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의 마음 얻기

최근 동아대 강동완 교수가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중국에 체류하는 북한주민 100명을 직접 면담한 내용을 토대로 『사람과 사람-김정은 시대 북조선 인민을 만나다』 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통일 조국은 어떤 체제일까?’라는 질문에 ‘남한체제로 단일화’라고 답변했던 북한주민들이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북한은 높은 사람이 시키면 죽는 시늉도 해야만 하는 나라인데 비하여 그래도 남한은 인권이 보장되는 체제’라는 점을 들었다. 그 외에도 우리는 당연시하는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동경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통일은 결국 남북 주민들이 통일을 결단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체제 변화까지 이루어내야 하는 북한주민들의 선택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주민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일 통일의 살펴보아도 이러한 북한주민들의 인식 변화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독일 통일은 동독의 실상을 깨달은 동독 주민들의 아래로부터의 혁명과 이들이 주도한 통일 노력에 서독 주민들과 서독의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화답하여 이루어졌다. 즉 동독주민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그리고 독일 통일의 뒤에는 치밀하게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일관되게 추진해온 교류협력과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의 ‘투 트랙’ 정책이 있었다. 독일의 통일 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대표적인 시사점이 바로 이러한 투 트랙 정책이 기민당(CDU)과 사민당(SPD) 간의 주기적인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일관되게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서독 역시 동서독기본조약의 비준을 놓고 서독대표성을 포기하고 분단을 고착화하는 것이라는 당시 야당이던 기민당의 반대가 격심하기도 했고, 사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동독의 잘츠기터 동독인권기록보존소 폐지 주장에 동조하는 등 이념대립이 매우 심하였지만 그래도 양당 지도부의 주된 흐름은 상대 정당이 추진해온 정책의 기조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투 트랙 정책이 결국 통일을 이루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독일 현지의 많은 평가가 그렇듯이, 사민당이 추진했던 동방정책의 당초 의도대로 동독 공산정권(사회주의통일당)이 변화하여 스스로 점진적인 개혁을 이루는 방식(위로부터의 개혁)으로 통일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독일 통일이 동방정책만의 성과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동방정책 시절에도 철저한 안보 정책이 병행되었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동방정책을 통한 다양한 접촉을 통해 동독 주민들이 자유와 인권, 풍요로 상징되는 서독의 발전상을 깨닫게 되고 기민당의 힘의 우위 정책, 자석이론의 목표대로 서독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동방정책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점 역시 인정해야 한다. 결국 독일 통일은 힘의 우위 정책(자석이론)과 동방정책의 종합적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