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빛바랜 영상 속에서 나는 가위바위보를 자주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 같다. 무턱대고 들이대는 주변머리가 없었던 나는 호감이 가는 여자에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밥을 사자는 제의를 하곤 했다. 세 판 중에 한 판만 이겨도 내가 밥을 사겠다는 파격적인 제의도 서슴지 않았다. 어차피 데이트를 하면 남자가 비용을 써야하는 시대였다.

맛있는 밥을 한 끼 같이 한다는 의미는 대단한 것이다. 식사를 한 끼 같이 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는 표시였고,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었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서 미래를 향해 출발할 수 있는 출발선이 되었다.

맛있는 식사를 같이 하고, 좋은 음악을 같이 듣고, 좋은 영화를 같이 보고, 산들바람이 피부를 어루만지는 오솔길을 같이 걸으면서 꽃향기를 맡는 오감 만족의 추억은 언제나 식사를 같이 하는 데서 출발한다. 식사를 하면서 반주까지 한 잔 한다면 분위기는 최상으로 올라간다.

가위는 보자기를 자르고, 단단한 주먹은 가위를 부러뜨리고, 주먹은 보자기에 잡히고 만다. 이처럼 가위바위보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도 하고 패자가 될 수도 있다. 갈등은 항상 생기게 마련이고 해결책이 묘연하다면 게임의 이론에 눈을 돌리면 어떨까 생각한다. 둘이 만나서 대립하는 구조에서 가위바위보의 삼자 순환원리로 바뀌면 아무도 절대 강자가 없는 서로 물고 물리는 게임 상태에서 상생의 순환구조가 되는 것이다. 가위바위보는 승부를 가르는 게임이지만 승자독식의 논리가 작용하지 않는다. 피튀기게 신경 곤두세우는 일로 가위바위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밥 한 끼 내기 가위바위보를 하면 거기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기분 좋은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

새해를 맞으며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허공에 떠돌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수많은 갈등의 미해결이다. 그 중에서도 남북간의 갈등은 새해에는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남한의 최고 지도자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새해 첫날 판문점에서 만나 밥 한 끼 걸고 가위바위보를 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좀 형편이 나으니 두 판 중 한 판만 이겨도 밥을 사겠다고 제의를 하면 좋겠다. 두 분의 가위바위보는 격에 맞게 큰 이벤트로 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의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경험과 북한의 아리랑 축게 경험을 살린 대규모 식전행사를 치루는 거다. 이쯤 되면 남쪽이나 북쪽의 주민들도 직접 관람하고 싶은 사람들이 엄청 많을 것이다.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을 10만이 되든 100만이 되든 다 관람하게 하고 가위바위보가 끝나면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손을 잡고 아리랑을 합창하는 것이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그 가위바위보는, 우리 가슴 속에 불씨로 남아 있는 통일의 염원을 활활 타오르게 할 것이다!

강명구/ 미국 뉴욕 거주

통일코리아를 꿈꾸고 마침내 현실로 만들 2015년 새해 '통일의 꿈' 원고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글은 유코리아뉴스에 기획물로 연재되며, '통일의 추역' 기획물과 함께 엄선해 계간 <통일코리아> 2015년 첫호에 실어드립니다.

*내용: 2015년 새해 통일에 대한 개인적인 꿈(바람, 기도제목, 시) 

*분량: 제한 없음
*마감: 2014년 12월 29일까지
*보내실 곳: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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