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¹⁾
- 지방자치단체 역할 강화의 필요성

통일이라는 자칫 거창해 보일 수 있는 이슈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결국 거주하고 있는 바로 일상생활 영역, 즉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변화에서 비로소 피부로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통일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독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방법으로 매우 유익하며, 민간단체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재정 상황에서 추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방행정조직과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면 남북간의 지역적 관계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북한사회의 다원화를 촉진 할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볼 때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통합기반을 구축하는데 매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²⁾

또한 동서독 지방자치단체간의 교류과정에서 서독의 지방자치이념과 이론이 자연스럽게 동독지역으로 유입되면서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독을 아래로부터 민주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도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중요성을 상기시켜준다.³⁾ 결국 정치적인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북한주민과의 접촉점을 확대하여 통일 환경을 조성시켜준다는 점에서 통일 준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장이 정당공천을 통한 선거로 선출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 별로 통일 논의가 다원화될 경우(예를 들어 지자체별로 남북교류가 이루어질 경우) 남한 내부의 갈등이 증폭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독일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통일 과정에서의 행정·사회교류는 그 인적·물적 광범위성으로 인하여 중앙정부 차원에서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필연적으로 각 지역의 남북지방공무원 및 주민들의 교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리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및 주민들에게 북한 및 통일에 대한 전문성과 통일 역량을 길러줄 필요가 크다.

Ⅱ. 지방자치단체의 통일역량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향

1. 지방자치단체의 통일 사무의 주체성 인정

헌법 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 선언과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 제4조의 평화통일의무 조항 등에 비추어 볼 때, 평화적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평화통일의무(책무)는 헌법상 의무로서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므로 지방자치단체 역시 그러한 의무의 수범자가 된다. 따라서 통일준비는 국가 이른바 중앙정부의 사무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이자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남북협력기금법 등 남북교류에 관련된 법률 중 어느 곳에서도 통일준비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없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제2장에서 남북관계발전을 ‘정부’의 책무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며 동법 제8조 제2항에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단체 등의 교류협력을 확대·발전시켜 남한과 북한간 상호이해를 도모하고 민족의 전통문화 창달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스스로도 통일에 대한 준비가 중앙정부만의 책무가 아니라 자신의 책무이자 권한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부분을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및 의무를 명문화하여 사무처리의 근거 명시할 필요가 있다(현재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무의 처리에 관한 입법적 근거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55조 제2항 제4호의 명문의 규정과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항의 해석에 기초한다).

특히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비교할 때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북한이탈주민지원업무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온 이유로 북한이탈주민지원 업무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는 책임만 주어지고 권한은 없는 형식적인 위임에 불과했기 때문이라는 지적⁴⁾에 귀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현행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무처리의 주체를 통일부장관으로 한정하고 있어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모든 사무는 국가사무로 파악되고 있으며 단지 법 제22조 제2항에 따라 거주지 보호에 관한 사무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기관위임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비록 명목상으로는 거주지보호기관장으로서 의료급여 등 일정 행정처리사항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으나 실제로는 북한이탈주민이 제출한 서류를 통일부장관에게 송달해주는 전달기관 또는 단순한 실태조사기관으로서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데 불과한 형편이다.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강화해주기 위해서도 일정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지원 업무에 관여하도록 입법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국가의 책무’조항(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의 2)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개정하거나 일부 사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사무로 개정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09. 10. 19. 통일교육지원법 제6조가 개정되어 종전에는 통일 교육이 정부의 임무라고만 되어 있던 것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변경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재정적인 문제를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에게 일부 전가하려는 취지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사무의 주체로 포함시키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현실을 고려하여 세부적인 정착지원업무의 비용부담은 국가가 전반적으로 부담하도록 하거나,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일부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지방자치단체의 특수한 지위를 반영한 특례조항 신설

지난 10여 년 동안의 우리 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도 많은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재정자립도가 낮아 예산이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748억 원에 달할 정도의 상당액수의 기금을 적립해왔다. 물론 2014. 5. 현재까지 12조 260억 원에 달하는 국가의 남북협력기금 조성액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액수이지만 재정자립도가 매우 약한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해왔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 비하여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의 특수한 지위를 인정하는 법 조항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지역적 민주적 정당성을 지난 지방정부라는 지방자치단체의 특징을 고려하여 협력승인 절차를 보다 용이하게 하거나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진행 및 이에 필요한 관련된 대북정보제공 등 국가의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협조의무를 규정하는 등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명시적으로‘통일부장관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남북교류 협력의 촉진을 위한 업무와 관련된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또는 ‘통일부장관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하여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라는 명문의 조항을 신설하여 보다 국가의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 역량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의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

3.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 협의기구 정비

동서독 지방자치단체간 자매결연 체결과정에서 서독의 연방국가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지방자치단체가 연방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자율적으로 체결한 결과, 연방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으로 자매결연이 체결되기도 하는 등 상당한 정치적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향후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과 관련하여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간 체계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행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4조, 제5조의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와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제14조의 ‘남북관계발전위원회’ 구성에 지방자치법 제165조 제1항 각호에 의해 설립된 협의체에서 추천한자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또는 부단체장)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개정하거나, 이와 별도로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간의 협의체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4. 통합적 지원조직 정비

북한관련 정보는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대북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 이로 인하여 지난 10여 년간의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대북교류과정에서 민간단체와 협조하여 진행하거나 중간에 브로커들의 농간으로 사기를 당하는 경우조차 있었다. 따라서 중앙에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정보제공 등 지원업무를 담당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독일에서 ‘지방행정조직정비처’와 ‘지방자치단체 정보서비스’와 같은 기구를 운영한 것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5. 재정지원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2013년도 기준 51.1% 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자칫 남북교류·협력사무 등 통일 사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이양은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 확대를 위한 제도정비는 지방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교부세를 통한 출연금의 확충 및 남북관련 사업투자에 부과되는 지방세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이나⁵⁾, 개인이나 기업의 기금출연을 확대하기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위한 기금을 기부하였을 경우 세제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 등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에 관한 지방재정확보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⁶⁾

재정지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의무에 관한 일반적인 근거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제주특별자치도의 남북교류 및 협력 사업에 관한 국가의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법 제155조 제4항은 큰 시사점을 준다고 할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남북협력기금법에 일반조항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지원의무 규정을 신설하거나 기금의 용도에 대한 규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대한 특례조항을 신설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6.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 정비 방안

(1) 자치법규 제정의 필요성

2014년 5월 총 53개 광역·기초자치단체가 72개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자치법규를 제정하고 있으며, 80개의 광역·기초단체가 북한이탈주민지원에 관한 자치법규를 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지방자치단체 244개에 달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아직 상당수가 통일에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난 10년간의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현황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선거를 의식하여 이벤트성, 홍보성 교류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으며 또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반영하여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남북교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독단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 조례, 규칙 등 자치법규를 제정하여 제도적인 뒷받침 하에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독립적인 추진기구의 설립

지방자치단체장의 독단적인 추진을 방지하기 위해 독립적인 추진기구를 설치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에서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부단체장이 위원장을 맡도록 하고 있으며, 그 성격도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자문 또는 심의기관으로 되어 있는 바,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직접적인 영향력 하에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입장이 그대로 반영한 독단적인 추진을 가능하게 하여 자칫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남북교류가 주민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점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주민의 의사를 보다 폭넓게 반영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성이 보장된 독자적 추진기관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남북교류협력위원회의 위원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시의회에서 추천한 시의원, 각급 기관·사회단체 및 종교단체의 장, 남북교류협력 전문가 등 중에서 위촉하도록 규정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급적 배제하면서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의 추진기관으로서의 성격을 인정하고 있는 목포시, 해남군, 화순군의 사례,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비영리사단법인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시 및 시의회, 자치구 및 자치구의회, 문화예술계, 언론계, 종교계 등 각계인사로 구성하며,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협의회 정관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3) 주민의 참여 방법 확대

중앙정부의 경우 의회에 의한 견제, 복수 정당간 견제 균형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하여 우리 지방분권 현실은 특정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행정권과 의회 권력을 동시에 장악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질적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균형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결국 실질적인 감독과 견제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참여를 통한 견제 수단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남북협력기금 조성 및 용도에 관한 사항을 조례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주민의 기금 지원 신청권 및 신청 절차에 대해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는 절반도 밖에 되지 않는다. 즉 기금에 대한 사항을 조례에서 규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집행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모든 결정권이 있을 뿐인 것이다. 따라서 주민의 참여의 기회를 보다 넓히고 다양한 사업분야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각 조례에서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기획안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기금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신청권을 명시하는 등 주민들의 의견이 사업추진에 보다 활발히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4) 광역·기초자치단체간 협력 체계의 구축

자칫하면 구체적인 남북교류협력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들간에 불필요한 경쟁이 초래될 우려도 있으며, 현실적으로 북한 및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정보 획득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상급 광역지방자치단체와 상호 협조를 하여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 상호간 특히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 협력의 방법을 마련해 놓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지원과 위탁 등 협력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전라남도 산하 기초자치단체들의 조례들의 예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5) 전담부서 및 인력의 확보

각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적으로 통일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 또는 직원을 별도로 둘 필요가 있다. 현재 경기도는 안전행정실 산하 ‘남북협력담당관’을 두고 21명의 전담 직원을 근무하게 하고 있고(경기도의 경우 남북교류협력사업, 남북SOC사업, 통일기반사업 외에도 6. 25 납북피해자 대책, 북한이탈주민지원대책 등에 대한 업무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담당 직원들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강원도는 글로벌 사업단부서의 남북경제협력 팀의 직원 2명과 DMZ담당관실 직원 7명이 근무하고 있다. 나머지 광역지방자치단체나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자치행정과, 인도지원과 등 일반 부서에서 업무의 하나로 남북교류·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담부서를 두고 통일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담 부서를 두고 중앙정부에서는 이들 각 지방자치단체의 전담직원들에게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중앙정부만이 가지고 있는 북한, 독일 통일 선례, 남북교류관련 사업관련 지식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체계적, 협력적 관계가 성립될 것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통일 후 동독 지역에 대한 행정지원에서 자매결연을 체결한 서독 지역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큰 기여를 했으며 동독 공무원들이 서독의 연방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보다 자매결연을 체결한 서독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행정협력을 더 선호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심지어 동독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영전문가나 연방공무원을 기피하기까지 했으며, 이와 달리 서독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자신이 서독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면서 쌓은 지방 특유의 지식을 동독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에 맞게 적용시켜 업무 능력에서 큰 성과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구동독 출신 공무원 및 시민들과의 교류에서도 더 큰 호응을 얻었다).⁷⁾ 따라서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전담 부서를 미리 설치하여 직원의 전문성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Ⅲ. 결론

독일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통일의 물적·인적 광범위성의 측면에서 중앙정부의 힘만으로는 통일 과정과 통일 후 부딪히게 될 수많은 업무를 모두 대처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미리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을 강화시킬 필요성이 매우 크다.

또한 남북 지방자치단체간의 남북교류협력은 북한 주민에게 장기적인 차원에서 간접적인 민주주의 교육효과, 나아가 북한의 민주화까지 달성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통일 준비과정에서부터 미리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 북한이탈주민지원 등 통일에 관한 역량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통일 후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통일 후 북한 지역에도 민주적 지방자치제도를 가급적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역시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북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협력·지원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미리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일 전문 행정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통일의 시기와 방법은 예측하기 어려우나 남북간의 국력격차가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북한 체제가 문명사의 흐름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 분명한 이상 현재와 같은 남북의 분단 상황은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될 수밖에 없다. 즉 통일은 이제 시대적 사명을 넘어 시대적 필연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통일 대비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주목하여 그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법제도적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송인호/ 한동대 법학부·국제법률대학원 교수, 변호사, 법학박사(통일관계법, 행정법)

<각주>
1)본 원고는 필자의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 활성화를 위한 법제 정비의 필요성”, 『法曹』통권 제665호, 법조협회, 43-59면, 2012. 2.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의 개정방향에 대한 고찰”, 『통일과 법률』통권 제10호, 법무부, 2012. 5,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 “통일 시대를 대비한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북한 협력에 관한 공법적 연구”(연세대 대학원, 2012. 6.)의 내용을 기초로 수정·보완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2)홍양호, “지방자치단체의 대북 교류협력 현황과 추진방향”, KDI북한경제리뷰(제9권 제8호),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팀(2007. 8.), 3면,
3)심익섭, “독일통일과정에서 지방자치의 역할: 동서독 지방자치단체가의 교류관계를 중심으로”, 한국행정학회(1992), 283면
4)이시형,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OUGHTOPIA(The Journal of Social Paradigm Studies), 제23권, 제1호, 2008. 204면
5)김영윤, “지방자치단체의 대북교류·협력: 현황과 과제”,「통일정책연구」제14권 제1호, 통일연구원, 2005, 55면.
6)양현모·임병연, 「지방자치단체의 북한개발지원 전략과 접근방법」, 통일연구원, 2009, 185면.
7)Klaus, Manfred, Städtepartnerschaften zwischen ost- und westdeutschen Kommunen, Berlin: Gesellschaft für sozialwissenschaftliche Forschung und Publizistik mbH, 1994. p.13. 재인용; 김학성·최진욱, 「남북한 지방자치단체간 교류·협력」 통일연구원, 2001, 68면.

송인호  ihsong@handong.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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