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미국으로부터 면전에서 기술이전을 거부당한 미국 방문에 대해 “굴욕외교가 아니다”라며 진화를 시도합니다. 그 대신 “방산기술협력 워킹그룹(협의체)를 만들었으니 성과가 있는 것 아니냐”며 거꾸로 말합니다. 그런데 그 워킹그룹이란 게 도대체 뭡니까? 이미 한미간에 차관급이 공동위원장인 방산기술협력위원회(DTICC)가 잘 만들어져 있는데 또 협력체 만들어서 뭘 한다는 걸까요? 게다가 이 위원회 산하에 워킹그룹은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냥 미국의 립 서비스, 엿 먹이기지요.

그렇게 미국에 매달려 전투기 만들고 싶으면 일단 이번 미국 방문에서 미국 정부와 업체가 한국형전투기 체계종합에 참여하라고 강력히 요구했어야죠. 지금도 록히드마틴은 전투기 사업에 들어온다는 것인지, 아닌지 대답조차 없습니다. 기술이전은 한참 다음 문제이고, 일단 국제공동개발이라는 취지에 맞게 미국이 “한국의 전투기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겠다”는 말 한마디라도 듣고 왔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전투기 일부 핵심기술 이전이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한 관심조차 없고 한 장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반면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웬 기술이전? 이게 굴욕외교가 아니라면 뭐가 굴욕외교일까요?

더 이상한 건 주철기 수석의 석연치 않은 경질입니다. 저도 여러 번 청와대가 이미 기술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 근거로 주철기 수석이 주재한 작년 5월의 전문가회의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회의 한 번 주재했다고 주 수석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F-35 도입의 전 과정에 직접 개입하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김관진 안보실장은 왜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일까요? 이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주 수석이 경질된 것이 KF-X 때문이라면 김관진 실장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훨씬 더 중요한 다른 이유, 아주 뜻밖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점은 제가 차차 밝히기로 하겠습니다.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는 지금 자신들이 뭘 하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전투기사업은 ‘박근혜의 4대강 사업’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희대의 국정 농단 사건입니다. 앞으로 문제는 계속 터질 겁니다. 재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기대하십시오. 정의당에서 이미 자세한 진상을 파악하고 백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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