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연결될 것으로만 알았던 시베리아 횡단철도. 섬사람으로만 살아온 우리에게 육지로 유럽까지 갈 수 있다고 믿었던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우리를 제쳐두고 갑자기 일본과 연결될 지도 모르게 되었다. 러시아 정부가 일본 정부에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대륙에서 사할린을 잇는 타타르(間宮) 해협 구간 약 7㎞와 사할린에서 홋카이도를 잇는 소야(宗谷)해협 약 42㎞ 구간에 다리 또는 터널을 건설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계획이 실현되면 일본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까지 육로로 연결하는 새로운 루트가 만들어진다. 일본은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로서의 지위를 선점하게 된다. 반면, 한국 박근혜정부가 입안했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한 북방철도 연계 구상은 물 건너간다.

이 같은 계획에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시베리아 철도를 일본 화물로 가득 싣게 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일본에 이미 시베리아 철도와 관련, 약 50개 항목의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한다(산케이 신문 2016.10.3.보도). 일본도 뒤질세라 러시아 경제협력 부서를 신설하고, 의료·우편·항만정비·수산가공 등의 내용을 포함, 약 6,000억 엔(한화 약 6조 5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경협사업을 러시아에 제시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800㎞ 거리에 있는 카잔(Kazan)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구간을 고속화하는 한편, 러시아에 차량 신호 시스템, 레일 등을 포함, 의료·우편사업·항만 정비 및 수산물 가공공장까지 패키지로 판매하는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왜 일본에게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연결을 제의했을까? 그동안 러시아는 극동지역인 연해주 개발을 위해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한반도 연결을 희망해 왔다. 그래서 북한의 라진항과 한국의 부산항과 광양항 연결에 적극적이었다. 따지고 보면 물동량이나 해운 노선, 부가가치 등의 측면에서 보면, 일본과의 연결이 경제성,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우월하다. 하지만 쿠릴열도 4개 섬에 대한 영토 문제 등으로 일본보다는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을 경협의 파트너로 선호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일본으로 방향을 튼 것은 북·러 및 남북관계의 경색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진·하산프로젝트를 포함, 북한과 연결된 3국 프로젝트의 추진이 러시아로 하여금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한반도를 교두보로 하는 러시아 신동방정책의 핵심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본 사업 중단결정과 개성공단폐쇄 등이 북한과 연결된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추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180일 이내 북한을 기항한 제3국 선박의 한국 내 입항금지 결정(2016년 3월 8일)이 나진·하산을 통한 러시아의 석탄운송마저도 불가능하게 만든 것도 무시하지 못할 요인이었다. 이는 일종의 ‘2차 제재(Secondary Boycott)로 북한과 협력하는 러시아나 중국 등 제3국도 제재하겠다는 것과 같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의 결정을 지연시키면서까지 나진·하산 사업을 안보리 제재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냈는데, 박근혜 정부의 독자적인 제재가 나진-하산사업의 실질적 추진을 불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2013년 푸틴 대통령이 방한 시 러시아가 제안했던 경협사업에 대한 한국의 무대응도 불만요인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러시아는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 특사로 극동개발부 장관을 보내는 등 한국과의 극동개발 협력에 관심을 나타냈다. 무엇보다도 박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식 방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맞춰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작업, 복합 물류사업 등의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또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으로 러시아 천연가스의 한국 도입을 위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과 우리 선박이 러시아의 영해를 이용, 북극항로를 개척하는 방안, 양국 국책은행이 공동투자펀드를 설립, 기업의 상대국 진출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비롯, 우주개발 분야 협력 등에 대해서도 협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그 후 실질적인 진전은커녕 모든 것은 없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일본과 연결돼 운행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북방협력에 우리가 소외되고 주도권은 상실할 것이 뻔하다.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놓치게 된다. TSR-TKR 연결로 따라 가져올 수 있는 물류비 절감, 통과수익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교통·통신 등 인프라 분야건설에 따른 고부가가치 창출은 잊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당장 러시아를 설득하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대륙철도 연결 사업을 놓치면 이를 통해 얻으려는 한반도 평화정착도 물거품이 되고 만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의 연결 가능성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한 해결의 열쇠는 결국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다. 북핵문제도 진전을 이루고, 우리의 경제적 이익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정치와 경제문제를 분리하는 것이다. 금년 2016년 12월 푸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양국의 경제협력을 논의하기로 되어 있다. 그 전에 대러시아 대화의 통로를 열고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한반도 연결과 관련된 보다 진전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우리 후손에게 더 이상 섬나라의 위치를 물려줄 수 없다. 돌아서는 러시아를 다시 돌려세우는 데 국력을 집결해야 할 것이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영윤  kimyy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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