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국내외 정세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런 느낌이 처음은 아니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캄캄한 터널이 나올 것 같은 걱정이 앞서 더욱 새삼스럽다. 그렇다고 태어나서 자라고,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맺어온 모든 인간관계와 조상들의 유택을 버리고 외국으로 훌쩍 떠나버릴 수 없는 일이라 더욱 그렇다. 주변에 들려오는 얘기들을 들으면 나만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먼저,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9월 초순에 문화체육부장관과 농림수산부장관 등의 임명이 있었는데, 인사청문회에서 이 두 장관들의 여러 가지 부적절한 처사로 장관으로서의 자격미달이란 여론이 대세였으나 대통령은 해외출장 중 전자결재로 결국 임명하고 말았다. 아마도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충분히 의혹이 해소됐다고 판단한 게 틀림없다. 삼권분립이 기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는 서로 견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의 권한은 모두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았다. 행정부 수장이나 입법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들 모두 국민들이 뽑은 국민의 대표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양 기관은 서로 국민의 뜻을 존중하여야 함에도 그렇지 못해 국민들은 배신당한 기분이다. 위정자들이여, 제발 선거철 때만 국민이 주인이고 그대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면 공복이 되겠다고 떠들지 말고 부디 언제 어디에 있든 자기 직분을 다해주소.

다음은 지도층 인사들의 비리행위를 보자. 이 정부 들어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비리사건으로 인하여 수재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이 있었는데, 소위 특정계파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혐의 없음(?)으로 기소되지 않았고, 기소된 이모 전 총리의 경우에도 1심에서는 유죄로 판결되었음에도 항소심에서는 무죄라고 판결하였단다. 홍모 도지사도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후, 죽으면 성완종에게 가서 물어보겠다고 하면서 항소의 뜻을 밝혔다. 돈 준 사람이 죽었으니 피혐의자는 그들대로 떳떳하다고 떠들고, 판검사들은 증거불충분이란 이유로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것처럼 해석을 자유롭게 하고 있는 듯하다. 대우해양조선 문제와 관련하여 민OO, 강OO, 홍OO 등 전 산업은행 회장들이 경영비리와 관련하여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잘 나가던 인물들이라 언젠가 일이 터질 것이리라 예상은 했는데, 드디어 제대로 면모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라는 속담이 있듯이 괜한 이야기가 나돌겠냐고.

이번에는 법조계로 가볼까? 정운호 네이처 리퍼블릭 게이트사건의 최유정 변호사·홍만표 변호사와 김수천 부장판사, 김정주 넥슨 게이트의 진경준 검사장, 스폰서 검사 김형준 부장검사 등 최근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법조계의 굵직한 독직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그것도 법률로서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법조인의 비리를 보면서 국민들은 어이없어 하기보다는 법을 어겨도 대수로운 일이 아니구나 생각할 것이다. 저소득층의 일부는 하루 한 끼도 해결하지 못해 자살이라는 최악의 수단을 택하기도 한다. 정부가 제도권 내에서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이에 제안하건대 정부는 뇌물수수 등 비리를 저지른 자로부터 받은 추징금은 별도계정을 만들어 전적으로 제도권에서조차 소외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위하여 사용함으로써 서민들의 비극을 막기 바란다.

위의 몇몇 사례가 우리 국민들의 법질서 준수 내지 윤리의식의 상실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예로부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소위 잘나가는 정치지도자들이 깨끗해야 아래 국민들도 따라서 본받을 것인데, 지도자들이 저런 사람이라면 국민들의 잘못을 법으로 어떻게 다스릴 수 있겠는가? 혀가 짧은 스승이 ‘나는 바담풍 하더라도 너희들은 바담풍(바람풍)해라’라는 말처럼 그들이 제대로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데 어찌 국민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나? 지도자들은 이런 저런 부조리와 비리를 저지르면서 국민들에게는 올바르게 살라고 한들 누가 따르겠나? 어쩌다 배고픈 국민들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하여 마트에서 몇 푼 되지 않는 생필품을 훔치다 들키면 여지없이 엄벌에 처하는데, 과연 그럴 염치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인사와 비리문제는 이 정부만의 일은 아니라 매정부마다 불거지고 있는 일들인데 왜 유독 작금의 일만 갖고 그러냐고?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모든 정치나 경제, 과학기술이나 문화 수준이 더 진보하여 밝고 맑은 세상이 와야 함에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리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퇴보나 진배없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중시하고 비정상의 정상화에 올인을 하겠다고 공약하였기에 더욱 실망스럽다.

전술한 사례들을 보면서 정치인들이나 법조인들이 창조경제(?)를 위하여 창조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국민들은 혼돈스럽다. 대한민국의 어둡고 슬픈 면모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최근에 일어난 많은 일들 중에서도 위정자들의 모습 몇 가지만 훑어 본 것이다. 부디 위정자들은 국민들이 혼돈 속에서 헤매지 않도록 올바른 정치를 해주기를 바란다.

김은종 (공학박사 / 남북물류포럼 칼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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