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의 포스코글로벌R&D센터 외벽 유리창 청소 도중 떨어져 숨진 탈북민 노동자 김모(48)씨의 장례식은 11일 만에 잘 치러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게 있다. 고인이 소속됐던 ‘사회적 기업’ 송도에스이가 명실상부하게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기업으로 거듭나 다시는 김모 씨 같은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지난 26일 팟캐스트 ‘인천시민팟’에서 이 문제를 집중 다뤘다(인천시민팟 듣기). 김모 씨 추락사 직후부터 장례식 합의 때까지 유족 측과 회사 측을 중재했던 신영욱 목사(예사랑선교회 대표)가 출연했다. 송도에스이는 2010년 포스코가 100% 출자해 만든 사회적 기업으로 전국에서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를 가장 많은 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청업체를 바꾸고 인력 배치를 바꾸는 등 구조 조정 과정에서 내부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았다. 김모 씨가 사망한 것도 결국 그 연장선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 의사결정 과정이 시민단체에서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장례절차가) 원만히 잘 해결됐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이번에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된 것 같다.”

포스코는 2012년 대대적인 기업 확장과 이명박 정부의 자원개발 시책에 따른 무리한 투자로 부채가 급증했고, 결국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의 칼을 스스로 빼들어야 했다. 포스코 계열사 70여 곳 중 30여 개를 줄이는 데 송도에스이는 시민단체 등에 기부하는 걸로 결정했다. 2013년 1월 1일부로 송도에스이 주식의 40%는 인천YWCA에, 주식 30%는 사회적 기업 지원활동 조직인 세스넷에 기부했다. 하지만 주식이 회사 운영을 결정하진 못했다. 신 목사가 그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패널로 참석한 이성수 인천시민의힘 팀장은 “주식의 상당 부분을 시민단체와 사회적 기업 유관 단체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은 포스코의 퇴직 임원이 좌지우지 했다는 것 아닌가. 과연 시민사회나 사회적 기업 유관 단체에서 실제로 회사 운영을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겠나”라고 반문하고, “지금까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돈을 많이 들여 민간에 위탁도 하고, 대기업이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회적 공헌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시민사회가 이름만 올려주고 정부나 대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이용당하는 게 아닌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패널인 이한구 인천시의원은 “유족 측과 회사 측이 원만한 합의를 이루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포스코가 사회적 기업도 만들고 탈북민도 많이 고용하면서 생색내기를 했던 것 같다”며 “사회적 기업이라고 자랑은 했지만 어려운 일을 하는 분들에 대한 세세한 돌봄이나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김모 씨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당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 탈북민 김모 씨 장례식장에서 신영욱 목사(왼쪽, 예사랑선교회 대표)가 고인의 장인(오른쪽)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하지만 신 목사는 “사고 처리 과정에서 포스코도 송도에스이 책임자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사건이 악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포스코가 그동안 송도에스이를 만들어서 탈북민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목사는 “나름대로 포스코는 좋은 뜻을 가지고 했는데 최근 들어 좋지 않은 현상들이 나타났다. 포스코에서 의도적으로 했다기보다는 관리자의 대응 미숙 등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에서는 경영 여건이 나빠지면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하청업체 변경, 인사 변경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송도에스이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신 목사의 의지는 확고하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송도에스이를 실제로 경영했던 A상무가 같은 회사 소속의 한 탈북민 여직원을 성희롱 했다는 진정서를 접수하고 조사에 나섰다. 이외에도 탈북민 등 직원들에 대한 상시 전보, 폭언, 직장 괴롭힘 등이 회사 내에서 빈번했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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