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교수(목원대 한국교회사). 그는 올 가을학기를 끝으로 정년 은퇴한다. 느긋하게 은퇴를 준비할 시즌인데 그렇질 못하다. “은퇴를 앞두고 계속 바빠지네요. 평소 안 들어오던 원고 요청도 들어오고. 이러다가 은퇴를 늦춰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웃음)”

김 교수가 이렇게 바빠진 건 원고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남북 통합을 대비한 종교지도자 양성이라는 교육부 프로젝트를 땄던 탓도 크다. 요즘 젊은이들이 통일에 무관심하다고 하는데 그런 학생들을 데리고 통일의 의미, 통일 준비에 대해 초청강연, 세미나, 워크숍을 하자니 눈코 뜰 새 없게 된 것이다. 통일을 대비한 이 프로젝트는 전국 대학에서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수로서는 마지막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는 게 많다. “그동안 북한기독교 연구만 하다가 학생들을 어떻게 훈련하고 교육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돼요. 그 전엔 글만 쓰고 강의만 하면 됐는데, 이젠 학생들과 부딪히면서 학생들과 함께 해야 하니까, 새로운 면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눈높이, 학생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거죠.”

▲ 김흥수 교수. 목원대 그의 연구실엔 'WCC' '민중' '농촌선교' 등 1970~80년대 한국기독교 역사 자료들이 빼곡하다. ⓒ유코리아뉴스

학생들이 교육이나 워크숍에 건성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 학생들이 졸업 후에 교회나 사회에 나가면 그래도 뭔가 다르지 않겠는가? 하는 게 김 교수의 기대다. 바라기는 이들 학생들이 사역자가 되어서 교회 내 북한선교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교회가 움직일 때 통일은 확산되고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니까 급진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을 테고, 그러다 보면 통일이 확산될 여지가 많다”면서 “교회에서 통일 관련 설교 듣기가 얼마나 힘든가. 6·25 때 외에는 별로 들을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을 통해 교회 내 ‘통일 설교’도 확산되고, ‘북한(통일)선교위원회’도 만들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회 내 통일의식이 확산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해방 후 북한교회사』를 엮어냈고, 『북한 종교의 새로운 이해』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국내 몇 안되는 ‘북한교회 연구사가’의 한 사람이다. 지금은 5·24조치로 남북 민간교류가 거의 중단됐지만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활발했었다. 2003년 김 교수가 방북했을 때다. 그때 북한의 연구가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김 교수의 책 『북한 종교의 새로운 이해』 이야기가 나왔다. 책 내용 중에 1980년대 부분을 거론하며 북측 연구가가 이런 말을 했다. “왜 통일운동 한다는 (남한) 사람들이 전부 남한 독자들만 대상으로 글을 쓰는가? 앞으로는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글을 써달라.” 그 말은 충격으로 김 교수에게 다가왔다. 북한교회를 연구하면서 한번도 북한의 독자를 염두에 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때 이후로 글을 쓸 때는 늘 ‘이걸 북한 사람들도 읽을 텐데’ 라고 염두에 두고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남북한의 통일정책과 기독교의 반응’, ‘김관석 목사 평전’, ‘비기독교인들을 위한 한국교회사’, ‘일반인들을 위한 북한교회사’, ‘아시아 교회사’. 올해 중에 나올 김 교수의 논문 내지는 저서들이다. “은퇴할 시간도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독교대학에서 기독교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쳐왔다. 통일에 있어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의 주된 연구 주제다. 그렇다면 ‘통일’에 대한 담론이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는 지금, 특히 국토분단 70주년인 올해 교회의 역할에 대한 김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우리나라 기독교의 역사는 아펜젤러, 언더우드의 내한부터 따지면 130년 됐다. 그 절반이 65년인데, 분단 70년 됐으니 한국교회사의 절반이 분단시대에 속한 셈이다. 우리는 대결과 증오의 기도를 들으면서 자랐고, 사랑, 용서, 화해, 반전을 배우지 못했다. 이것이 분단교회사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한국기독교가 과연 통일을 주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기독교가 과연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지, 화해의 공동체가 될 수 있는지 교단, 개별 교회 차원에서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이것이 가능하다면, 교단마다 교회마다 통일선교부, 통일위원회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창립총회에도 참석했었다. 학교가 있는 대전이 주로 연구·생활 근거지인 그는 “통일운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 특히 지방에서 통일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원이 되고서 가장 만족하는 것은 <유코리아뉴스>와 계간 <통일코리아> 발행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해 가을 세미나차 방문했던 목원대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아래 인터뷰 전문은 최근 이메일로 주고받은 것이다.

Q. 논문, 김관석 목사님 평전,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교회사 등은 순조롭게 잘 되고 있는지요?
김관석 평전은 7월말에 집필이 끝납니다. 주로 1970년대 NCC 총무 시절 김관석 목사의 인권운동, 민주화운동을 한국교회와 연관시켜 세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기존의 한국교회사 책들은 비기독교인에게는 내용과 용어가 너무 어렵습니다. 비기독교인, 북한의 독자들도 읽을 수 있는 한국교회사 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YMCA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에 참석한 김흥수 교수 ⓒ김흥수 교수 페이스북

Q.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북한기독교사전』(가칭)을 집필하기로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취지와 내용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는지요?
(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의 사업으로 제가 편찬 책임을 맡았습니다. 북한지역의 교회, 인물, 기독교단체 등 4천여 개 항목을 정리하는 방대한 사업입니다. 유관지, 김승태, 김흥수 등 10명의 교회사가가 참여하고, 집필에만 3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지역 기독교의 신앙적 자산을 기억하고 이를 계승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현재 집필 항목을 선정 하고 있고, 출판비 일부는 후원을 약속받았습니다.

Q. 올해가 광복 70주년이자 국토분단 70년인데, 통일은 여전히 먼 ‘미래’처럼 여겨지는 현실입니다. 통일을 열망하고 기도하는 기독교인들은 이런 ‘지금’의 때를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기독교의 역사는 아펜젤러, 언더우드의 내한부터 따지면 130년 됐습니다. 그 절반이 65년인데, 분단 70년 됐으니 한국교회사의 절반이 분단시대에 속한 셈입니다. 우리는 대결과 증오의 기도를 들으면서 자랐고, 사랑, 용서, 화해, 반전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분단교회사의 모습입니다. 지금의 한국기독교가 과연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지, 화해의 공동체가 될 수 있는지 교단, 개별 교회 차원에서 진지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교단마다 교회마다 통일선교부, 통일위원회를 두어야 합니다. 1920년대 농촌운동이 필요할 때 장로교와 감리교는 총회 산하에 농촌부를 두고 농촌운동을 전개했습니다. YMCA는 올 해 전국 65개 YMCA마다 통일위원회를 조직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초창기부터 참여해주셨습니다. 창립총회 때 멀리서 참석하신 기억이 있는데, 통일코리아협동조합에 참여하신 계기는?
새로운 형태의 통일운동이라 생각했습니다. 통일운동 단체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서서 조합원 개개인이 출자하고 사업에 의사를 반영하는 형태의 통일운동이 필요하고, 더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통일코리아협동조합에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
현재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의 사업에서 제가 가장 만족하는 것은 유코리아 뉴스와 계간지 통일코리아의 발행입니다. 통일운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 특히 지방에서의 통일사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독교계의 통일운동만 해도 서울에는 50여개가 넘는데, 지방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대전이나 대구의 경우, 통일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단체는 5개를 넘지 않습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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