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유롭게 평화와 통일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당장 우리 아이들의 생명, 우리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도 평화와 통일을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지금 상황은 대단히 엄중하다.”

7일 오전 서울 이비스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기독교통일포럼(상임대표 유관지 목사) 주최 월회에서 현 한반도 상황에 대한 최성 고양시장의 언급이다. 최 시장은 ‘광복과 분단 70년,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요성’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우리보다 훨씬 늦게 통일될 것 같던 독일도 25년 전에 통일이 됐다. 그런데 우리는 일촉즉발의 블랙홀로 빠져들어가는 게 보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날 최 시장이 강조한 것은 중앙정부의 역할과 함께 지자체나 교회 같은 민간의 역할이다. 특히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 시장은 1989년 자신이 기독교사회연구원 연구원으로 있을 때를 회고하며 “당시 한국사회 내 민주화·인권운동과 맞물려 한국교회 내엔 갱신·타종교와의 대화·평화통일신학·민중신학 논의가 가장 뜨거웠던 시기”라며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 통일이 이뤄지려면 한국교회가 그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과연 2015년 시점에서 그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시장은 그러면서 “25년 전 목회자나 크리스천들이 평화와 통일을 위해 몸부림치며 뛰었을 때와 비교해서 지금 어느 부분에서 성과가 있는지, 과연 진정한 발전은 있었는지에 대해 선뜻 긍정하기가 어렵다”며 “한국교회가 양적 성장은 이룬 것 같고 탈북자나 북한선교에 대해서도 많은 교회가 참여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이 평화통일의 중심적 역할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고백했다.

▲ 최성 고양시장이 7일 오전 서울 명동 이비스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기독교통일포럼 주최 월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군부를 중심으로 한 대 북한 강경책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김정은 정권의 리더십이 과연 확고한가?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굉장히 불안하다. 그러니 자신을 옹립한 장성택을 공개 처형한 것 아니겠는가.” 대 북한 강경책이 북한 정권의 견고함을 전제로 한 것인데, 북한 정권이 그럴 만큼 견고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북 삐라 역시 북한 정권을 흔들기보다는 오히려 북한 내 강경파를 자극해 남한 도발만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는 북한과 접경지역인 고양·파주 시민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 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박근혜 정권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 시장은 “이 정부가 굳건한 안보의 토대 위에서 콘트롤타워를 가지고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극단적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이 있을까?”라면서 “제 눈에는 그런 위험스런 상황을 콘트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며 “오히려 훨씬 더 위험한 방향으로 사안을 진행시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최 시장은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의 역할인데 한국교회의 반(反) 사회정의적, 반 공동체적, 반 평화통일적인 것이 극복되지 않는데 어떻게 통일을 논의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 반평화적·이념적 위험이 만연하고 있다. 사회 내 공동체 파괴는 결국 민주주의 후퇴, 평화의 깨짐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민주주의 회복과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야권과 지자체, 진보단체, 평화통일 진영의 처절한 자기반성도 주문했다. 최 시장은 “상대적으로 개혁적이라고 하는 야권도 여당 이상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한다”며 “좀 더 강한 비판과 성찰이 필요한 조직이 야권과 진보계다. 이들은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계를 향해서도 “대한민국 내에 진정한 보수주의가 존재하는가? 정의, 질서, 법치, 양심, 도덕을 특징으로 한 보수는 없고 온통 특권과 기득권에 기반한 수구적인 세력만 존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최 시장이 대안으로 제안한 것은 신(新) 평화통일운동. 그는 “지금 상황에서 통일이 빨리 되면 삼풍백화점 때처럼 재앙이 되고 말 것”이라면서 “평화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축복처럼 통일이 올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이런 상태로 남북이 통일된다면 전쟁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것은 미국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각 부문별 생명운동, 북한과 남한을 포함한 인권운동, 재외동포를 포함한 국제사회 참여 등을 내용으로 한 신 평화통일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양시는 지자체로는 드물게 2012년 7월 25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촉구하는 ‘2012 고양평화선언’을 발표한 바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2015년을 ‘고양 평화통일특별시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긴장의 남북관계, 남한 사회 내 갈등과 분열, 중앙정부와 지자체·시민단체의 지지부진함 등을 예로 들며 2015년을 어둡게 전망한 최 시장은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희망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양심있는 목소리들이 나와야 한다. 변화의 축은 한국교회와 지자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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