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 코리아,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한 2015년 통일비전캠프가 1월 26일에서 30일까지 4박 5일간 서울 불광동 북한산 자락의 팀비전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저는 통일비전캠프 준비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1년 전부터 이 캠프를 준비해왔고, 캠프 기간 내내 200여명의 참가자와 함께 먹고 자면서 모든 일정에 참가했습니다. 둘째 날(27일)에는 ‘분단 70년과 통일: 통일의 돌파구를 어떻게 열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고, 셋째 날(28)에는 ‘새코리아, 통일코리아: 역사, 경제, 정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통일비전캠프는 올해로써 8회째 개최되었습니다. 2008년 2월 경기도 남양주에서 ‘북한선교캠프’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통일비전캠프가 8회째 진행되는 동안 저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이 모두 참가했습니다. 통일비전캠프는 ‘통일과 정치’로 일관되어온 저의 인생이 ‘하나님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재구성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통일과 정치’로 20여년을 보낸 제 인생이 지쳐 쓰러지면서 ‘통일’을 포기하려 했을 때, ‘하나님이 일꾼’으로 다시 통일의 길에 나서도록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8년 2월 22일 금요일 저녁, 청와대 동북아비서관으로 있었던 저는 마지막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 저의 모든 짐을 차에 싣고 캠프가 열리고 있었던 남양주 수동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강의실에 들어가니 미국 사람 같기도 하고 한국 사람 같기도 한 어떤 분(오대원 David E. Ross 목사님)이 <히브리서>를 가지고 강해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해를 마치면서 모인 모든 사람에게 도전을 했습니다. 10장 39절에 있는 “우리는 뒤로 물러나 침륜에 빠질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니라”라는 말씀을 가지고, ‘우리’의 자리에 ‘자기의 이름’을 넣어서 사명에 헌신하겠다고 서약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통일을 위한 삶’을 접어두려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도전을 받고 보니 뒤로 물러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힘을 내어 “배기찬은 뒤로 물러나 침륜에 빠질 자가 아니요 예수님을 믿고 오직 통일의 새로운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믿음을 가진 자”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렇게 선언한 이후 하나의 소망이 생겼습니다. ‘대통령 동북아시대 담당 비서관’의 임기가 다한 그 날, 이제는 대통령이 아니라 왕 중의 왕이신 ‘하나님의 코리아 담당 비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이를 위해 오산리금식기도원에서 3일간 금식기도를 했고, 그 결과 2009년 1월부터 3년 6개월 동안 미국 안디옥선교훈련원(YWAM-AIIM)에서 오대원 목사님을 돕는 NK센터의 간사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통일선교사로 활동하게 되었고, 2013년부터는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일을 하면서 오늘날 ‘통일대장정’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2008년 2월부터 7년이 지난 2015년 1월 29일 오대원 목사님은 통일비전캠프에서 마지막으로 ‘열방을 축복하는 통일코리아’를 강의하시면서 다시 한번 히브리서 10장 39절을 가지고 참가자들에게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1978년 5월, 선교사 몇 분과 함께 이것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서원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여, 저는 평양과 통일코리아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가지고 열방의 빛이 되어 나아갈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며, 당신을 쉬게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침륜에 빠지지 않고 당신의 영광을 위해 그것을 이룰 때까지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겠습니다.” 오대원 목사님은 이러한 서원을 한 이후 지금까지 거의 40년 동안 북한을 포함한 코리아에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도록 노력해 오셨습니다.

올해 통일비전캠프의 주제는 ‘통일된 코리아, 새로운 시작’입니다. 분단 70년인 2015년에 우리는 ‘통일된 코리아’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성경말씀은 “내가 그들과 화평의 언약을 세워서 영원한 언약이 되게 하고, 또 그들을 견고하고 번성케 하며 내 성소를 그 가운데 세워서 영원히 이르게 하리니, 내 처소가 그들의 가운데 있을 것이며,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되리라”(에스겔 37: 26-27)는 것입니다. 에스겔서에는 마른 뼈가 살아나고, 분단된 남과 북의 두 막대기가 하나가 되며, 한 왕이 다스리는 하나의 나라, 그리고 만물을 소생케 하는 거룩한 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 코리아의 북은 마른 뼈와 같고, 남은 썩은 감과 같지만, 남과 북이 새코리안, 통일코리안에 의해 하나가 되고, 이 통일코리아가 천하 만민에게 축복이 되는 비전을 우리는 갖고 있습니다. 우리 비전의 원형이 바로 이 에스겔서인 것입니다.

통일비전캠프는 크게 찬양과 기도와 함께 다양한 강의와 ‘토크’로 진행되었습니다. 부흥한국의 찬양과 함께 국악찬양단인 ‘세미한 소리’의 공연도 있었고, 탈북민으로 구성된 ‘호산나 찬양단’의 아름다운 춤 공연도 있었습니다.

강의는 첫째 날에 ‘거룩한 불의 공동체’(오대원), ‘복음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허문영), 둘째 날에 ‘의료를 통해 만난 북한’(안드레), ‘평화통일과 포용정책’(임동원), ‘하나님 나라회복과 통일의 카이로스’(이관우), 셋째날에 ‘새코리아, 통일코리아: 역사, 경제, 정치’(배기찬), ‘우리가 바라는 통일과 북한선교’(송원근), ‘통일한국을 위해 느헤미아처럼 기도하라’(박석건), 넷째 날에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탈북민), ‘통일세대의 소망: 죄책고백과 중보직’(김회권) 등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토크콘서트로 ‘분단 70년과 통일: 통일의 돌파구를 어떻게 열 것인가’(배기찬, 허문영, 서훈), ‘글로벌 코리안들의 비정상회담’(윤은주 등), ‘통일모자이크’(전병길) 등이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주제별 선택강의로 ‘독일의 통일과 교회의 역할’(최용준), ‘북한교회사’(유관지), ‘한국교회의 통일선교’(윤은주), ‘북한선교와 통일선교’(오성훈), ‘탈북민 정착 및 상담’(허남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역별 강의로는 정치외교영역(박종수)/ 교육영역(정병오)/ 경제영역(남기업)/ 의료영역(한밀알)/ 문화예술영역(이동철)/ 북한교회(박문희)/ 생태와평화영역(김복기)/ 사회와 종교영역(김병로)/ 농업영역(안부섭)/ 구제지원NGO(이동현)/ 매스컴미디어(김성원)/ 인권영역(정베드로) 등이 있었습니다.

이번의 통일비전캠프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통일이 이미 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10년간 지속된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그리고 그때 이후 북에서 남으로 이주한 2만 6000명 이상의 탈북민으로 인해 통일은 이미 왔다는 것입니다. 비록 꽃샘추위가 닥치고 눈보라가 치며 깜깜한 어둠이 뒤덮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도도하게 움직이는 통일의 봄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분단의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통일코리안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직 ‘미생’인 통일코리아를 ‘완성’해 가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2015년은 통일의 완성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 대장정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

통일비전캠프가 끝난 금요일(30일) 오후 <제1기 통일학당>의 마지막 과정인 1박 2일의 수련회를 위해 학당의 참가자들이 광화문에 모였습니다. 1박 2일의 수련회 동안 못다 한 강좌들을 진행하고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에 참가들은 통일코리안으로서 살아갈 각자의 비전에 대해 서술하고 발표했습니다. 한 참가자가 제가 강의한 내용 중 다음과 같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바로 통일코리아의 비전이자 통일학당의 비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모든 인간이 존엄한 사회는 모두가 근엄하고 비장한 사회가 아니다. 모든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꽃이 되어 향기를 뿜고, 별이 되어 빛을 발하는 사회이다. 다양한 꽃들이 모여 아름다운 정원이 되고, 별들이 모여 눈부시게 하늘을 수놓는 은하수가 되는 사회이다.”

배기찬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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