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에 실린 '홍혜선 전도사'의 유튜브 메시지. 12월 전쟁설을 담고 있다.

홍혜선 전도사라는 분이 우리나라에 12월에 전쟁이 난다고 하나님께서 직통계시로 알려줬다고 한다.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은사주의에 심하게 경도된 분의 그저 그런 주장이라 일축했었다.

또 공군 장성을 지낸 한성주 장로라는 분은 북한이 남침을 위해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땅굴을 수없이 파놓고 이 땅굴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퍼져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송파에 땅이 꺼지는 씽크홀이 크게 발생하자 이 또한 땅굴이 무너진 것이라며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씽크홀은 지하철 공사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월 전쟁 주장은 이 땅굴들과 만나면서 증폭되고 있고, 모든 것을 “종북좌파”로 몰아가는 각종 음모론과 만나 시너지가 되더니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교회에서, 기도원에서, 심지어는 거리에서 관련 집회를 여는 자들이 제법 많아졌다.

급기야 어느 교회는 12월 전쟁에 대비한다며 신자들에게 비상식량을 준비시키고 있고, 어느 교회는 아예 해외로 이주해야 한다며 전 신자가 필리핀 티켓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단계적으로 출국을 시작했다고 한다. 12월 전쟁설을 유포한 홍혜선 전도사도 미국으로 출국해 이주자들을 위한 피신처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신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100만 번 양보해서 12월에 전쟁이 난다고 치자. 그렇다면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해외에 있다가도 조국에 전쟁이 나면 들어와서 해야 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기독교인이다. 전쟁이 나면 나 살겠다고 사재기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물건과 먹을 것을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 기독인들 아닌가?

홍혜선 전도사는 이런 주장을 하는 집회를 하면서 자신들이 하나님께 회개의 기도를 하고 있고, 전쟁을 막아 달라 기도하고 있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대단한 믿음의 고백이고 행동인 것 같다. 그러나 전쟁이 나지 않으면 자신들이 회개하고 기도해서 전쟁이 나지 않은 것이라고 핑계 댈 구실을 만드는 것뿐이다. 전쟁이 나지 않도록 진정으로 회개하고 진실되게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전쟁을 피해 도망갈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있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선지자가 있어 여호와의 이름으로 말한 일에 증험도 없고 성취함도 없으면 이는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것이 아니요. 그 선지자가 제 마음대로 한 말이니 너는 그를 두려워하지 말지니라”(신 18:22)

이진오/ 더함공동체교회 목사

이진오  great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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