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 교수의 '신은미씨를 위한 변명'

지난 해 연말 전북 익산의 통일토크콘서드에서 일어난 폭발물 사고는 재미교포 신은미 선생을 부각시켰다. 나는 그 사건을 보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기에 그를 소개함으로 그에게 덧씌워져 있는 선입견을 벗길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는다. 내가 이 글을 씀으로 최근 항간에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나에 대한 왜곡된 소문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악의적으로 퍼뜨리는 헛소문에 일일이 대응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명예를 중히 여기면서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그 명예 좀 짓밟히면 어떠랴. 이런 땐 시편 기자가 말한 대로, “하나님이여, 주의 이름으로 나를 구원하시고 주의 힘으로 나를 변호하소서”라고 고백하는 것밖에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신 선생과 인사를 나누게 된 것은 약 2년 전 한반도평화포럼에서 그를 초청하여 그의 북한방문 강연을 들었을 때다. 그는 그의 남편과 함께 북한 방문을 마치고 서울에 와서 우리들의 초청에 응해 북한 소식을 전해 주었다. 강연을 마치고 그는 손수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고 앵콜로 화답했다. 그 무렵 그는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에 북한방문기 <재미통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연재하고 있었다. 한반도평화포럼에서 그를 초청하게 된 것도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그의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나는 2012년 6월경부터 연재된 그의 기행문을 가끔 읽으면서 북한 방문에 대해서 나보다는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었고, 그가 묘사한 북한을 내가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보기도 했다. 확실히 그는 내가 방문했을 때보다는 더 자유스럽게 관람했던 것 같았다. 이는 그의 국적이 재미교포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2011년 10월과 12년 4월과 5월, 13년 8월과 9월에도 나진 선봉과 북한의 여러 곳을 다녀왔다.


▲ 재미교포 신은미씨의 국내 강연 사진 ⓒ신은미씨 페이스북

신은미 선생의 북한 여행기는 뒷날 같은 제목의 책으로 묶였다. 놀라운 것은 그 책이 문화관광부 2013년도 우수도서에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또 통일부에 의해서도 통일에 기여한 책으로 평가되어 표창받았다는 것을 간접으로 들은 바가 있다. 그의 책을 소개할 겨를이 없지만, 그의 기행문이 이렇게 정부에 의해서 평가받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그는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 솔직한 표현이 뒷날 남북한 당국에 의해 족쇄가 될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걸 개의치 않고 본대로 썼던 것 같다. 그것이 북한 이해와 통일 의식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다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책을 언급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내가 읽은 범위에서는 그런 솔직함을 느꼈다.

글과 강연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리틀엔젤스 단원으로서 세계를 누비며 음악을 선사한 그는 서울의 명문 여대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서울 강남의 모 대형교회의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다. 그의 가정 분위기도 반공의식에 충일했고, 강남이 상징하는 부르조아성과 보수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LA에서의 결혼 생활도 민족이니 통일이니 하는 데로 의식을 확대시키지 못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의 남편이 이것저것 고르다가 북한을 선택했는데 그때 그는 왜 하필이면 북한이냐고 항의할 정도였다. 그는 우리 대부분이 경험한 반공교육의 철저함에 갇혀 반공적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두려움과 초조함으로 처음 방문한 북한은 그의 표현처럼 “방북 첫날, 일종의 충격을 느꼈다”는 것이다. 북한의 평범성에 놀랐다는 것이다. 이것은 필자를 포함한 북한방문자들이 느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모습에서 갑자기 배신감이 느껴지게 되었다”고 했다. 그가 이때껏 배우고 상상했던 북한은 이런 곳이어서는 안된다고 예단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느낌은 북한을 처음 방문했던 나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것이다.

한반도평화포럼에서 그 내외와 인사를 나눈 후 명함을 주고받았다. 그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두 차례 인사치레의 이메일이 왕복했다. 나는 그가 북한에 다녀왔다는 점에 유의하여 내가 출석하고 있는 하나로교회를 소개했다. 하나로교회는 북한에서 내려온 새터민 청년들이 많이 출석하고 있다. 그들에게 북한 소식을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메일을 교환하면서 나는 신 선생 내외분께, 기회가 되면 우리 교회를 방문하여 예배를 같이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 가능하다면 신 선생 내외의 북한 방문현장을 우리 교회의 북한 출신 청년들에게 간증해 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던 차 지난 해 10월말 경 신 선생 내외가 메일을 보내면서, 다시 북한 방문을 위해 서울을 들릴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가 서울에 오게 되면 우리 교회에 와서 북한 청년들에게 그의 북한 방문 소식을 들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교회와 의논, 신 선생을 모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신 선생 내외분에게 11월 하순 주일날 오후에 우리 교회에 와서 북한 방문을 간증해 달라고 요청했고 정한 날 오후에 북한방문 이야기를 풀었다. 그 날 그는 북한방문 이야기를 하면서 무엇보다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것은 그의 여행기 곳곳에서 나타나는 북한에 대한 연민의 정과 상통한다. 내가 그를 초청한 사실을 두고도 사시(斜視)의 눈으로 보는 이들이 없지 않다. 그가 말한 바와 같이, “지금도 북한의 현실을 보고 느낀 대로 전하는 것이 남북통일에 도움이 되며 최고의 국위선양이라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 좀 더 진지해졌으면 한다.

반공주의에 철저히 갇혀 대결의 눈으로만 북한을 바라보던 신 선생은 북한의 실상을 예술적인 감수성과 함께 바라보면서, 동족에 대해 새롭고 섬세한 마음으로 눈을 떠갔다고 본다. 어느 기자는 신 선생의 글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어떤 측면에서 신씨의 글은 지나치게 순진무구한 것이 사실이지만, ‘종북’이나 ‘찬양’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 기자는 또 신 선생 남편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용한, “나는 오히려 북한에 가서 실망한 것이 많았는데 반공교육을 철저하게 받았던 아내는 순박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느꼈다”고 한 말을 들려주었다. 나 또한 그 기자의 글에 동의한다. 우리 사회가 ‘종편’적 잣대에 따라, 신 선생의 간증을 왜곡하거나 매도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와 관용성에 크게 역행한다고 생각된다. 민주사회의 다양성이 얼마든지 북한방문의 느낌까지 포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사회가 그가 기자회견문으로 낸 “통일토크콘서트와 관련하여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한 번이라도 읽어볼 수 있다면, 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의 호소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이만열 교수님의 페이스북(facebook.com/mahnyol)에도 게재됐습니다.

이만열 mahn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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