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산업의 발전 및 현황
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산업으로는 단연 게임 산업을 들 수가 있다. 이 게임 산업은 2000년 이래 매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수천 억 원대의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다수의 게임 회사 기업가들을 배출하였을 뿐 아니라 이웃나라 중국을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 본 게임 소프트웨어를 수출하여 2014년 기준 한국의 총 컨텐츠 수출액인 52억 달러 중 그 절반이 넘는 30억 달러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효자산업이기도 하다.

한국은 당초 아시아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르다는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여 인터넷을 토대로 한 소프트웨어 기술 및 컨텐츠를 접목한 본 게임산업으로 일찍이 게임산업의 선도국가로서 전 세계로 게임 수출을 주도하면서 그 선도적인 위치를 점유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이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보급됨에 따라서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기반이 유선환경에서 무선환경으로 급격히 이동함에 따라서 더 이상 유선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유리한 입지에 기인한 효과가 감소하였고 중국을 필두로 한 게임 컨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급속히 향상됨에 따라서 더 이상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선두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중국 업체의 약진
일례로 현재 중국의 게임산업에서 1위 업체인 텐센트(Tencent, Inc.)라는 업체의 경우를 보면, 이 회사는 당초 PC메신저 업체로부터 출발하였는데 PC메신저를 기반으로 고객을 모은 후에 이 고객을 대상으로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한국산 게임을 공급하여 대성공을 거두어 중국의 PC게임산업 1위를 차지하였고 위챗(WeChat)이라는 휴대폰 기반의 메신저도 개발하여 수 억 명의 유저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을 공급하여 명실공히 PC영역뿐만이 아닌 모바일 게임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현재는 그 상장된 회사의 시가총액 약 200조 원에 이르는 등 그 시가총액과 매출 규모 면에서도 세계 제1위의 게임업체로 우뚝 선 회사이다.

또한 텐센트는 단순 게임업체의 영역을 떠나 수 억 명의 위챗(WeChat) 유저들을 대상으로 텐페이(TenPay)라는 휴대폰 결제 시스템(미국의 PayPal과 비슷한 솔루션)을 보급하여 중국 핀테크 산업의 최정점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현금 보유고를 바탕으로 중국 최대의 IT기업 투자회사로 성장하였다.

중국 게임 회사들은 게임 컨텐츠 제작 능력 또한 괄목한 발전을 이루었는바, 일례로 한국의 ㈜웹젠이 소유하고 있는 게임 IP(지적재산권)인 뮤 온라인(Mu online)를 소재로 중국의 모 게임개발 업체가 휴대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을 제작하였고 이는 중국에서 서비스 되자마자 1위를 차지하였다. 이후 한국에도 다시 수입되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였으며 코스닥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던 ㈜웹젠은 이러한 중국개발업체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에 힘입어 단숨에 그 시가총액이 서비스 당시 1조 원을 넘기도 하였다. 이는 게임 종주국의 IP를 가져다가 게임 후진국의 중소 개발업체가 개발한 게임으로 그 개발업체 자신은 물론 그 종주국의 회사를 다시 돈방석에 앉게 한 예로서 중국 게임회사들의 컨텐츠 제작 능력이 한국 업체를 능가하였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중국정부의 관련 산업 진흥정책 및 중국기업의 투자
중국 정부는 수 년 전부터 인터넷 관련 IT산업의 발전을 적극 지원하면서 이에 따라 인터넷 컨텐츠 분야가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게임산업이 본격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중국에 비하여 게임산업이 일찍 꽃 피었던 한국은 2011년 이래 정부에 의하여 청소년에게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제도인 ‘셧다운(shut down)’제도의 시행을 비롯하여 정부에 의한 게임물 사전심의제도 및 게임결제한도를 제한하는 관련 규정이 속속 시행됨에 따라서 관련 업계의 매출이 주춤하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5년 동안 게임업체 수가 그 반으로 줄었고(2009년 3만개였던 게임업체수가 2014년에는 1만4천개로 줄었음) PC방 점포수도 대폭 감소하였다.

한국 게임 산업의 정체 현상은 정부의 규제도 직간접 영향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및 게임을 사회악의 일종으로 보는 일반 대중의 인식도 원인이다. 심지어 최근 보건복지부에는 게임을 알코올, 마약, 인터넷, 도박과 함께 5대 중독의 하나로 규정하고 중독자 관리를 위한 게임중독 질병 코드를 신설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기까지 한다. 결국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정부 규제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사회 분위기 아래 우수한 IT관련 인재들이 게임 산업 분야에서 자신의 장래를 힘껏 펼치기를 꺼려하는 현상이 생겨 한국의 게임 산업 분야에는 더 이상 유능한 인재들의 새로운 수혈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반하여 중국은 예전에 시행하였던 게임 셧다운제를 일찍이 폐지하며 과감히 정부규제를 완화하였으며 미국 유수의 대학 등에서 유학을 마친 중국의 유능한 인재들이 대거 중국 본국으로 귀국하여 게임, IT산업에 적극 투신하면서 이러한 우수한 인력을 기반으로 중국의 게임 산업은 눈부신 발전의 기틀을 다지게 되었다.

또한 중국 정부의 게임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뿐만 아니라 중국 업계에서도 자국인만이 아닌 게임 선진국인 한국의 우수 개발자 인력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하면서 한국의 우수 게임 프로그래머 및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한국 내에서 받던 연봉의 3~4배를 지불하면서까지 중국 내의 게임업계로 스카우트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기도 하였다. 이는 최근 중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반도체 선진국인 한국의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는 연구 인력들을 파격적인 대우로 중국으로 스카우트하는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텐센트는 중국 정부의 과감한 규제완화 및 개방정책에 터 잡아 기존 게임 산업에서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여 인터넷전문은행 및 핀테크 산업분야에까지 확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발생하는 IT기업 M&A시장에서 약 40%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등 중국의 IT산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014년 텐센트 유저 네트워크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 규모만 년 1300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이 되는데 이는 불과 수개월 전에 한국정부가 ㈜카카오를 비롯한 관련 IT업계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가하고 서비스 업체를 선정한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은 이미 상당 부분 앞서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중국의 게임 산업 발전의 수혜를 입은 이런 중국 업체들은 최근에는 게임 산업의 원조국이자 선진국인 한국의 주요 게임업체의 투자 및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텐센트가 2014년 한국 제1의 모바일 업체인 넷마블(Netmarble Games, Corp.)에 53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하여 주요 주주로 등극하였고 모바일 게임업체로 두각을 나타낸 ㈜433에도 2015년도에 ㈜라인(Line, Corp.)과 함께 1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외에도 ㈜카카오 및 ㈜파티게임즈 등 중국이 투자한 한국의 게임업체는 이미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중국이 이와 같이 한국의 유력 게임사에 투자하는 목적은 이미 월등히 앞선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유력한 게임 IP를 미리 선점하고 향후 이러한 한국 게임이 중국에 진출하더라도 중국 내에서의 서비스를 그들의 통제 아래에 두고 사업 주도권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집중해야 할 유망 IT 분야
앞서 간략히 살펴 본 대로 한국의 게임산업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을 뿐더러 그 시장규모 및 관련 업체 수 그리고 유능한 젊은 인재들의 게임 산업 진출 상황을 보더라도 그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지면 벌어졌지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중국 게임업체는 과거와는 달리 확실한 인사평가 시스템에 의거한 직원 보상 시스템도 잘 정비되어 질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발전을 하였다. 이로 인한 한국의 유수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중국 업체로의 이직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이런 상황에서 장차 한국이 중국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미래 IT분야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것이 절실한데 그 가능한 분야로는 요즘 새로이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산업분야를 들 수 있겠다. VR이란 특수한 안경과 장갑 등을 이용하여 인간의 시각, 청각 등 감각을 통하여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내부에서 가능한 것을 현실인 것처럼 유사 체험하게 하는 기술의 일종인데 이는 기존의 게임 컨텐츠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아주 유망한 미래 기술로 손꼽을 수 있다.

한국은 다행스럽게도 삼성 및 LG전자와 같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있는바,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VR 신기술을 이용한 컨텐츠 개발 분야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관련 하드웨어 업체도 VR을 이용한 컨텐츠를 구현하는 데 최적의 하드웨어를 개발하여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양대 축이 상호 공조해나가는 가운데 정부도 과감한 지원을 더 한다면 기존 게임 산업에 있어서 중국에 잠시 뒤쳐졌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VR게임 산업분야 하나만 보더라도 오는 2020년도까지 전 세계 시장규모가 약 300억달러(약 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 분야에 상당히 큰 시장이 형성되리라고 예상된다. 또한 VR 산업은 비단 게임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영화, 군사, 건축 분야 등의 응용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게임 산업 분야에 적용된 진보된 VR기술을 타 분야에도 그대로 확산하여 적용하여 나간다면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VR산업 분야에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백승택(ST Ventures, Inc. 대표)
백승택은 2000년도에 소프트웨어 개발 및 모바일 컨텐츠를 제작하는 ㈜네오싸이언(NEO CYON, Inc.) 이라는 IT업체를 창업하여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였고 2006년도부터는 미국 나스닥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글로벌 온라인 게임업체인 ㈜ 그라비티의 최고운영책임자(COO) 및 부사장을 겸임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소프트웨어 및 게임 업체를 비롯한 IT회사에 투자하는 ST Ventures, Inc.의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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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택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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