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4 북한개발 국제 컨퍼런스' 모습 ⓒ유코리아뉴스

한국수출입은행과 베를린자유대학은 공동주관으로 통일기반구축을 위한 ‘2014 북한개발 국제 컨퍼런스'가 2일 열렸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날 컨퍼런스에는 정의화 국회의장, 황진하 국방위원장, 류길재 통일부장관,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피로스카 나기(Piroska Nagy)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국가전략정책 소장, 한스 야누스(Hans Janus) 율러헤르메스(Euler Hermes) 이사를 비롯해 국내외 북한 전문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개회사에서 “통일된 한반도는 동북아 국가들에게 새로운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면서 “이를 위해 수은이 국제금융기구와 함께 북한 개발협력 방안을 모색하는데 앞장 설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진 첫 번째 세션은 ‘동북아·북한 개발협력 증진을 위한 국제금융기구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다. 발표는 피로스카 나기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국가전략정책 소장, 박신영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코노미스트, 한스 야누스 율러헤르메스(Euler Hemes)이사가 나섰다.

피로스카 나기(Piroska Nagy) EBRD 국가전략정책 소장은 "동유럽 체제전환국들은 국제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체제전환으로 인한 내부동요를 막는 데 노력했다"면서 "북한의 국제금융기구와의 파트너십은 체제전환기에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 나기 소장은 “체제전환이 시작되는 초기 몇 달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문화적 변동 등의 시간은 짧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독일의 통일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했지만 통일된 독일은 현재 유럽연합을 이끌어가는 선도적 국가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남북통일에 긍정적인 시사점을 제공했다.

박신영 아시아개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민간정부 출범 이후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미얀마의 사례를 소개하며 “급격한 변화를 경험 하고 있는 미얀마에게 국제개발협력은 중요한 노력이다.”면서 “올해 초에도 포럼 등을 개최하며 정부와 민간, 개발 파트너와의 개발협력에 노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특히 미얀마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ADB, OECD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개혁개방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고,금융개혁에서는 JICA와 세계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2011년 이후 미얀마는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군사독제에서 민주사회로,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의 체제전환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스 야뉴스 율러헤르메스 이사는 독일통일 사례를 소개하며 “체제전환은 잘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체체전환은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야뉴스 이사는 “동서독 주민들은 독일의 통일을 염원하고 있었으나, 실제 통일에 대한 준비는 부족한 상태였다”면서 “독일통일이 법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1990년 10월 3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329일 만에 공식화 된 것이다”면서 통일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야뉴스 이사는 “독일의 경제통합은 통일이 공식화되기 3개월 전인 1990년 7월 1일부터 시작됐다”면서 “서독의 통화였던 독일 마르크가 동독의 공식통화가 되었고, 특히 서독의 수출신용보증은 동독의 대외무역 기업이 국제무대로 편입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베르너 캄페터(전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 소장), 장형수(한양대학교 교수), 정형곤(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베르너 캄페터 전 소장은 “북한과 동북아를 위한 포괄적인 개발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수사학적인 수치가 아닌 실질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발전은 시간이 걸리며 주변 이웃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북한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미리 대비해야 하며 독일이 일관된 통일 방식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에 교류했다면 통일이 더욱 수월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장형수 교수는 “미얀마 사례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지만, 미얀마와 북한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면서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에 편입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이다”고 말했다.

정형곤 부원장은 “모든 체제전환 국가들이 모두 이익을 보았지만 경제적 퍼포먼스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국가들의 시장개혁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또 “체제전환기 국가는 초기에 빠른 속도로 개혁하면서 거시적 안정성을 꾀해야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이종림 연변대학 교수, 배종렬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위원,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 자이델 재단 한국사무소 소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종림 교수는 현재 중국과 북한 접경 지역에서 진행되는 교류현황과 발전상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교수는 “두만강 유역은 동북아 물류 통로의 중심에 놓여 있으나 주변국가들의 체제차이, 경제기반의 취약성 등의 요인으로 개발 진행이 매우 더딘 상태”라고 말하며, “중국의 창지투 선도구 개발의 본격화로 역내 물류인프라 구축이 구체화될 경우 두만강 지역은 동북아 경제협력의 새로운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 교수는 “북한의 계획에 의하면 라진경제 무역구는 국제물류의 허브, 운수, 무역, 투자, 금융, 관광, 서비스 기지와 세계항구 도시로 건설될 예정이다”면서도 “하지만 2013년 12월 북·중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라선지역, 황금평, 위화도 공동개발을 총괄해왔던 장성택이 처형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중국과 북한과의 협력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발표 후에 사회자는 “중국과 북한의 라선지역의 공동개발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교수는 “북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기업 등과 연계하면 남한도 이지역 개발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고 이후 발언 시간을 통해 답변했다.

배종렬 위원은 중국 동북3성에 대한 투자 현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발표를 이어갔다. 배 위원에 의하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정부의 비준을 득한 동북3성 대북투자는 도합 136개사(길림성 68개사, 요령성 62개사, 흑룡강성 6개사)이상으로 추정된다.”면서 “특징적인 것은 2010년 이후 길림성이 요령성을 제치고 대북투자의 주도지역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과에 배 위원은 “이는 2009년 5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한문제(후계문제)와 북핵문제를 분리 접근 하는 대북정책기조하에 동북3성과 북한경제의 연계개발체제를 강화함에 따라 길림성의 전략적 위치가 제고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위원은 “길림성 대북투자의 특징은 대북투자와 연계된 도로, 철도, 항만, 개발구 등을 같이 묶어서 개발하는 ‘로항구일체화’전략을 지원하는 데 초첨이 있다”면서 “주목할 점은 길림성과 북한 무역에서 의류분야의 약진과 그에 따른 대북투자와 임가공의 증대”라고 말했다.

베른하르트 젤라거 소장은 “대북 역량강화(Capacity Building) 사업은 대북 인도적 지원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면서 북한의 지원물자의 활용방법 등을 교육하는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젤라거 소장은 “북한 역량개발사업은 변화에 대한 내부의 의지를 높이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북한 역량강화사업은 남북한 협력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실질적인 통일준비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 토론자로는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피터 벡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가 나섰다.

양문수 교수는 배종렬 위원에게 “동북3성 뿐 아니라 중국의 북한투자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 했다. 이에 배 위원은 ”현재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곧 중국의 대북투자에 대한 큰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열린 국제컨퍼런스는 정부로부터 남북협력기금을 수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과 독일 통일 연구의 전문기관인 베를린자유대학이 공동으로 북한과 동북아개발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장이었다.

두 번째 세션 사회를 맡았던 조동호 한국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 소장은 “향후 북한과 동북아개발협력을 위한 연구에 북한개발연구센터가 힘써 노력하겠다.”면서 컨퍼런스를 마무리했다.

백인주 기자  oasis_eag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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