 유학생들을 많이 보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 목적에 따라 어디든 살 수 있다고 인식한다. 이 부분은 통일 한국의 미래에 있어 주목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통일은 두렵지도, 불가능하지도 않다”

7시간동안 쉼 없이 진행된 컨퍼런스를 총평한 조요셉 박사는 성경에 나오는 ‘이리와 어린양’,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들이 함께 논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가능하리라 믿는다. 우리 교회는 남북한 청년이 함께 모여 지낸 지 7년째다. 원수의 자식들이 예수 안에서 하나된 모습은 과거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통일은 두려운 일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거다.”

▲ 2부 세번째 섹션에서 사회 및 총평을 맡은 조요셉 박사(물댄동산교회 담임)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인터내셔널’을 표방한 이번 대회에는 세계 각지에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한국 땅을 찾았다. 폴란드 바르샤바 김현종 목사, 미국 알래스카 윤호용 목사, 호주 시드니 유종오 목사, 일본 미야자키 노나카 목사, 미국 시카고 명병현 목사 등이 참여했고, 국내에서도 춘천, 통영, 부산, 대구, 제주 등 전국 각지의 목회자들이 참여했다.

성상현 기자  jacksu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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