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오 광화문광장. 30여 명의 엄마들 사이에 40일 가까이 단식 중인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가 힘겹게 서 있었다. 엄마들은 김씨 앞에 말 대신 “단식 푸시고, 건강 회복해서 더 우렁찬 목소리로, 더 힘찬 발걸음으로 저희 앞에 서서 이끌어주세요”라는 현수막과 피켓을 내걸었다. 앉아 있는 것조차 힘겨워 보이는 김씨 주변엔 각계각층 국민들의 목소리가 서명, 피켓, 단식 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힘을 보태고 있었다.

그곳에 모인 엄마들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동안은 SNS를 통해서만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리멤버0416’을 통해 만난 엄마들은 “유민 아버지의 단식투쟁이 방치되는 것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이날 마음을 한데 모은 것이다.

▲ 20일 광화문 유가족 단식농성장에 모인 30여 명의 엄마들. ⓒ유코리아뉴스     ▲ 대한변협 법률지원단 원재민 변호사와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 씨. ⓒ유코리아뉴스

20일 세월호 특별법 관련 여야 재합의가 있었지만 유족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법률지원단 원재민 변호사는 “과연 유가족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포함될 수 있느냐는 것인데, 그것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 변호사는 "유족들이 원한 건 특검이 아닌, 독립된 조사위원회였다"면서, “그것보다 한 발 물러선 특검을 이야기하는데, 그 특검조차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유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거다.”라고 밝혔다.

민우 아버지 이종철 씨는 3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유민 아버지의 건강상태가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몸이 망가지기 시작했으니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거죠. (유민이 아버지는) 하루하루를 넘기기 위해 너무 고통스런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지금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가까이서 보면, 살과 근육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해요. 앉아 있는 것 자체도 힘들어합니다. 게다가 오늘 아침엔 박영선 의원이 흥분시켜서 더 힘들어 하고 있는 상태예요.”

▲ 민우 아버지 이종철 씨. ⓒ유코리아뉴스

박 의원이 흥분시켰다는 건 기대했던 야당이 유족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거부하다 결국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씨는 “마음이 답답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는 “집에서 가만히 앉아서 가슴 아파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예전처럼 민주화운동이라고 하면 대학생들이나 젊은 지식인들이 나와서 같이 동참해서 투쟁했다. 그런데 요즘은 페이스북을 통해서 글로만 표현하고, 실제로 나와서 행동하지는 않는다. 가슴 아파하는 사람 모두 나와서 청와대에 가면 해결되지 않겠는가. 마음만 아파하지 말고, 나와서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 20일 광화문 유가족 단식농성장에 모인 30여 명의 엄마들. ⓒ유코리아뉴스

결국 엄마들이 두 팔 걷고 먼저 나섰다. 4월 16일은 엄마들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기 시작했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한 첫 걸음을 뗀 것이다. 거리로 나선 이들의 한 걸음, 거른 한 끼가 쌓여 세월호의 아픔을 낫게 하고, 그 아픔의 근원인 분단의 아픔까지 끌어안게 될 거라는 '희망'을 우리 모두가 품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희망’의 씨앗을 심고 있는 네 명의 엄마를 만나 이야기를 풀어봤다.

#1 송파동 엄마(48)
“지금은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경외감이 없다… 나도 수학여행을 앞둔 고2 딸의 엄마였고, 지금은 군입대 해야 하는 아들의 엄마.”

▲ 고2 딸과 군입대 앞둔 아들을 둔 송파동 엄마. ⓒ유코리아뉴스

-참여하게 된 이유는?

"사회가 돌아가는 게 답답했다. 신문이나 방송보다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보고 있다. 페이스북에 오늘 시위를 하겠다고 모집하는 글이 실렸다. 사실 용기가 안나니까 한동안 그 글을 지켜만 봤다. 그러다 이건 해야겠다 싶어 이렇게 시간 맞춰서 나오게 됐다. 사실 광화문에는 이렇게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만 모인다. 그런데 지금 놀라운 건 전주, 대구 등 지역으로 조금씩 나눠져서 퇴근길에서도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다. 지금 천호역에도 시작됐다. 옆에 계신 분은 아이가 유치원 간 시간에 나온단다. 재능 나눔도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있는 분은 시간을 나누고, 피켓 만들 수 있는 분은 피켓 만들어 나누고 있다.

-지금 단식하고 계신 유민 아버지에게 “단식 그만하시고 서로 같이 하자, 힘을 비축하시라”는 목소리로 엄마들의 마음이 모아진 건가?

의견이 다 일치하는 건 아니다. 며칠간 페이스북에서 토론을 했다. 여기서 대표나 리더는 없다. 반대하시는 분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앞에서 힘겹게 버티시는데 그걸 막는다면 뜻을 꺾는 일이라는 거다. 일제시대도 아닌데, (유가족들을 보면) 마치 독립지사 보는 것 같다. 그들의 자녀들은 어떻겠나. 우린 엄마들이기 때문에 생명이 중요한 걸 안다. 분명한 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단 걸 감안해야 한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계셔야 한다. 그래서 중단하길 바라는 거다. 저희 쪽에서 나온 의견은 몸을 추스르고, 지역으로 나가야 한다는 거다. 지역에도 뜻있는 분들이 많다. 유민 아버지께서도 몸을 추스르시고, 지역의 터미널 같은 곳으로 가셔서 이 운동을 이어가는 게 영향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 광화문 광장 앞 횡단보도 곳곳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송파동 엄마를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자칫 SNS가 그렇듯. 안에서만의 아우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조금씩 퍼지고 있다. 제가 사는 곳(송파)도 보수적인 곳이다. 그렇지만 이건 근본적인 마음의 문제다. 교황님 말씀처럼 ‘슬픔 앞에선 중립일 수 없다’는 말에 동감한다. 나도 용기를 내서 이렇게 거리로 나와서 조금씩 하다 보니까 지켜만 보시던 분들에게로부터 반응들이 온다. 유민 아버지께서 단식을 중단하시길 바란다. 아버님이 계셔야 한다. 만약에 뜻대로 안되면, 유민 아버님을 잃고 나서 얻는 게 무슨 유익이 있겠나. 그 어느 때보다 생명에 대한 경시가 큰 현실이다. 나는 87학번이다. 대학에 입학한 지 두 달밖에 안됐을 때, 이한열 군이 죽었다. 그때 이건 아니다 해서 다 나와서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런데 지금은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경외감이 없다. 그리고 교황님 오셨지만, 떠난 뒤에는 정부가 당장 어제 안 만나주지 않았나. 그게 현실이다. 게다가 언론은 중요방송에서 이런 모습은 다 생략한다. 우리의 시위를 그만두자는 게 아니다. 1차적으로 방법을 바꾸는 것을 제안하는 거다. 동생도 있고, 작은 딸도 있지 않나. 그러니 먼저 건강을 추스르시고, 그 다음 지역을 나눠서 순회하자는 거다. 그게 더 멀리 가는 전파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이렇게 참여한 소감은?

오히려 내가 격려를 받았다. 민망했다. 밥 산다는 사람도 많고. 누구나 마음은 같은 거다. 이렇게라도 해서.. 나도 고2딸 엄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딸은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군에 입대할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다. 이건 단순히 세월호만의 문제가 아니고, 시스템의 문제다. 지금 군대사건도 그렇고.. 사실 잠 못 잔 지가 오래 됐다. 4월 16일 전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 아이들이 저희보단 조금 나은 세상 살아야 하지 않겠나.

#2 조진영(경기도 광명시・36) 씨
“그냥 그대로 죽게 놔둘 순 없다. 40일 정도 다 되면, 죽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걸 막고 싶다.”

▲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조진영 씨. ⓒ유코리아뉴스

-참여하게 된 이유는?

TV를 보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많이 아팠다. 진실을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하나가 진실을 알고싶어 하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래서 동참하게 됐다. 그리고 오지숙 씨가 40일 동안 1인 시위를 계속 하고 있었고, 그 이야기를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됐다.

-처음 참여하는 건가? 아니면 전에도 참여한 적이 있나?

광화문에서는 계속 참여하고 있다. 1인 시위도 참여했었다.

-참여하면서 어떤 마음이 드는가?

변하지 않는 정치가 참 답답하다. 진실을 규명하는데 왜 그렇게 정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는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사람이 죽었고,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한 건 가족으로썬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을 밝혀내려고 하는데, 정치 이야기부터 경제 이야기까지 왜 다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가족이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죽었는지, 강도를 만났는지, 자살했는지 그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궁금한 거다. 그런데 돈 이야기가 나오니, 마음이 아팠다.

-유민 아버지께서 단식을 하고 있다. 오늘 참석한 게 단식을 그만하고 몸을 추스르시고, 다같이 힘을 모으자고 하시는 건데,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마음인가?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불이 났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어떤 엄마의 아기가 거기 있다고 치면. 어떤 엄마든 거기에서 아기의 생사여부와 관계없이 다 뛰어 들어가려고 할 거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엄마가 아기가 죽고 나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뻔히 알고 있다. 하지만, 생명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엄마의 행동을 다 막는다. “들어가서 아이를 구하세요”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부분 때문에 온 거다. 아버님이 이걸 하다가 죽더라도 진실을 알고 싶다는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사시라고 얘길 하려는 거다. 살아서 좀 더 길게 가면서 이것들을 쟁취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냥 그대로 유민 아버지를 죽게 놔둘 순 없다. 40일 정도 다 되면, 죽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걸 막고 싶다.

-자녀는?

자녀는 없고, 결혼은 했다. 경기도 광명시에 산다.

#3 오지숙(38) 씨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오래 있을 줄 몰랐다. 그런데 내 눈으로 보니 안할 수가 없었다. 저 분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다면, 계속 해야겠다는 마음이 매일매일 든다.”

▲ 엄마의 마음으로 한결같이 광화문 광장을 지키는 오지숙 씨. ⓒ유코리아뉴스

-어제 유민 아버지에게 “단식 그만하시고, 몸을 추스르고, 다시 힘을 내서 같이 하자”고 전달했다. 그리고 오늘도 힘을 모아서 다른 엄마들과 함께 모였다. 어떤 마음으로 모였나?

어제는 사실, 너무 걱정이 됐다. 일단은 어떻게든 아버님을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강요할 순 없는 거니까. 그래서 최대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민 아버님 앞에 1시간 반 꿇어 엎드려 있었다. 아버님이 가슴 아파하시더라. 본인은 40일 가까이 굶으면서도, 그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나 한 시간 반 무릎 꿇고 있었다고 너무 가슴 아파하는 거였다. 그리고는 내게 제발 그렇게는 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부탁하셨다. 나도 그렇고 유민이 아버님 마음도 그렇고, 여러 사람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거다. 어떻게 하면, 국민 한 사람이라도 여기에 관심을 가져 주실 수 있을지. 사실 세월호 침몰한 다음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유병언 씨 죽었다는 것 말고는 없다. 그날 이후로 시계는 멈춰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아직도 이러고 있냐는 거다. 그래서 한 분이라도 세월호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거다. 그리고 아버님께도 우리가 이렇게 싸울 테니깐 혼자서 짐 다 지려고 하지 마시고 저희한테 좀 나눠주시고, 다시 힘내서 같이 싸우자고 말하고 싶었다.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모아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

-1인 시위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계신데, 주변 상황이 변한 게 있는지. 없다면, 개인적인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일단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고, 가슴이 정말 아팠다. 아픈 가슴으로 집에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됐다. 그런 애끓는 심정으로 나왔다. 그런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두려움을 떨치고 일단 나와 본 거다. 어떤 분들은 참여하고픈 마음이 너무나 많은 데도 나오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 나를 보고, 저렇게 할 수 있는 거구나, 이상한 게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한 분 두 분 생겼다.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막상 나와 보니 유가족들을 눈으로 본다. 그분들의 아픔과 고통이 피부로 느껴졌다. TV나 언론으로 보고 듣는 것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오래 있을 줄 몰랐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하고 나왔다. 그런데 내 눈으로 보니 안할 수가 없었다. 저 분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릴 수 있다면, 계속 해야겠다는 마음이 매일매일 든다.

▲ 광화문 단식농성장에 있는 노란 종이배, 그리고 꽃들. ⓒ유코리아뉴스

-어제도 전했겠지만, 유민 아버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은 여기 아버님께 나와서 엎드려 부탁해보겠다고 했을 때, 같은 마음으로 계신 분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반대하는 분들도 많았다. 그 분이 세우신 뜻이 있고, 그 분이 세우신 뜻을 도와드려야지 만류하는 건 그분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내 마음도 물론 유민이 아버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같은 마음이지만, 살아서도 오래 싸워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아버님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세월호 참사가 한두 사람이 얽힌 일이 아니라는 거다. 가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한두 사람이 아니고, 한두 이익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오래 필요할지도 모르는 싸움일 수 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이렇게 힘을 많이 소진하시면, 우리가 앞으로 싸워가는 데 정말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신 걸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아버님께서 이제는 함께, 계속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아버님이 단식 이외의 방법으로 하실 일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아버님이 이제 단식을 풀고, 건강 회복해서 더 우렁찬 목소리로, 더 힘찬 발걸음으로 저희 앞에 서서 이끌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4 윤은주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국장
“우리가 유민 아버지를 대신해서 스피커가 되겠다.”

▲ 엄마들의 마음을 대변하겠다며 두팔 걷고 나선 윤은주 평통기연 국장. ⓒ유코리아뉴스

-이 일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예전에 한동안 1인 시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

처음에는 정부가 대처를 잘 해줄 거라고 기대하고 기다려 왔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지켜본 바와 같이 정부가 책임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어제 2차 협상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관련해 유족들의 의사나 납득할 만한 국민의 정서가 고려되지 않고 결정된 답답한 상황이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으로 있었는데, 어제부터 이렇게 현장에 나온 이유는 유민 아버지가 38일째 단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빠가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거다.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민 아빠 대신에 국민들이 나서서 강력한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나 국회쪽에 어떤 압력행사를 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어제 오지숙 씨가 무릎 꿇고 유민 아버지에게 이야기했고, 엄마들이 힘을 모아서 이렇게 모였다. 그런데 반대의견이 있는 분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과 유민 아버지를 바라보시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교황께서 오셔서 유민 아버지와 유가족들을 만나주셨을 때, 여론이 주목하는 듯 했다. 하지만 교황이 떠나고 나서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마무리가 되는 것을 보았다. 유민 아버님은 지금 점점.. 우리가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아버님 스스로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거다. 엄마들도 찬반양론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들 입장에선 유민 아버지가 살아야 된다는 거였다. 살아서 끝까지 투쟁을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데 유민 아버지의 의지가 너무 강하신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유민 아버지를 대신해서 스피커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 20일 광화문 유가족 단식농성장에 모인 30여 명의 엄마들. ⓒ유코리아뉴스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지만, 어떤 부분에서 힘을 모아서 이 일을 해나갈 계획인가?

예전에 80-90년대 상황도 그랬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런 답답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분신도 했고, 할복자살도 했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목숨을 던졌다. 그런데 나는 이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견디질 못한다. 혹시 유민 아버지 단식 말리기를 반대하는 분들이 지금 여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으니 계속 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에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이 방조죄를 범하고 있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해서 앞으로는 강력하게 유민 아버지의 상황을 널리 알리고, 청와대나 국회나 좀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여론몰이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외신들을 동원해서 여론을 환기시키려 한다. 

성상현 기자  jacksu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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