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1주년 기념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 비전기도회가 11일(목) 오전 10시 30분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약 2500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기도회는 한국교회연합·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장로교총연합회가 공동 주최하고,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통일코리아협동조합 등 11개 단체가 공동 주관했다.

이 자리엔 교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정세균 국회의장, 홍용표 통일부장관도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정 의장은 “우리 민족에게 진정한 광복은 남북의 평화적 통일”이라며 “최근 남북 관계를 비롯한 동북아의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부디 지혜를 모아서 분단의 시련 속에 있는 우리 민족에게 평화통일이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진정한 광복인 통일로 나가가야 하지만 북한은 평화통일과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까지 4차례의 핵실험을 하고 올해에만 10여 차례 이상의 미사일 발사로 그 어느 때보다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것은 평화를 깨뜨리고 한반도 분단의 상처를 아물지 못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북한을 비판했다. 홍 장관은 그러면서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안보이며 지금처럼 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평화가 만들어질 수 없다”며 “북한의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민의 안위를 위해 결코 포기해서도,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부는 굳은 의지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하고, 통일의지를 결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11일 오전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71주년 기념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 비전기도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김삼환 목사 “민족의 인류 위기 앞에서 한국교회는 새 비전 제시해야”
이에 앞서 김삼환 목사(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대표회장)는 대회사를 통해 “광복 71주년을 맞이하는 오늘날 한반도와 세계정세는 어둡기만 하다. 북의 핵위협과 남의 사드 배치라는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세계는 신보호주의의 입장에서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민족과 인류의 위기 앞에 서서 한국교회는 온 인류를 향해 새로운 패러다임과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그러면서 “통일에 대한 우리들의 열망을 담은 눈물의 기도의 분량이 쌓일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 민족에게 평화통일을 선물로 주실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장차남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증경총회장)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제목의 메시지에서 “그동안 우리 민족사는 파란 중첩했던 상한 역사였다. 한과 비극으로 점철된 민족사였다”고 밝히고 “일제의 병탄합병에 의한 치욕의 36년은 그렇다 치더라도 광복 후 분단 71년의 세월 속에서 남북한 전체의 주권 국민이 되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71년, 영욕의 세월을 돌아보면서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부터 최근 세월호 참사 사고 등 한국현대사에서 있었던 굵직한 비극들을 언급한 장 목사는 “그동안 국정을 맡았던 대통령이 임기 중도에 하야하고 망명하고 피살되고 임기 후에도 절간으로 유배되고 청문회에 나오고 투옥되고 투신하고 온갖 구설수에 오르므로 한 사람도 온전한 경우가 없다할 정도였으나 그래도 우리나라가 유지되고 발전되어 온 것은 진노 중에라도 하나님이 이 나라를 사랑하사 긍휼을 잊지 않으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족의 장래와 관련해서는 “통일의 날, 번영의 날, 복음화의 날을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그러면서 “통일된 조국의 번영은 정당성과 윤리성을 바탕한 공정한 실력 경쟁으로 해야 하며, 자본과 노동, 생산과 분배에서 공평과 정의를 구현하여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가 협력·공생하는 사회통합을 실현토록 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한국교회는 통회와 자숙, 경견훈련과 뼈를 깎는 내부정비를 통해 영력있고 실력있고 공신력있는 교회로 거듭나서 민족사회에 치유와 선교의 사명을 다하고 인류사회에 복음의 빛을 발하여 세계 구원과 인류 평화의 선봉에 서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하 목사 “힘있는 대한민국이 여전히 북한에 대해 벽 쌓기에 급급”
이어서 신경하 목사(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는 ‘자랑 말라! 자랑 하라!’ 제목의 메시지에서 예언자 예레미야 시대의 유다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시 예루살렘은 풍전등화의 상태였다.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킨 강대국 앗수르가 남유다마저 호시탐탐 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다 왕국은 자신이 친애굽과 친앗수르 사이에서 분열한 채 갈등했다. 권력을 유지하는 일에 급급했던 권력자들은 밖으로는 앞다투어 강대국의 우상과 풍속을 도입했고, 안으로는 값싼 애국심을 고취시켰고 그 와중에 백성의 삶은 날로 황폐해져 갔다. 어쩌면 구한말 대한제국의 운명과 유사하다.”

신 목사는 또 “지금 우리 시대에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여전히 남과 북 양편은 서로 군사력을 경쟁하며 자랑하고 있다. 핵을 개발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려 하면서 군비경쟁을 일삼고 있다. 자칫 전쟁이라도 나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모두가 멸절하고 난 후에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되겠는가? 이것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급박한 처지이다.”

그러면서 신 목사는 예레미야서 9장 23~24절을 통해 자랑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는 지혜와 군사력과 부유함, 자랑해야 할 것으로는 사랑과 정의, 공의를 꼽았다. 신 목사는 “지금 남과 북 사이 체제경쟁을 한다지만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이 월등하게 우월하다. 그러나 힘있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북한을 두려워하고, 기피하고, 벽을 쌓기에 급급하다”며 “교회에서도 입으로는 형제 자매라고 하면서 증오심을 낮추지 않고 있다. 그 두려움이 참으로 깊은 병이 되었다”고 밝혔다. 1965년 일본, 1992년 중국과도 수교했지만 남북간 화해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신 목사는 “아직도 증오와 대결을 당연시하는 우리의 마음 상태는 얼마나 비정상적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신 목사는 또 “인간이 자랑하는 지혜와 군사력과 부유함은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며 “우리의 눈부신 자랑거리들은 우리 민족에게 근본적인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지금 한반도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 정의, 공의”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신 목사는 “지금 분단체제 아래서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온전한 예배일 수 없다”며 “화해가 없는 예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제라도 남북이 서로 화해하고 온전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이날 참석자들은 이경숙 권사(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회장), 유만석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표), 권태진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증경총회장), 이재창 목사(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증경총회장)의 인도를 따라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어지고 세계 곳곳의 불화와 갈등들이 사라지도록 △교회의 교회됨을 통해 역사와 사회에 주어진 책임과 사명을 힘써 수행하는 교회, 민족과 인류복음화의 선교적 과제에 더욱 충실한 교회로 거듭나도록 △분단의 아픈 역사현실 속에서 생존과 자유를 찾아 귀환한 탈북 동포들이 이 땅에서 잘 적응하고 통일의 마중물 노릇을 할 수 있도록 △남북의 위정자들이 민족을 구원하는 데 군마와 군대가 필요치 않음을 깨닫고, 더 이상 한반도에서 무익한 군사훈련과 군비경쟁을 중단하도록, 일시적인 휴전상태가 아닌 항구적인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각각 기도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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