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는 우리에게 국가와 사회의 위기 및 위험 상황 대응체계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였다. 국민들은 국가운영의 자주성의 부재 내지 통제불능에 의한 국가위기 국면을 우려하고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제기하였다. 이에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사회 전반에서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조치와 대응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위기관리라는 면에서 민간부문의 재난위기가 국가위기처리의 문제로 전화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안전과 안보문제가 중첩되어 나타났다. 또한 상황대처국면에서의 혼선과 무책임한 행동들은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고 급기야 국가개조 차원의 대처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고를 계기로 국가안보와 안전 문제를 재점검하고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무릇 국가안보 내지 사회안전에 대해 국가차원의 재편과 함께 사회전반의 관심과 대응을 통해 우리는 안보관과 안전의식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을 기할 수 있다.

생각건대, 재난과 국가안보의 위기를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그 개념과 범위를 규명하는 데에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도발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위기와 재난위기를 쉽게 구별하여 다루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그간 위기관리 면에서 대응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는 다시 국가 중대 상황 발생시 위기대응체제와 능력을 다잡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위기관리를 위한 법령체계는 이미 분야별로 갖추어져 있다. 다만, 그 실제적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과 인식의 문제점이 나타남으로써 이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생긴 것이다.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와 사회안전(social safety)은 예측가능성 면에서 일반적으로 전자가 가능한데 비해 후자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또한 정부와 민간의 주체성 문제와 국경과 대내적 범위라는 점에서 양자를 대별하여 설명된다. 그런대 우리의 경우는 이를 양단적으로 대별하여 다루기 어려운 환경이 개재되어 있다. 이는 북한의 개입함으로써 나타나는 이중적 상황에 의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굳이 양자를 비교하면 위기관리 면에서 국가위기는 민간의 재난위기보다 중시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기실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은 상호보완적으로 그 중요성을 판단하여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가안보가 중심과제로 다루어져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위기관리 상황에서 그 선후문제를 판단함에 있어 군사부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재난위기는 무시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대형 재난사고 원인 가운데 일각의 북한 연루성 의심은 상존하는 북한 위협이 염두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합적 위기관리 체제와 구조의 문제점이 본질적으로 군 중심의 안보위기 인식과 대응자세로부터 나온다는 지적이 있다. 세월호 사고로 불거진 국가 및 사회 전반의 개조 내지 개편의 과제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사회전반의 노력에 의해 해소되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시되어서는 안되는 것은 통일기반조성과 준비다. 잘 알다시피 통일은 그 자체로 위기관리이기 때문이다. 통일준비는 바로 국가안보와 안전관리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함을 세월호 사고는 일깨우고 있다.

강조하건대, 통일준비는 통일을 향한 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국가안보관리와 함께 불가측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정책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준비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안전관리 차원의 불안요인을 해소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의 실현은 통일준비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가치가 크다. 남북의 인도적 문제의 해결,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이 현실적으로 추진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남북의 경제협력을 통한 균형발전을 위해 이른바 ‘5·24조치’를 해제하고,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장을 열기 위한 정치회담 개최 등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마침 ‘6·15 남북공동선언’이 14주년을 맞이하였다. 두 선언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대화와 실천의 장을 열기 위한 장해물을 과감히 걷어내는 결단이 요청된다. 통일준비는 우리에게 안전과 국가안보의 틀을 확고히 하는 길임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이번 재난관리에서 나타난 교훈은 위기대처를 정부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위기관리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통일준비에도 정부와 민간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박정원 / 국민대 법대 교수

*이 글은 남북물류포럼(KOLOFO) 소식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박정원  pjw7997@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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