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가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북한인권 결의안을 찬성 111개국, 반대 19개국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그 동안 UN이 북한인권 문제에 관해 많은 결의를 하였지만 특정 국가를 'ICC(국제형사재판소) 회부 권고' 결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UN헌장 제7장 상의 강제조치를 위해서는 안보리의 결의가 필요하나 중국, 러시아가 명확한 반대의 입장을 밝힌 만큼 이를 실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은 그간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을 예상하고 미국인 억류자 케네스 배의 석방, 최룡해의 방러 등 북미관계의 개선과 국제여론의 환기를 위해 발빠른 행보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UN총회에서 압도적인 표의 차로 ICC 회부가 결의되자 강력한 군사력으로 대응하겠다며 반발하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국내에서도 지난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한 동안 중단되었던 북한인권법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2004년 미국, 2006년 일본에서 제정된 이래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김문수 의원이 처음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논란과 논쟁들 속에 줄곧 무산되어 왔다. 북한인권법 찬성론자들은 인권문제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뛰어넘는 인류보편의 문제이고 초국가적 관심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과거 서독의 경우처럼 통일 이후 범죄청산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존재 자체만으로도 인권유린을 간접강제하고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한다. 더욱이 우리 헌법상 영토조항이 있으므로 법 제정의 근거도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인권이라는 개념은 한 나라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고 상대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 UN 결의 등 충분한 국제법적 처벌근거가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북한인권법의 제정은 중복, 과잉입법이 되고 자칫 북한의 군사도발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북한인권법이 자유권적 기본권에 치중한 나머지 생존권적 기본권은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 설사 입법을 하더라도 북한 내 모니터링과 실효적인 법의 집행이 불가능해 대북압박 카드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양측의 주장 모두 일견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과연 북한인권법이 그 입법취지에 따라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느냐라는 점일 것이다. 생각컨대 북한에 적대전략을 펴는 미국과 일본은 북한 인권문제를 자국과 세계의 정치여론에 이용하려는 측면이 크고 이를 통해 중국과 제3세계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활용하려는 성질이 강하다. 여러 UN회원국들 또한 강대국 미국의 입장에 편승된 정치적 고려에 따라 행동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있어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국내문제로 접근함이 바람직하다.

북한인권 문제는 남북분단으로 인한 안보불안과 미국 주도의 오랜 경제제재 조치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의 해답은 국제사회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한해 수만 명의 난민을 받고 있지만 탈북자 난민의 허용은 연평균 20여명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고, 북한인권법 제정에 따라 북한인권 개선에 쓰기로 한 예산 24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만 집행되고 있는데 이조차 자유아시아방송 지원 등 홍보비용으로만 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다면 미국과 일본 등이 제정한 북한인권법은 사실상 북한제재법에 불과한 것이다.

국내적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의 내용 또한 문제가 크다.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 대신 투명성과 모니터링 등 엄격한 제약요건을 명시함으로써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을 오히려 제한하고 있고, 북한인권법이 실질적으로는 국내 탈북민단체 내지 보수인권단체 지원에만 치중되어 있어 형평성에도 반한다는 비판이 있다.

북한인권법에서 가장 의미가 큰 실효적 수단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위정자들과 인권 침해자들에게 주는 심리적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 전부터 북한인권 침해사례를 기록하기 시작한 여러 민간단체 연구원들은 정보접근에 따른 어려운 근무환경과 인력부족 그리고 박봉에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민간단체의 전문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 북한인권법 제정에 앞서 더 시급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국회에서 법안 하나가 통과된다고 북한인권이 갑자기 좋아질 순 없다. 정부와 민간의 의지와 다각적이고도 꾸준한 실천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북한인권을 논하는 우리나라에서조차도 UN이 폐지를 권고하는 사형제도나 국가보안법이 존치되고 있는 불완전한 인권국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있어 북한인권은 보다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현실의 문제이자 민족의 문제 나아가 또 하나의 국내문제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UN에서처럼 단순히 정치적 고려에 따른 계산만을 취해서는 곤란하다.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로도 향후 지속적으로 제기될 북한인권 문제 해결에 있어 보다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해주었으면 한다.

이장한/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장한  janghan32@hanmail.net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