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행태를 가만히 보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가르치는 바를 자기 식으로 변형하여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군주론>은 절대 군주와 귀족과 인민이라는 세 정치 주체간의 권력관계를 통찰하고 군주의 덕목에 대해 기술한 저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통치를 하는 데는 그때까지 중시되어 오던 기독교적 도덕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역설합니다. 시민사회가 발달한 근대의 효율성에 눈을 떠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군주는 인민의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만약 인민의 존경받을 수 없다면 두려움만이라도 불러일으키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 기관이 윽박지르고 감시하고 색출하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국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인민은 어느새 징벌하는 군주를 두려워합니다.

<군주론>에 따르면 인민은 군주의 선한 품성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군주의 외양과 정치의 결과만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진실보다는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의도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언급이지요. 국민과 직접 대화를 피하고 외국 정상과의 화려한 회담에 집착하는 과시적 권위에 집착합니다. 군주는 멀리서 비춰져야 합니다. 함부로 스킨십을 해서는 안됩니다. 같은 집권세력 내에서도 비판자를 제거해버리고, 확실한 정치적 승리의 결과를 바로 만들어버리는 능력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저항해보았자 소용없다는 걸 확실히 인식시키는 것이지요. 과정보다는 결과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키아벨리의 또 다른 저작 <로마사 논고>에서는 장기간 군주의 권력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파당을 막아야 하는데, 그 방법은 “국고를 부유하게 만들고 시민을 가난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공동체가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일은 그 구성원을 가난하게 유지하는 것이다(강정인 옮김, <로마사 논고> 490P)”라는 주장입니다. 시민이 가난해야 고분고분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노동이 자기발언을 못하도록 봉쇄해야 합니다. 그들이 부유해지면 통치가 곤란하거든요. 계속 가난하게 만들어 체제에 순응하도록 순치해야 합니다.

그 대신 국가는 부국강병을 해야 합니다. 국민은 가난해도 국가가 부자가 되면 되는 것입니다. 인민이 정치에 직접 참여해서도 안 됩니다. 이 점에 동의하고 적극 협력하는 국가 엘리트에게는 권력과 부를 나누어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 엘리트와 시민간의 불화를 조정하는 제도와 법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도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입니다.

여기서 작금의 종북 이념몰이와 국정교과서 논란 등은 그러한 군주의 권위 세우기 행태와 유사하다고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마키아벨리를 잘 연구해서 이런 군주의 정치술을 터득한 것이 아니라 체질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모태적으로 이미 체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저는 상당한 유사성과 함께 박 대통령의 선천적 학습능력이 현재 집권세력 중에서도 그 천재성을 발휘한다고 봅니다. 배운 대로 실천하는 것이지요. 다만 마키아벨리가 “인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 대목은 빼고 배운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다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정작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이런 16세기의 통치술이 아직도 관통되는 한국사회입니다. 공화주의자, 국가주의자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에 따르면 시민은 지배의 대상이 되고 계속 가난해지는 것인데, 이를 알고도 수용하는 한국사회는 과연 무엇이냐는 의문입니다. 마키아벨리가 <인민론>을 쓰지 않은 것은 참 아쉬운 일입니다.

이러한 군주의 통치론에서 박정희-박근혜를 관통하는 근대화론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 실체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의 조국 근대화론이란 게 과연 무엇이냐, 이것이 과연 공화주의의 본질을 구현한 사상인가? 이 점을 다음에 논해봅시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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