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못믿겠다며 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하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고등학생에서부터 가정주부, 직장인들에게까지, 진도, 안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철저한 진상조사가 있어야지만 대한민국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지도 나올 것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요구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우이독경식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민간 대북지원 등 남북 교류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5·24조치를 해제하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공을 북한에 떠넘기고 있고, 행정부가 올바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감시해야 할 정치권은 “아무리 얘기해도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 남북 화해와 통일은 점점 멀어지고 남북간 긴장과 분쟁 분위기만 높아가고 있다.

남북경협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5·24조치 직후부터 3년간 남한은 약 89.1억 달러, 북한은 약 22.6억 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봤다. 남한이 북한보다 4배나 피해 규모가 컸다. 금강산 관련 기업만 봐도 투자액 1900억 원을 포기해야 했고, 5100억 원의 매출손실을 봤다. 현대아산은 투자자산 및 사업권 등 총 1조 3000억원 정도를 날렸고, 직원도 1100여명에서 300명 이하로 70% 이상을 감원해야 했다. 금강산 관광객 대상 숙식업을 했던 강원도 고성 주민들은 약 5000억 원을 밑졌다. 5·24조치는 남북경협 기업인 8만 명과 딸린 식구 30만 명에게 엄청난 경제적 고통은 물론 자살, 야반도주, 형제간 보증 등으로 인한 가족 해체 등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가중시켜왔다.

남북경협기업 및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각계 인사들이 지난 5월 28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매일 오전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 및 대국민 행사를 시작한 것도 이런 절박감 때문이다. 여기엔 10대 고등학생에서부터 80대 노인에까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5·24조치 해제’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 지난 5월 28일부터 7월 25일까지 5.24 해제 촉구 1인 릴레이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50여 명의 각계 인사들. ⓒ유코리아뉴스

다큐멘타리 '송환'의 주인공이자 비전향장기수에서 전향 장기수로 전환한 김영식(81) 선생도 1인 시위를 벌였다. 현재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선생은 젊은 사람들이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자 지난 7월 11일 자발적으로 1인 시위에 참여했다. 김 선생은 “젊은이들이 수고가 많다”며 “안 해도 될 쓸데없는 노력을 하고 있어. 정부가 서로 손잡고 함께 잘 살아보자고 하면 될 것을…."이라며 정부의 자세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1인 시위 중간중간엔 5‧24조치 해제 및 7‧4 남북 공동성명 및 6‧15선언 등 역대 남북 당국자간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지난달 13일엔 6·15선언 14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콘서트 ‘응답하라 6‧15’를 개최한 데 이어, 7‧4 남북 공동성명 42돌 하루 전인 지난 3일엔 광화문광장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20여 개 통일 관련 단체장과 활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8‧15 69주년을 맞는 다음달 14일엔 여의도수변공원에서 ‘의리 의리 코리아’를 주제로 한반도 의리 프로세스를 뮤지컬 형식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 지난달 22일과 이번달 11일 각각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고등학생 장한결 군과 김영식 선생(오른쪽)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그러는 사이 대북 지원이나 민간 교류에 대해 숨통을 막다시피 했던 정부의 태도도 조금씩 유연해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통일부가 15일 보건의료, 농업, 축산업 등 3개 부문에 대해 총 30억 원 상당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한다고 공고한 데 이어 지난 23일엔 통일부의 허가로 문화재청(청장 나선화)과 남북역사학자협의회(위원장 최광식)가 개성 만월대에서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의 남북 공동 발굴조사 재개의 첫 삽을 뜨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 중에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5.24조치를 해제하기는 어려운 만큼 제한적 대북지원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참여 등을 통해 실제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는 효과를 노리는 우회 방법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도 있다.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참여하길 원하는 시민들은 다음 연락처로 문의하면 된다(winwinkorea1@gmail.com‧010-8864-6432).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