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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군민들의 사드를 보는 눈

사드 배치 문제로 성주 군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 전에는 성주가 어디 있는지, 그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사드 배치를 계기로 총리와 국방장관이 방문했고 거기에 항의하는 군민들의 시위가 성주를 단연 드러냈다. 성주의 시위를 두고 일부 언론들은 ‘외부 불순세력이 끼어들었다’고 하지만, 성주군민들은 그 때 외부세력은 총리와 국방장관 그리고 경찰들뿐이었다고 주장한다.

나는 성주를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성주에 처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시위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다. 내가 아는 성주는 조선조 후기 유학자 한주(寒州) 이진상(李震相)과 독립운동가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이 이곳 출신이라는 것, 「파리장서」 때에 이 지역의 유림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정도다. 그런 성주가 이번 사드 설치를 계기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시위의 계기는, 한 번도 그 적지(適地)로서 거론된 바가 없는 성주가 ‘하루아침’에 사드 배치의 적지로 점지된 데 있다. 사드 배치지인 성산포대에서 1.5㎞밖에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한 성주가 시위에 나선 것은 아마도 전자파 문제를 의식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전문가들은 사드와 관련, 레이더 전자파 문제를 따지는 것은 국지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정치권이나 언론은 이를 본질적인 문제처럼 다루면서 호도하고 있단다.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는 동북아의 국제정치적·군사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사드 설치가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사드와 함께 설치하는 레이더가 2천㎞의 탐지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한국의 대중국·대러시아 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더구나 사드 문제가 MD체계와 연동되면 한반도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쟁투장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사드 설치문제는 그 동안 동북아의 가장 큰 현안문제였던 북핵문제를 한국의 사드로 변화시켜 버렸다. 이는 사드 문제의 가장 큰 수혜자가 김정은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성주군민의 사드 배치반대를 주목하는 것은 영남의 다른 지역과는 상이한 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새누리당 영남 국회의원들과 주민들은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 그들의 안보의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투철하다. 그러나 그들이 찬성한 사드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하는 장소 문제가 나왔을 때, 자기 고장에는 안된다고 했다. 평택, 대구, 칠곡, 김천 등 적지(適地)로 손꼽히는 곳은 모두 반대했다. 그들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지만 자기 고장에는 안된다고 했다. 자기 고장에 사드를 설치, 미사일을 막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향토애였는데도 그랬다. 전자파의 폐해라는 지엽적인 이해관계 앞에서 안보라는 거대 담론은 설 자리가 없었다. 그들의 애국심과 안보의식은 이 수준이었다. 사드는 설치해야 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안된다는 것, 이게 그들의 이기적 안보관이었다. 성주는 바로 이런 담론을 극복했던 것이다.

   
 

나는 성주군민들이 외치는 구호에 비교적 세심하게 귀를 기울였다. 그들도 처음에 1.5㎞ 운운했을 때에는 전자파를 의식했을 것이고 그래서 성주는 안된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곧 성주라는 지역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주장을 폈다. 그래서 처음의 “사드 성주 배치를 반대한다”는 구호는 심한 비판을 받게 되었고,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구호로 변화되었다. 결국 성주 군민은 사드의 성주 배치는 물론이고 한반도 안의 배치를 반대한다는 것으로 그들의 주장을 승화시켜 갔던 것이다. 이것은 사드 배치는 괜찮지만 우리 고장에는 안된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는 사드 배치가 갖는 국제적·군사적 관점을 더 넓고 높은 차원에서 문제점을 터득해 간 결과라고 본다. 박 정권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사드를 반대하려면 그 대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성주군민들은 거기에 답했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 이것이 그들의 답이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mahn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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